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현장의 화재로 인해 현장의 건설노동자가 4명이나 사망하고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참사였다. 대낮에 그것도 도심 한폭판에서 정부 발주공사현장의 화재참사는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이자,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게 분명하다. 현 정부 임기말을 완공시점에 맞춰 무리한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유가족 대표들은 공사현장은 둘러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시설은 물론 안전관리 규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화재발생시 긴급 도피에 필요한 유도등과 진화시설도 별반 없었고, 소방관련 법령이나 산업안전보고기준 규칙 등도 유명무실했던 것 같다. 아무튼 현 정부의 무리한 공사일정, 관리감독 부실, 그리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시공사인 건설업체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공사측은 부인하고 발뺌하고 있지만 발화에 치명적인 우레탄 공사와 용접작업을 병행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청업체 관계자들도 공사독려로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확한 화재원인이야 앞으로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조사이후 나오겠지만 지금까지 언론보도와 현장증언 등을 종합해 보더라도 현 정부와 시공사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이같은 화재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 그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긴급현안 보고형식으로 회의를 소집해 최광식 문화관광부 문화부장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장, 시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질타하고 화재원인과 대책마련에 대해 따졌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 등을 종합해 보더라도 무리한 공사일정이 입증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참사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는 물론 국회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인재(人災)라고 질타했다. 지표조사 과정에서 문화재가 상당수 발굴된 옛 기무사 터에 들어선 부지자체도 문제이거니와 미술관이라는 특성과 지하 3층에 연면적이 약5만2천㎡에 달하는 건물규모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한 공사강행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사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속도전을 치른 것이다. 완공목표 시점에 맞춰 공사를 밤낮없이 강행하다가 벌어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공사 화재참사도 4대강 공사와 마찬가지로 예견된 사고였는지 모른다. 지난 2009년 1월 15일 오전 11시에 열린〈2009년 문화예술 신년인사회〉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무사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대통령 눈치를 살폈는지 곧바로 같은날 2시에 당시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은 2012년안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임기내 준공계획을 발표하자 공사여건 등은 거의 무시되었다. 오직 임기내 완공이라는 목표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설계 공모 당선자도 앞당겨 발표되고, 문화재 지표 및 발굴조사등도 앞뒤 순서가 뒤바뀌었다. 적어도 4년 정도 걸려야 하는 공사를 20개월도 안돼서 완공을 목표한다는 것은 말로 안된다는 설계자와 건축심의위원 지적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준공시점이 한 두달 정도 변경되긴 했으나 결국 현 정권 임기내 완공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전문가들이 모두 우려하던 무리한 속도전을 강행하다 결국 이번에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정부와 시공사의 인재(人災)로 보여지는 이번 화재참사에 대해 철저한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유사사고의 재발방지책은 당연하다. 화재예방 등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의 완공시점과 개관일정을 차기정부로 넘겨 재수립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번 화재참사에 대해 뼈저리게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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