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체감물가 심각

태풍‘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류와 과일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농수산물 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추석 성수품에 대한 공급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추석 수요가 많은 주요 성수품에 대해 추석 전 2주간을 특별출하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비축물량 방출 등을 통해 공급물량을 평시 대비 1.5배 확대하기로 했다. 또 성수품 직거래장터와 특판장도 개설하기로 했다. 계속된 폭염에 이어 태풍, 적조현상까지, 유난히 복잡했던 기후 탓에 농수산물 가격이 들썩이면서 당장 추석물가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소류·과일 등 농수산물 가격 천정부지 치솟아
정부, 추석 성수품 공급물량 등 대책마련에 분주
“직거래 장터 등 개설,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공급”
시민들 “정부대책 얼마나 효과 낼지 미지수”부정적

대상 품목은 배추, 무, 사과, 조기 등 총 15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직거래 장터와 특판장 2543개소를 개설해 시중가보다 10~30% 저렴하게 공급하기로 했다. 수산물에 대해서도 정부는 비축물량을 시중가격의 50% 수준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 할인 공급하기로 했다. 추진 물량은 명태 1천351톤과 조기 250톤을 비롯해 5개 품목 총 3천358톤이다.

식탁 물가 ‘위협’받아

대표적인 추석 과일인 배의 경우 전남 나주지역 농가를 비롯해 충남 천안, 경기 안성 등에서 태풍에 의한 큰 피해를 입었다. 여기다 배추, 상추, 깻잎 등 채소는 물론 고등어, 참조기 등의 생선은 태풍으로 인한 조업 부진으로 물가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채소, 과일, 생선류는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신선식품이다.

이에 따라 당장 서민들의 식탁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쪽파는 한 단에 하루 만에 82.4%가 수직 상승했고, 상추는 두 달간 9배나 뛰었다고 한다. 원근해 조업이 중단된 데다 피해가 컸던 양식장의 영향으로 수산물의 가격도 치솟았다.

정부는 추석 2주 전부터 비축물량 가운데 배추, 무, 사과, 쇠고기 등 15개 품목을 집중적으로 풀기로 했다. 추석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를 보면 이런 대책들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국의 이 같은 대책이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태풍 피해로 인해 추석물가가 최대 2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추석이 3주 앞두고 있다고 손을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최근 10년간 태풍 피해 직후 월간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15%까지 급등했다는 경제지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추석 음식 장만 쉽지 않아”

실제로 2005년 태풍 ‘나비’는 9월 물가상승률을 8월의 2배인 5.8%로 끌어올려 추석 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태풍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 가기가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가당국은 발 빠르게 물가안정대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물가관련 유관기관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관리대상 품목을 선정해 매일 동향을 파악하는 등 물가관리에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추석 차례상 비용을 어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성수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정희 씨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벌써부터 추석음식 준비가 걱정이 된다”며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있어서 이번 추석 음식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또 농수협과 축산단체 등이 협력해 추석용 선물세트를 할인된, 실속 가격에 시장에 판매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식품에 대한 원산지 둔갑과 부정유통 행위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이에 대한 집중단속에도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류와 과일의 작황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어서 단순한 제한적인 공급물량 확대를 넘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민경제 주름살 늘어

추석을 앞두고 생필품과 제수용품 등의 물가도 크게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주름살만 늘어나고 있다.
남대문 시장의 경우 아직은 본격적인 추석용품 준비로는 시간이 있는 편이어서인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쇼핑을 나선 일본인 관광객만 많이 눈에 띄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남대문떡집’을 운영하는 김순석 씨(여·55)는 “예전에는 추석 3주 전이면 송편 등 추석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특히나 예약 손님이 없다”고 전했다.

19살 때 보따리 옷장사를 시작해 올해로 40년째 길음시장에서 옷장사를 해온 전경순 씨(여·58)는 “이맘 때에는 추석빔을 사려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부모님 선물한다고 찾아온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면서 “IMF 때나 다를 바 없다”라고 푸념했다. 손님은 여전히 적고 추석용품 가격은 치솟을 대로 치솟은 것이다.

올해 추석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사전예고인 셈이다. ‘특히 ‘먹을거리물가’의 오름세는 급등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태풍이 연이어 지나간 후 채소 가격이 가장 먼저 들썩이고 있다. 상추(4㎏) 가격은 6만원으로 하루 사이 26.3% 올랐다. 일주일 전(1만5천원)과 비교하면 4배나 가격이 뛰었다. 시금치(4㎏)는 이날 4만2천500원으로 일주일 전 1만5천원보다 2.8배, 전날 3만8천500원보다 10.4% 상승했다.

원근해 조업이 중단된 데다 양식장도 큰 피해를 입은 탓에 수산물 값도 크게 올랐다. 활넙치(1㎏) 가격은 1만4천950원으로 일주일 전 8천700원보다 71.8% 올랐다. 전복은 중급 기준 ㎏당 45.1% 오른 3만7천원에 거래됐다. 공급량이 많아 하락세를 보이던 고등어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제수용품과 추석선물 가격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주부 박미진 씨(40·경기 안양시 박달동)는 “동태포 등 생선류는 미리 구입하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명절 한 달 전에 구입했지만 올해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 구입하지 못했다”면서 “다른 제수용품 가격도 크게 올라 검소하게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주전부리로 사랑받고 있는 ‘초코파이’(오리온)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15~20% 정도의 가격 인상률을 점치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4년 6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햇반 값을 9.4%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도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0원 안팎 올렸다. 농심은 새우깡 값을 100원 올렸고,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등 6개 라면 값을 50~60원 인상했다.

가공식품 중 아직 오르지 않은 장류와 조미료 등도 가격 인상이 전망되고 오뚜기도 라면 가격을 올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추석 식탁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업계에 가격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대기업의 가격인상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물가안정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생활물가로 인해 지갑을 열기가 무서운 게 현실이다.

정모근씨(45·관악구 신림동)는 “생활물가 안정 방침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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