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모임 변화 노선으로 박 대표에 날개 달리나?

한나라당내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의 8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워크숍을 열어 2기 대표로 박형준 의원을 추대하면서 사실상 반박 노선을 포기하게 되면서 박근혜 대표는 4.30 재·보선 승리이후 탄력이 붙으면서 무한질주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박 대표에게 마치 날개를 달아주려는 듯 당 지도부의 공천개입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박 대표를 비롯 보수파와 대립각을 세워온 1기 대표 정병국 의원과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위 '남원정'이 2선으로 물러난 것은 수요모임의 인적 재배치의 의미를 넘어, 박 대표와의 새로운 관계모색으로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 박 의원, “박 대표에 각을 세우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 수요모임 2기 회장으로 추대된 박 의원은 9일 오전 첫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표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수권을 위해 같이 가야 할 분"이라며 "박 대표에 각을 세우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은 당의 노선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보여줄 것으로 시사했다. 박 의원은 "당 노선에 대한 우리 견해를 밝히고 이를 반영시키기 위한 활동은 더욱 활발히 할 것"이라며 "단순 친목모임이 아닌 개혁적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가진 정치모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결국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박 대표에게 '투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간 수요모임에 대해 오해가 많았다"며 "어제 워크숍에서도 수요모임의 활동이 '반박구도'로 비쳐진 것이 안좋았다는 의견이나 마치 당 밖에서 '비주류 권력투쟁'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우리의 지향점은 그런 단순 권력관계가 아닌 당의 미래를 책임지는 '젊은 집단'"이라며 "우리의 진정성이 보이도록 당 발전에 기여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맺었다"고 밝혔다. ◆‘남원정 체제 비판’, ‘발전적 해체론’, ‘정체성 찾기’ 등 다양한 의견을 피력 이에 앞서 8일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선 '남원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 사람의 생각이 수요모임 전체의 생각으로 비쳐진 점과 이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기회주의'라는 지적이 이회창 전총재 시절에서의 활동까지 거론되며 비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선택해야 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수요모임 다수의 의견으로 결의가 되면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결정을 전원이 따르도록 어제 워크숍에서 결의했다"며 "앞으로 보다 공고한 정치적인 모임으로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플레이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러한 '개인플레이'조차 꺼렸었다. 예컨대 이철우 전 우리당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간첩공세로 여야 정국이 급랭했을 때 소장파 의원들은 나서기를 꺼려하다가 역풍을 맞고 잠잠해진 이후에야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날 밤 20명의 회원중 16명 회원들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고 이 와중에 수요모임의 ‘남원정 체제 비판’, ‘발전적 해체론’, ‘정체성 찾기’ 등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수요모임의 의원들은 권영세, 김기현, 김명주, 권오을, 김양수, 김희정, 남경필, 박승환, 박형준, 안홍준, 원희룡, 유기준, 이성권, 정문헌, 정병국, 진수희 의원 등이 참석했고 ‘1년만에 처음으로 노골적으로 얘기를 많이 했다’고 자평했다. ◆4.30 재보선 이후 ‘남원정’위세 떨어져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체제에서 '남원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16대대선 패배와 차떼기의 광풍이 몰아칠때,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체제에서 이른바 '남원정' 3인이 '5,6공 수구청산' '영남당 청산' '노인당 청산'을 주장하며 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옹립했다. 이른바 '남원정 소장파의 쿠데타'로 박근혜 체제가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박근혜 옹립파'인 남원정 소장파들의 개혁 기대에 번번이 마찰을 빚었고 그로인해 박대표를 옹립했던 남원정은 '반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남원정'은 과거사 청산, 박대표 사당화 반대, 당권대권 분리, 국보법 폐지 등 박대표의 아킬레스건만 계속 건드리며 박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한때 ‘출당 조치’도 거론됐던 원희룡 의원은 박 대표가 당내 보수강경파에 휘둘리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한때 ‘박 대표는 구시대적이다’고 공격한바 있다. 남경필 의원도 4.30재보선 승리에도 박 대표에게 ‘당 쇄신’을 요구해 박사모와 박대표로부터 역공을 받기도 했다. 정병국 의원은 ‘박 대표에 기댄 4.30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최근엔 ‘고졸 대통령’발언한 전여옥 대변인 ‘당직 사퇴’도 요구했다. 그러나 4.30 재보선 압승 후 '박근혜 대세론'이 점점 힘을 얻게 되면서 남원정의 위세는 크게 떨어지고 급기야는 2선으로 물러앉고 말았다. 이에 워크숍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토론회에선 남원정을 포함해 다수의 회원들은 ‘수요모임이 반박으로 간주된 것은 남원정 색채 때문이었다’는 반성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양수,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수요모임엔 남원정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됐다”며 “발전적 해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명주 의원 역시 “1기 체제는 친목모임도 정치결사체 역할도 제대로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고 혹평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나도 할말은 많다”며 “아무런 사심없이 정치를 그만 둘 생각도 있지만 수요모임과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도 “수요모임이 당내 비주류, 마이너리티로 전락했다”며 “각자 회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섭섭함’도 표출했다. 한편 3선의 권오을 의원은 “수요모임이 친박 반박이 아닌 당내 역할과 당밖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며 “민생현장 체험도 강화하고 여당도 공격하면서 당밖 현안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자”고 외연확대를 주장했다. 이성권 의원은 “수요모임이 정치 결사체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요모임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고 정체성 찾기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