야후코리아 철수 일방통보, 미국식자본주의의 비정함이라고?

지난 9월 25일 ‘사이버게돈’프로젝트를 공개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회견을 가졌던 이경한 야후코리아 대표의 "야후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발언이 무색하게 야후는 지난 19일 "올해 말 한국 비즈니스를 종료하고 야후코리아를 전면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포커스를 맞춰 미국식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앞 다투어 다루었지만 야후코리아 철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위기의 야후?
야후 위기설이 제기된 것은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통신 패러다임의 변화, 시대의 급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야후는 구글이라는 천적을 키워낸 장본인이란 비아냥마저 감수해야 했다.
최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구글 부사장 출신 마리사 마이어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이후 야후는 첫 분기 실적에서 3분기 순익·매출 모두 예상치를 상회하며 순항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31억6천만달러(주당 2.64달러)를 기록, 지난해 동기의 2억9천830달러(주당 23센트) 대비 급증했다.
물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함에 따른 상승효과가 주효했지만 그럼에도 주당 순이익이 1년 전 23센트보다 크게 증가한 35센트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여줬다.
특히 검색 및 디스플레이 매출이 안정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구글에서 전 세계 파트너 비즈니스 솔루션 담당 부사장으로 광고 플랫홈과 서비스를 담당해왔던 카스트로와 마찬가지 구글 출신의 패트리시아 몰 크리세를 법인 이사로 영입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선 마이어 경영 효과가 입증된 셈이며 대표 취임 직후 아시아 사업을 줄이고 북미 지역 서비스 강화에 나설 것이라 발언한 바 있어 야후코리아 철수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야후코리아는?
지난 1997년 9월 한국에 진출한 야후코리아는 1년 만에 웹페이지 접속 수가 300만을 넘으며 당시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로 떠올랐다. 무료 메일 서비스를 도입한 후로는 2년 만에 접속 수 2000만까지 끌어올리며 다음과 함께 국내 포털 시장을 양분한 야후코리아는 2000년대 들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 다음의 무료메일 서비스인 ‘한메일’, 네이트의 무료메신저 ‘네이트온’과 SNS ‘싸이월드’가 국내 유저들의 입맛을 맞춤으로써 차츰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나마 네이버와 같은 폐쇄된 검색환경이 아닌 개방형 검색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이용으로 명맥이 유지되던 야후코리아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는 정치편향적인 뉴스캐스트 편성, 정치색이 뚜렷한 뉴스 댓글, 스팸메일로 외면을 받기 시작해 2년 전부터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야후코리아는 국내온라인광고의 대표적 기업인 오버추어코리아의 저력과 증권가의 80%가 야후매신저를 사용할 만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 동안 지적되어온 근본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공격적인 신규 사업들로 집중력을 분산시킨 경영진의 무능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까지의 야후코리아의 행보가 모바일 영역에서의 역량집중, 기민한 기업문화와 제품 개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한 새 경영자 마리사 마이어의 경영방침에 위배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야후 새 CEO의 ‘모바일 집중·방문자 수 확대 노력’ 발언은 지난 9월 27일 야후코리아 이경한 대표가 “외부 업체와의 콘텐츠 제휴 뿐 아니라 직접 드라마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하겠다”는 발언 직전인 25일에 이뤄졌다.        
   
야후코리아, 예견된 몰락
야후코리아는 이미 2년 전부터 점유율 0%로 떨어지는 등 포털 사이트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코마’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충성도 높은 유저 층에 의해 유지되던 야후코리아는 편향적인 정치성향의 뉴스캐스트와 정치의도가 뚜렷한 댓글 및 스팸메일 개선이라는 유저들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고 오로지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등 자충수를 뒀다.  
구글의 강세와 PC 인터넷 시장의 변화 속에서 야후가 총체적인 위기에 돌입할 당시에도 야후코리아 경영진의 내부적인 문제의식과 체질개선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자회사인 오버추어코리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한때 국내 온라인광고시장을 평정했던 오버추어코리아는 온라인광고시장의 표본을 제시할 만큼 위세를 떨쳤으나 야후 포털사이트를 통한 적자를 자회사인 오버추어코리아의 수입에서 메우고 야후코리아의 신규 서비스 런칭에 자금을 쏟아 붓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등 경영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네이버가 인터넷광고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자체적인 광고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당시 상황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버추어코리아는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대처도 미비했으며 네이버의 광고시장 진입에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음의 온라인광고시장 진입조차 관망하는 형국으로 대응하다 결국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 야후코리아의 주 수입원이 오버추어코리아에 있었던 만큼 광고시장에서의 퇴보로 야후코리아 전체적인 재정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야후저팬 상반된 행보
반면 야후저팬은 신임 마리사 마이어 최고경영자의 경영스타일을 참고하여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는 등 신속한 모습을 보이며 야후의 위기의식에 대한 야후코리아와 상반된 대처에 나섰다. 
마리사 마리어 취임 직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야후재팬 조직쇄신을 표방하며 의사결정 스피드를 폭발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는 마이어 최고경영자가 요구한 ‘기민한 기업’, ‘합의문화’를 충족시키는 대응이다.

이는 단순히 새 CEO에 대한 구색 갖추기로 보기는 어렵다. 야후저팬은 15년째 실적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며 손회장은 대기업병을 극복하고자 이미 올 2월부터 미야사카 마나부 당시 컨슈머사업총괄본부장을 야후재팬의 사장으로 승진시켜 조직쇄신을 준비해왔다. 마리어 최고경영자가 주문한 ‘기민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야후저팬은 ‘카카오톡’ 서비스로 압도적인 국내 이용자수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의 카카오재팬과 지분을 각각 50% 나눠가지고 향후 일본 시장에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밝혔다. ‘모바일 분야에 역량집중’이라는 마이어 최고경영자의 요구에 즉답을 한 것이다.
결국 카카오의 일본진출은 야후저팬의 공으로 넘겨졌다.

물론 야후재팬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 3020억엔과 영업이익 1650억엔이라는 15년 연속 매출액과 이익증가 신기록을 세우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어 야후코리아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야후코리아의 몰락은 자국 포털사이트가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와 한국이 유일하다는 배경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몰락한 외국계 포털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야후코리아 역시 ‘한국화’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각각 한국와 일본 시장에 안착한 15년 동안 야후코리아와 야후저팬의 운명은 이와 같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언론들, 미국식 자본주의가 잔인하다고?
야후코리아의 철수가 발표가 된 즉시 언론들은 앞 다투어 ‘직원도 철저히 속이거나’, ‘전화나 메일을 통해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간단히’ 해고해버리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고발했다. 
그러나 야후코리아의 철수는 내부에서도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단지 야후코리아 직원들 사이에선 야후코리아가 한때 국내 최고의 포털이었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한국 지사가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점유율 0%대의 포털 해당직원이 가질 수 있는 위기의식치고는 상당히 낙관적이다.

야후코리아 철수는 내년 초 완료될 계획이다. 철수까지의 시점을 3달 앞둔 상태에서 더욱이 6개월 치의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으로 해고 통보하는 대우가 과연 잔인하고 비정한 것이며 일방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실제로 야후코리아는 지난 10년간 변함없이 200여명의 직원 수를 유지해왔다. 위기상황에서도 인원감축을 시행하지 않았을 만큼 직원들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잔인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바꿔 말하면 이는 점유율이 0%대로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안일하게 대처한 경영진의 무능력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향후 포털업계 시장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인한 모바일 생태계 재편은 PC 인터넷 시대를 이끌었던 포털업계 강자들의 잇따른 위기로 귀결되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시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모바일에 늑장대응은 포털 ‘파란’에 이어 야후까지도 한국 사업철수가 결정되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란과 야후 사태를 두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위기의식을 느끼는 곳은 국내 포털 3위인 ‘네이트’이다. 네이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외국 SNS에 국내 대표 SNS라는 ‘싸이월드’의 위상을 넘겨준 뒤로 계속 하락세이다.
인터넷 쪽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SK컴즈는 “올 연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은 인터넷 시장은 네이버, 다음의 양강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의 국내 포털업계 독과점 우려는 둘째치더라도 모바일 시대가 태생적으로 해외 업체들과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불가피 함으로 이 두 기업 역시 혁신과 체질개선의 시험대 위에 올라 있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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