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력으로 단일화 수순 밟을 듯

대선정국의 첫 변곡점이 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이 벌이는 단일화와 관련해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기 위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문 후보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기반이 없는 안 후보의 약점을 찔렀다. 이에 맞서 안 후보는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두 후보, 단일화 정권교체 필수조건 공감
역사인식 등 이념성향 정책 지향점 상이

단일화 통한 정권교체에는 공감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무한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통해 완주의지를 강력히 천명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조건부 유보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환영과 우려가 섞인 분위기다. 단일화에 대한 조건부 유보 입장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출마선언 직후 출판기념회에서 안 원장이 '정책경쟁을 약속하자'며 만남을 제안한 데 대해 "그 구상이라든지 취지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불교문화역사관에서 열린 신간 '그남자, 문재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제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비서실장이 축하란을 가지고 왔을 때에도 '우리 함께 만나는 게 좋겠다'고 서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는 우리에게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10월까지 열심히 경쟁하다가, 국민들이 단일화를 하라고 요구할 때 단일화를 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 후보와의 회동 시기에 대해서는 "당장은 무리"라며 "추석 때까지 선대위 구성을 마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이라는 데 공감하는 만큼, 어느 시기가 오면 경쟁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변모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 후보도 단일화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변화를 바라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두 후보 간 입장 상이해 단일화 어려울 수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양측의 미묘한 입장차로 안-문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두 후보 간 공통분모 형성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두 후보의 이념성향이나 정책의 지향점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난 것은 역사인식에 대한 부분이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국립현충원 방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참전용사 묘역만 참배했다. 물론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만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안 후보는 지난 20일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참배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행보를 펼쳤다.

새누리당 박 후보의 지난 24일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입장 역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두 후보는 일단 박 후보의 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문 후보 측이 만시지탄이라는 아쉬움 속에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했고, 안 후보는 대립구도를 넘어서 미래를 보고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이런 입장차는 문 후보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뜻을 두었고, 안 후보는 중도층을 넘어 보수와 진보 모두를 아우르는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정책 부분에서도 상이한 부분을 찾아 볼 수 있다.
문 후보는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전통시장을 찾아 "대형마트 입점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겠다"며 재벌 유통업체에 대한 원천적 규제방안을 내놓은 것이 좋은 사례다.

반면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근본주의적 접근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나간다는 게 기본원칙"이라며 점진적인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했다. 더욱이 눈에 띄는 대목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관련, "재벌의 경제집중, 빈부격차 심화는 굉장히 큰 과(過)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여정부와 실세였던 문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24일 타운홀미팅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선택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출마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치권의 변화와 국민 동의'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만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보아 결국 문 후보는 전통적 지지층 결집으로, 안 후보는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초반 대선전략의 방향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앞으로 남북관계나 교육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때마다 양측의 간극은 더욱 선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후 단일화 수순 예상

그러나 양측은 어느 순간 단일화를 두고 테이블에 마주 앉을 공산이 높다. 이에 따라 경쟁 후 단일화 수순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은 한두 달간 치열한 승부를 통해 최종후보로서 입지를 선점하고, 후보 간 담판이나 국민참여경선, 여론조사 등 단일화 방식에도 자연스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일화 안으로 문 후보 측은 안 원장 측의 ‘양보’가 전제된 ‘정치적 담판’이나 ‘책임총리제’를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포함한 ‘경선 담판’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 측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뤄졌던 ‘박원순-안철수 식’을 최상의 단일화 안으로 생각할 것이고, 안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함으로써 고스란히 그의 지지율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민주당의 대선 경선 등 중요한 일정 때 도서 출간 및 예능프로그램 출연, 폭로 기자회견 등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빼앗아 온 것을 감안했을 때 쉽사리 ‘정치적 담판’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안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가진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당 개혁'과 '국민 공감'이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고, 두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기존의 은유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강력한 출마 의지를 피력하면서  국민의 변화를 통해 대통령직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고 시사했다. 안랩 이사직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직 등 모든 직함을 버리고 향후 정치인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고, 동시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안랩의 나머지 지분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향해 공개적인 만남을 제안하며 "내일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3자 회동을 제시하기도 했다.

SNS 공간에서 양측 공방 치열할 듯

안 후보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밝힘에 따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뿐 아니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박 후보 지지층은 안정적 측면이 강한 반면, 야권에서 불가피하게 경쟁하게 된 두 사람의 지지율은 무당파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는 당분간 캠프 인선과 정책 구상에 집중하면서 문 후보와 차별화된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고 기자회견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측의 물밑싸움은 이미 선대위 구성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문 후보 측이 선대위 산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시민캠프’를 구성키로 한 것은 안 후보의 강점인 젊은 층의 소통공간인 SNS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의 시민캠프는 SNS 기반의 온ㆍ오프라인 결합형 시민정치조직으로,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를 지지해온 팬클럽 및 자발적 지지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조직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밝힌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 강화’ 방침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며 "선대위를 닫힌 구조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열린 소통과 동행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시민캠프 구성 방침을 놓고 안 후보 측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캠프 자체를 사무실 형태가 아닌 ‘SNS 캠프’ 방식으로 꾸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맞불을 놓아 SNS 표심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SNS 공간에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보균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