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현대차, 놀부, CJ그룹 함박웃음... SK커뮤니케이션즈, 농심 등은 겹치기 광고에 노심초사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 수 4억 건 돌파, 아시아 최초 미국 빌보드차트 핫100 부분 2위, 영국, 캐나다, 호주 차트 1위.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가 정말 갈 때까지 가며 K-pop 역사상 길이 남을 기록을 연일 양산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12년만의 전성기에 얼떨떨한 함박웃음을 짓는 건 싸이 뿐만이 아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싸이 효과’로 올 초에 비해 160% 가량 올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겼다. YG엔터테인먼트를 담은 펀드들 역시 수익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싸이 아버지가 경영한다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디아이는 연속 4일 상한가를 기록 하루 매매거래를 정지시켰으나 거래가 재개되고 나서 다시 상한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해외활동을 위해 조만간 국내 활동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한 업체들은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발 빠르게 싸이를 잡아 후광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는 어떠할까?

놀부, CJ그룹 - 최저비용 최대효과로 짭짤한 수익

강남스타일이 뜨기 전,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이었던 싸이와 계약한 업체들이 수지타산에 대박을 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놀부보쌈, 소니코리아, CJ그룹 등이 꼽힌다.

지난 5월 싸이와 CF 광고계약을 맺은 이재훈 놀부그룹 상무는 “6월부터 두 달간 CF를 방영했는데 매달 전년 대비 매출이 10% 정도 올랐고 싸이가 월드스타 대접을 받으면서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싸이가 추천하는 신메뉴 ‘미인족보’는 단일 매장에서만 월 500세트 이상 나간다”고 덧붙였다. 

특히 친근한 놀부 마스코트 ‘싸이 케릭터’를 활용하여 매장 분위기를 바꾼 삼성1호점은 광고가 나간 이후지난달에만 월 1000만 원 가량 매출이 늘어 싸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소니코리아 역시 싸이 덕을 보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싸이와 음향기기 전속 모델 계약을 한 소니의 XBA 이어폰은 인터넷상에서 ‘싸이 이어폰’이란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효자상품이 되었다. 

업계에서는 CJ그룹 역시 싸이 관련 최대 수혜자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왜냐하면 CJ는 앞서 소개한 회사들과 달리 싸이와 손잡고 연예오락, 방송컨텐츠 등 다양한 루트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CJ E&M에서 인수한 엠넷 미디어의 슈퍼스타K 시즌4가 꼽힌다. 엠넷 미디어가 올해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싸이를 선정한 것은 신의 한수인 듯하다. 이로써 엠넷 미디어는 싸이의 해외 스케줄에 상관없이 10월 12일부터 7주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슈퍼스타K 출연을 확정짓는 행운을 잡았다.

특히 지난 25일 미국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싸이를 모시려는 방송 3사의 시도가 불발됨으로써 엠넷은 독점으로 싸이의 모습을 방영할 수 있었다. 

이영균 CJ E&M 팀장은 “올해는 싸이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프로그램의 흥미와 시청률에 한층 더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그룹인 CJ제일제당 역시 8월부터 헛개컨디션 CF를 선보이며 싸이 특수 효과에 편승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술을 좋아한다고 밝힌 싸이와 숙취 해소 음료 제품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져서 정말 어렵게 섭외했는데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늘어나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술집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를 가면 헛개컨디션 CF송에 시민들이 말춤을 추며 호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 삼성전자 - 발빠른 광고로 인기 톡톡 누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강남스타일 노래를 패러디한 ‘오빤 유플(U+) 스타일’이란 광고를 선보였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강남스타일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말춤을 활용해 '강남스타일'='U+(유플)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

특히 LG유플러스는 미국으로 출국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싸이를 위해  LA로 쫓아가 현지로케를 강행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LG유플러스 커뮤니케이션팀 송범영 팀장은 “싸이 섭외 초반 단계에선 일부 광고주들이 반신반의했었는데 과감히 결정하고 미국까지 날아갔다”며 “CF 방영 후 자체 측정 결과 잠깐만 봐도 저건 유플러스 광고라는 인지도가 90% 이상 나왔고, 이는 예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SK텔레콤이) 붉은 악마를 활용한 광고 인지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싸이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9월초 발 빠르게 김치냉장고 ‘지펠 아삭’ CF 촬영을 마쳤다. ‘지펠의 남자’ 이승기와 ‘강남의 남자’ 싸이가 동반 출연해 환상의 코믹 연기를 펼친 이 광고는 대중들에게 신선한 관심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자는 “지펠 아삭의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의 명실상부한 리더 브랜드 유지를 위해 음악성, 대중성이 높은 싸이를 선택했고, 그 성과는 기대 이상” 이라고 전했다.

‘싸이의 美 애마’ 에쿠스 - 미국 내 판매대수 9.6% 상승

싸이의 미국 진출로 인해 제대로 홍보 효과를 누린 기업이 있으니 바로 현대자동차다. 미국 활동을 하는 동안 현대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싸이의 미국 활동을 위해 ‘강남스타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프리미엄 세단 ‘에쿠스’를 제공했다. 파스텔빛 하늘색 실크 수트에 블랙 선글라스를 끼고 자동차에 기대어 있는 싸이는 그야말로 ‘강남스타일’이었고, 이 모습은 ‘에쿠스’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차량을 제공했던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측은 “싸이의 미국일정 후 현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반색했다.

실제로 지난달 에쿠스 판매대수는 321대로 작년 동기 대비 9.6% 상승했다. 점유율 또한 미국 진출 이후 가장 높은 7.7%를 기록했다.

하이트 진로 - 돈 한푼 안들이고 광고, 러브콜 보내

싸이는 지난 4일 밤 10시 시청 앞 광장에서 8만 명이 모인 가운데 무료공연을 하다가 관객이 건넨 소주 한 병을 원샷하는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이 순간 소주병에 적힌 “참이슬”이란 브랜드 문구가 선명히 전파를 탔다. 우리나라 소주 업계의 양대 산맥인 하이트 진로와 롯데주류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예상외의 퍼포먼스에 관중들보다 더 크게 환호한 것은 하이트 진로다. 하이트 진로 관계자는 “시청 공연이 유튜브를 통해 국내외 700만뷰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소주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위기를 탄 하이트 진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싸이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S매체에 따르면 하이트 진로는 싸이와 모델 계약을 추진 중으로 오는 15일경 싸이가 해외로 출국하기 전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스타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초우량주 싸이의 몸값은 얼마일지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 업체 관계자들은 ‘1년 계약 모델료가 30억 원 안팎’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샷 퍼포먼스로 250억의 광고 효과를 낸 진로가 30억 원 쯤은 흔쾌히 제시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돌고 있다.

싸이 마케팅만 쌓이네, 이미지 남용 득일까 독일까

이 밖에도 싸이는 농심 신라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 LG패션의 질스튜어트 뉴욕 등 광고에도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각종 CF, 공연, 캐릭터 상품, 제품 제안이 하루에도 국내외 수십 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면서 “10월 초 현재 싸이와 광고 계약을 마친 곳만 총 10곳에 달하며 해외 부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싸이 열풍에 편승한 각종 광고와 행사가 난무하자 그 효과가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특히 후발주자인 경우 더욱 그렇다. 싸이 노출의 빈도가 이미 높아진 터라 대중들이 느끼는 차별화가 희석돼 오히려 반감시킬 수 있다.

김병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제품과 부합하는 모델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단지 대세인 싸이 모시기에 급급한 국내기업들의 불명확한 철학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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