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등 역사관 사과... 추석 민심 향배 촉각

추석은 대통령 후보 민심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박근혜 후보는 추석을 기점으로 이명박 후보가 치고 나감으로써 청와대의 입성에 실패했다. 현재 안철수 후보, 문재인 후보,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에 대한 사과가 진정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철통같았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수립에 적잖이 고심하며 혼신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석 전후 경제민주화 등 공약에 승부수 띄울 듯 
야권 후보간 단일화 이해득실따라 전략 준비도

역사인식논란 불식 위해 공식 사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결국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향후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지난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5ㆍ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에게 있어 과거사 문제는 대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거기다 하루가 멀다하고 악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역사인식 논란을 공식사과하는 날마저 측근인 신임 김재원 대변인의 취중 폭언 구설수가 나올 정도였다. 역사인식과 관련,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더니 잇단 측근들의 비리가 터져 나오며 여론으로부터 싸늘한 시선만 쏟아진 것이다. 거기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를 공식화하며 야권의 경우 단일화라는 빅이벤트가 마지막 흥행카드로 남아있는 반면, 박 후보측은 악재를 극복하며 민심을 돌이킬 마땅한 카드가 눈에 띄지 않게 된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공식사과를 한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박 후보는 한달 전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 등 파격적 국민대통합 행보를 선보이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유신ㆍ인혁당 사건 등 역사인식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며 행보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누리당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지난 19일엔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거론하며 한 사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송 전 의원과 한 사업가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에서 "12월 대선에서 6만 표를 얻으려면 1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등의 발언을 해 그 여파가 적잖아 보인다. 여기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도 터져 나와 ‘산 넘어 산’이 됐다.

40%를 웃돌던 공고한 지지율은 지난 10일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 논란을 시작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컨벤션효과’와 무소속 안 후보의 ‘출마선언 효과’까지 겹치면서 급기야 각종 여론조사 양자 가상대결에서 두 사람에게 역전까지 허용했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참모들은 박 후보 본인이 과거사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 이에 걸맞은 과감한 대통합행보를 보여줘야 역사문제에 민감한 유권자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귀띔해왔다. 측근들은 특히 민심이 흩어지고 모이는 이번 추석 연휴가 대선의 초반 판세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고 특단의 조치에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나 역사인식 논란 사과는 이제 여론의 평가로 넘어갔다.

안-문 후보 간 연대에 긴장, 전략수립

이와 함께 박 후보는 무엇보다도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어떤 후보가 보다 손쉬운 상대가 될 수 있을지 다양한 전략도 필요하게 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키고 어떤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돼야 유리할지 득실 계산에 나서는 등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박 후보 측 입장에서는 문 후보, 안 후보 등이 3각 경쟁을 치르는 것을 최선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와 총리로 연대하는 것을 최악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거제와 부산 출신인 만큼 그동안 텃밭이었던 PK(부산경남)에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가 단독 후보로 결정될 경우 오히려 쉬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엄격한 검증을 피해나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안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도 제1야당이 대통령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불임 정당'이라고 공격하며 기세를 드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에는 민주당의 조직력에 안 후보의 지지층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빙의 승부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실패한 노무현 정권 인사란 비판에 나설 방침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두 차례의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 친노 인사란 점을 최대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시나리오 단계에 있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책임총리제를 두고, '대선-총리' 후보로 연대하는 경우에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 구성을 합의한다면 두 사람의 장점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박 후보 측에는 결정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 측은 현재로선 정당이 있는 문 후보로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양측의 연대를 차단하기 위해 연일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공격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최근 원내대표회의에서 "문 후보가 책임총리제를 제시했는데 이는 안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제안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책임총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해찬 대표가 노무현 정부에서 '책임총리'를 지냈던 게 생각난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이 대표가 강원도에 산불이 나도, 삼일절에도 기업인들을 대동해서 골프를 치고 다녔는데도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한테 버럭하더라"며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했고 책임총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후보가 그 실상을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 책임총리제를 제안한 것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면 어떤 꼼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악재에 대한 돌파구 모색

박 후보에게 ‘또 하나의 산’인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 정공법으로 몰아갈지가 관점이 됐다. 그런 만큼 박 후보는 더 큰 목소리로 정치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박 후보는 최근 예정에 없던 정치쇄신특위에 참석 "근거 없고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왜 이렇게 확산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쇄신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당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앞으로도 정책 행보를 통해 각종 악재에 대한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 핵심 인사는 "박 후보는 추석 연휴 이전에 국민의 삶에 와 닿는 구체적 정책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 중앙선대위를 조속히 출범해 추석연휴 민심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후보가 역사인식 논란, 측근비리 의혹 등을 전열을 재정비해 수세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당 안팎에서는 "중앙선대위를 빨리 띄워야 한다"며 "추석 전에 구성해 선대위 참여 의원들에게 임무를 줘야 활발한 지역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앙선대위 핵심 골격만 먼저 편성하는 등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문 후보의 ‘컨벤션 효과’와 안 후보의 출마선언 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밀리면서 연말 대선승리에 대한 당내 위기감이 깊어진 것도 조기출범 분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선가도에서 ‘적전분열’을 막고 당력을 결집시키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와 중앙선대위도 탈계파로 구성해 당력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대위의 쇄신을 상징할만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고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박 후보 진영이 여전히 ‘폐쇄구조’라는 비판을 고려해 친박 위주로 움직이는 현재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몽준,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중진들과 김무성 전 의원, 3선의 유승민 의원 등 계파와 상관없이 선거를 아는 인사들을 총망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박 후보가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중앙선대위도 난국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내세운다. 대선의 핵심이슈로 내세운 ‘국민통합’을 상징할만한 인물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박 후보가 빠른 시일 내에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 거친 ‘설전’ 등 당내 경제민주화 논란을 매듭짓고 단일화된 안을 마련, 승부수를 던져 대선 초반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박 후보가 좀 더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하고, 지배구조 문제까지를 포함한 파격대책 등의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김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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