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민 생명 담보로 마약 투약 분노

 뇌물과 사고 은폐 등 비리로 얼룩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에서 이번에는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업무시간에 마약을 투약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기간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직원이 근무시간에 마약을 투약한 어이없는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강력부는 재난안전팀 소속 A씨(35)와 같은팀 B씨(35)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22일 구속했는데, 이들은 자택과 고리원전 내부 등에서 2~3차례 히로뽕을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에서 이를 살펴봤다.


‘재난안전과’ 직원이 원전 내에서 히로뽕 투약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재난안전과’는 화재 등의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별도로 운영하는 부서다. 그런데 재난안전팀 소속 A씨(35)와 B씨(35)가 원전 내 사무실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A씨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사무실에서 1회 투약하고, 나머지 1회는 부산 기장군의 모 아파트에서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B씨는 이번 달 초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부산 기장군 자신의 집에서 히로뽕을 투약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22일 구속했는데, 이들은 부산 기장군을 무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원 이모씨로부터 히로뽕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마약을 조달한 경로가 고리원자력 주변을 무대로 하는 조직폭력배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결코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검찰은 고리원전 근무자 중 공범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26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를 항의방문하고 고리원전 직원의 마약 투약사건을 규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앞장서야 할 원전 직원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히로뽕을 투약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번 기회에 다른 원전에서도 히로뽕 투약이 있었는지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한 한수원

원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요즘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했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 내 정전사고가 일어나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한 달이나 은폐했다가 들통났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원전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22명의 간부가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들은 재활용 부품을 원전에 납품받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에 공분이 일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신월성 1호기, 울진 1호기, 영광 6호기 등 주요 원전에서 잇따라 고장이 발생하면서 원전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번에도 꼬리자르기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재철 한수원 경영관리본부장은 지난 9월 28일 부산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마약사건으로 인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한수원 경영진을 대표해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리원자력 본부장을 비롯해 간부 전원에 대해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고리원전 본부장을 비롯, 경영지원처장, 재난안전팀장, 재난 총괄 담당 차장 등 간부들을 전부 직위해제하고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소방대원 2명도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본사 처장급(1직급) 직위자 26명 중 17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감사실장과 자재처장 등 경영관리본부 주요 보직자들을 대거 교체했는데, 한수원은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의 이런 조치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뤄지는 고위 간부 경질 등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원전에 대한 시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봉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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