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구분 없이 널리 퍼져...‘신종마약 규제 강화’ 강조

최근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마약과 관련된 범죄가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연예인을 중심으로 ‘프로포폴’ 등 신종 마약을 남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세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생명 위협 요인인 신종마약 ‘프로포폴’

최근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여성 연예인이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마약류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다 결국 구속되어 충격을 주었다. 지난 9월 13일 강원지방경찰청 외사계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A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2011년 2월부터 진단서 없이는 투약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 마약류로 지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초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에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경찰은 당시 A씨의 가방에서 프로포폴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보고 6월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9월 14일 법원에 출두한 연예인 A씨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춘천지법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난 4월 초 서울 강남구의 한 네일숍에서 일회용 주사기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가방에서 20mm 용량의 프로포폴 5병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A씨는 이러한 증거에도 “당일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다가 의식을 잃은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이처럼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단순 투약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은 애초 마취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현재 환각제로 오용되고 있다. 특히 프로포폴은 중독 위험이 큰 마약류로 우울증ㆍ불안감ㆍ자살충동까지 일으키고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연예인 외에도 일반인과 연루된 마약 범죄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9월 14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필로폰 환각 상태에서 애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살인미수)로 이모(37) 씨를 구속했다.

이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5시30분께 부산 연제구 한 원룸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애인 A(25·여)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당시 필로폰을 과다투약하고서 애인이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환각에 빠져 A씨를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9월 13일 대구 북부경찰서는 교도소에서 만나 알게 된 지인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한 임모(40) 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 8월31일 오후 3시 경 대구 북구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지인 A씨에게 필로폰을 건네받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임 씨를 대상으로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임 씨에게 필로폰을 준 A씨를 쫓고 있다.

이와 아울러 지난 9월 11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태한)는 해외 마약 판매 사이트를 통해 필로폰을 몰래 들여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33)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8월 해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30만원을 주고 필로폰 0.16g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주문한 필로폰은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다가 세관 검색대에서 적발됐다”며 “김포공항으로부터 첩보를 넘겨받고 지난 9월 13일 김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체포된 김 씨는 “호기심이 들어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다가 그만 공교롭게도 마약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마약류 지정제도로 ‘신종마약 근절’ 방침

또한 지난 9월 17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클럽가에서 마약을 복용한 스노보드 국가대표 출신 이모(33) 씨 등 모두 15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도박장에서 필로폰을 판매한 최모(57) 씨 등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클럽에서 미국인 친구로부터 환각제인 캡슐형 엑스터시 40여정을 입수해 여러 차례 환각파티를 즐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미국 유학생 출신 공익근무요원 조모(22) 씨와 클럽음악 작곡가 장모(32) 씨는 엑스터시 복용 외에도 대마초를 상습 흡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구속된 필로폰 판매책 최 씨는 서울 및 경기 지역 도박장을 드나들면서 지난 4월 구매한 필로폰 25g 가운데 일부를 투약하고 도박장에서 알게 된 김모(38) 씨 등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도박장 마약사범 17명은 밤샘 도박을 하면서 잠을 쫓기 위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특정인이 아닌 학생ㆍ일반인ㆍ주부에 이어 전문직 종사자에게까지 마약이 널리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약의 대중화가 뚜렷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전체 마약사범 수는 5,409명으로 나타났다. 입건된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일반 회사원은 지난해 247명, 주부 마약사범은 107명, 학생은 75명이었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가 278명에 달해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123명 ▲예술인 22명 ▲종교인 13명 ▲언론인 2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단속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마약 유통 환경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신종마약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한층 엄격하게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 등 신종마약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문제됨에 따라 향후 제2, 제3의 프로포폴을 막겠다는 의지를 발휘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17일 서울고등법원은 마약을 팔려다가 단속하는 경찰관을 차로 친 미국인 C씨(2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1심 형량인 징역 3년보다는 감형됐다.

C씨는 검거 당시 ‘AM-2201’이라는 신종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AM-2201은 향정신성의약품 상 가장 중독성이 강한 환각제로 분류돼 있는 합성대마의 유사체로 알려져 있다. 이 약품의 환각효과는 합성대마의 한 종류인 JWH-018보다는 9배, 대마초보다는 무려 41배나 높다.

이번에 처벌을 받게 된 C씨는 “합성대마와 그 유사체를 금지한 옛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 규정에서 유사체를 명확히 열거하지 않고 있다”며 AM-2201를 유사체로 규정한 1심 처벌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효능이나 화학식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AM-2201을 합성대마의 유사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최근 새로운 향정신성의약품 유사체가 잇따라 등장하는 현실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품명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향정신성의약품 유사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현실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품명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한계가 있다”며 “시행령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행령 규정의 유사체라는 단어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필요 없는 화학용어로 일반인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국민의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 있고 법 집행자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최근 외국에서 들여오는 신종마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운 와중에 마약 유사체 관련 시행령에 관해 법원이 내놓은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합성대마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약품이 이른바 ‘히로뽕’,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이다. 향정신성의약품 가운데는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약품도 있다.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이 대표적이다.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은 1992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되어 수술시 수면을 유도하고 유지시켜주는 마취제로 사용됐다. 하지만 심한 정신적, 육체적 의존성을 불러오는 환각효과가 있어 지난해부터 마약류로 지정ㆍ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약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환각제로 오남용 되는 사례가 많다. 식용감퇴제로 1914년 처음 개발된 MDMA는 환각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키면서1980년대부터는 환각제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또한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일명 ‘러미라’, ‘S정’도 현재 마약류로 지정돼 있다.

이 밖에도 응급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는 강력한 진통제인 ‘날부민’, 인체용·동물용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도 환각제로 널리 알려지면서 유흥업소나 클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합성마약 등 신종마약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단속방법을 피해 신종 원료물질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불법마약을 대체하는 물질이 등장하면서 신종마약이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종마약이 명칭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나오는 까닭에 식약청은 신종마약 적발에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 건건이 법으로 규정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어 지난해 9월 8일부터는 임시마약류 지정제도를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마약류 또는 이에 준해서 취급ㆍ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은 임시마약류로 지정한다. 신물질을 마약류로 지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세관 등에서 요청이 오면 한 달 이내에 임시마약류로 지정 예고해 처벌 근거를 마련한다. 2011년 일년 동안 최초로 분석ㆍ확인된 신종마약류로는 AM-2201을 포함하여 JWH-122·JWH-071·RCS-4 등 여덟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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