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지분 45.1% 넘겨라”, 롯데 “양보 못해”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지난 6월부터 1조원 유상증자, 2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발행, 자본금 증액안 등을 놓고 번번이 갈등을 빚더니 이번에는 아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고 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용산역세권개발지분 45.1%를 롯데관광개발로부터 넘겨받는 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그러나 코레일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나갈 경우 법적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도권 분쟁으로 갈등 심화

대한민국 개국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최대주주인 코레일과롯데관광개발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5월 계획설계 발표회를 갖는 등 순항하는 듯했던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에 따르면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서부이촌동 보상재원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주주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용산역세권개발()1대주주 자리에서 몰아내는 작업에 본격 착수해서다.

먼저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상대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은 극에 치닫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17일 오후 드림허브 이사회를 소집했다. 롯데관광개발이 보유중인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45.1%를 넘겨받기 위해 30대 주주자들에게 이사회 소집안을 보낸 것.

코레일이 목적대로 이 지분을 가져올 경우 용산역세권개발()1대 주주 자리가 롯데관광개발에서 코레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구조는 롯데관광개발이 70.1%이고 코레일은 29.9%이므로 롯데관광개발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역으로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25%, 롯데관광개발이 1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코레일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시행사인 드림허브와 그 아래 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2중 구조로 돼 있어 분쟁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들의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그동안 AMC1대 주주로 사업의 실무를 주도하던 롯데관광개발이 사업보상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코레일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부터다.

코레일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고집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전환사채(CB) 발행과 외부투자자 모집으로 맞섰다.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자본금을 사업비(30조원)10~20%인 최소 3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게 코레일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다.

코레일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삼성물산의 일선 후퇴 등으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과 토지대금 납부 조건 완화 등을 통해 대주주로서의 희생을 감수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지분구조와 자본금 규모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유사 시 추가적인 부담을 코레일 혼자 떠안게 될 수도 있다자본금 50여억원 규모의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과 대등한 파트너로 사업을 끌고 가기엔 약하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1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안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부결되자 코레일은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롯데관광개발에게 AMC 지분을 넘길 것을 종용했다.

코레일은 외부 투자 유치에 실패하게 한 롯데관광개발이 자본금 증액에도 반대하자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음을 내비치며 롯데관광개발의 AMC 경영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의 지분 인수에 반발하는 데다 사안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분명해 쉽게 사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AMC 지분 놓고 2대주주 내홍장기화 우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롯데관광개발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중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인수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지분은 2010년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 경영권을 포기하며 내놓은 것으로서 당초 삼성물산을 대신할 회사가 나타날 때까지 롯데관광개발이 잠정 보유하기로 한 물량이다.

코레일은 삼성의 지분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게다가 롯데관광개발은 AMC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2년 동안 단 한 건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데다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었다. 따라서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45.1%를 코레일이 가져갈 법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 코레일에게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사회에서는 다른 이사들이 코레일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아 자동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이 부결되려고 할 때 코레일 이사 3명은 '다른 안건은 의미가 없다'며 퇴장했고, 나머지 이사들은 극단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며 코레일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왔다는 것.

코레일은 책임지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보유 지분을 안 팔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드림허브의 수권자본금 증액안이 무산되면서부터다. 코레일은 현재 14천억원인 자본금의 향후 증액을 염두에 두고 최대 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코레일은 현실성 없는 사업계획은 사업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내외부지분투자자들의 주가 투자유치 곤란, PF사업의 핵심인 금융기관 대주주 구성 및 대출 불가, 건물 선매각 불가를 초래했다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으로의 변경 없이는 향후에도 추가투자 유치, PF조달 및 건물 선매각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도 현재 가치로 볼 때 높은 분양가로 인한 추가 투자 유치는 곤란하다면서 롯데관광개발 주도의 AMC가 주장하는 매출채권 유동화는 높은 분양성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방안으로 현 부동산 경제침체에 따른 PF 조달 곤란 상황에서는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한 사업비 조달계획은 현실성이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업비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증자 추진 또는 자금조달 불확실성을 대비해 단계적 개발 등 현실성 있는 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올해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한 증자 추진과 출자사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선 완료해 안정적 자금을 마련한 후 서부이촌동 보상발표 등 용산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이 지금과 같이 실현 불가능한 사업계획을 고집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본 사업은 사업시행 도중 중단될 것이라는 게 코레일 측의 주장이다.

코레일은 용산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AMC 지분인수 후 신규 주관사를 영입해서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수립해 외부투자자 유치와 금융기관의 투자, 선매각 유도를 이끌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이 실현가능한 어떠한 제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난 5년간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수립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추진 중인 사업계획에 대해 반대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지난 4월부터 5개월 동안 사업일정을 지연시키며 방해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코레일은 현실성 없는 주주배정 1조원 증자나 서부이촌동의 단계적 개발, 수권자본금 3조원 증액만을 주장하며 인허가의 전제조건인 서부이촌동 보상계획 발표를 반대함으로써, 일일 금융비용 4억원과 토지분납이자 9억원을 납부하는 본 사업을 5개월 이상 지연시켜 2,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PFV 운영자금이 고갈돼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현 상황 속에서도 시공건설사 공모를 통한 제2CB 2,500억원 발행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주주들의 의견도 다양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다분해진 이 분쟁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투자 유치와 분양 성공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이번 갈등에 따른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코레일과 대립각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서로 잘해보자라는 의미라며 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이뤄야 하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 출자사들의 의견을 확인해서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코레일도 이 사업이 중단돼서는 안 되므로 서로의 시각차를 좁혀서 같이 해나갈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자금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에 증자 제안을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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