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 차단’ 전방위 검증 본격화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가도에 복병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안 원장의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 이중성 논란 등이 대두되며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검증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중앙선관위가 최근 안철수 재단이 현 체제로 활동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부분도 안 원장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민주당 합류나 독자노선을 통해 대권행보를 광폭으로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최태원 구명운동 등으로 安, 이중성 논란 휩싸여
安측 “비판과 지적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
선관위 해석으로 ‘안철수 재단’, 대선까지 활동 위축
“민주당 합류냐 독자노선이냐” 대선 출마 방향 미지수

최근 안철수 원장의 이중성 논란 등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출연을 계기로 안 원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등 안철수 바람이 불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급상승 이후

새누리당은 우선 안 원장이 과거 ‘최태원 구명 탄원서’ 논란에 이어 대기업이 은행업 진출을 위해 추진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과정에 관여한 것이 최근 행보와 이중적 잣대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을 주창하며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던 안 원장이 수년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이중적 행태에 비판이 일며 대권가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1조5천억대 분식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후 사면조치 됐다. 안 원장은 재벌 2.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V-소사이어티 회원의 일원이었고, 이 모임을 주도했던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 원장은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며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최 SK그룹 회장을 위한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안 원장 측은 “검증을 피한다든가 하는 꼼수를 부릴 생각은 없다”며 “지금 같은 인터넷시대에서 과거에 어떤 것은 낱낱이 드러날 것이고 국민들이 그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며 있는 그대로 알리고 잘못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 받아들이고 해명할 게 있으면 해명하고, 그런 식으로 정면으로 받아나가야지 특별히 준비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 탄원과 관련, “만약 별도나 독자적으로 탄원서를 썼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40명의 회원 전원이 서명한 것”이라며 “증자 과정에서 인터넷보안을 담당하는 안랩의 자회사가 업무상 관련성 때문에 3000만 원이 들어간 것이며 설립하는데 전혀 관여를 안했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여권, 공세 강화

그러나 새누리당은 재벌개혁과 경제사범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안 원장이 분식회계 등으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을 벌이고 대기업의 인터넷 은행 추진에 참여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 원장은 자신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하며 “정의를 화두로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새 시대의 가치를 내세우고, 사실상 대권가도를 달리던 안 원장이 재벌총수의 구명을 위해 앞장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주장했고, 심지어는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와 처벌강화를 강조했다”며 “한사람의 생각과 입에서 이렇게 다른 말과 행동이 나온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인식과 논리가 이중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안 원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의 이중적 잣대에 상당한 의구심을 보낸다”며 “진실은 단순함 속에 숨겨져 있는 법이다. 텔레비전을 갖고 싶어 구입했는데 소리만 난다면 그것은 텔레비전이 아니라 라디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조원진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은 작년 한 강의에서 금융사범에 대해 사형 관련 과격발언을 했는데 최 회장의 죄가 바로 분식회계”라면서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부분은 안 원장이 국민께 사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 질의과정에선 “최 회장이 안철수연구소의 무선 보안 관계사인 'IA시큐리티'를 만들 때 30%의 지분을 냈다”며 안 원장이 동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구명 탄원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장의 ‘이중성’ 부각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박근혜 후보의 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한 방송에 출연, “지금까지 나온 정도가 해명을 해야 될 정도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본격적으로 검증에 나서게 되면 지금까지 나온 정도는 먼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재단’ 활동 논란

새누리당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전형적인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말로는 재벌개혁을 외치면서도 그가 걸어온 행보는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안 원장에 관련된 의혹과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안 원장의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선관위가 안철수 재단과 관련, 재단의 명칭에 입후보예정자의 명칭이 포함돼 있어 그 명의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힌 부분도 안 원장의 대권행보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이 최근 질의한 데 대해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결과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안 원장의 이름을 딴 안철수재단의 활동은 사실상 공직선거법 제112조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지난해 11월 14일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의 절반을 사회 기부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설립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현재 주식 처분도 마친 상태다.

선관위는 이와함께 “안철수재단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려면 재단 명의를 바꾸고, 안 원장이 재단운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재단이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안 원장으로 추정할 수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따라 “재단의 명칭을 변경하고 안 교수가 재단운영에 참여하지 아니하며 입후보예정자의 명의를 추정할 수 없는 방법으로만 금품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재단의 이름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안 원장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안 원장이 안철수재단과 거리를 두겠다고 밝혀왔지만 정치권에선 안철수재단이 향후 대선국면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점쳐와 선관위가 이번에 내린 결정은 어떤 형태로든 안 원장의 대선 가도에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재단 이사회는 “엄정한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염두에 두는 한편, ‘사회적 기회 격차 해소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재단의 설립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재단 명칭을 유지키로 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사회는 또 “재단은 출연자의 기부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으나, 법적으로는 출연자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재단의 독립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재단은 현재 창업지원과 교육지원, 세대간 재능 나눔 및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나눔 플랫폼의 구축 사업 등을 준비 중"이라며 "안철수 재단은 독립적인 공익법인으로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 창당되나

한편 안 원장이 재단을 활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안 원장을 지지하는 조직으로 '철수사랑' 'CS코리아' '철수산악회' 등이 주목을 받으며 독자세력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 이 같은 단체들이 직간접적인 지원 조직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함께 안 원장이 아예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쇄신파까지 흡수하는 신당을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조직을 갖출수도 있다. 민주당 내 다수의 현역 의원들은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을 대비하며 타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안 원장 측은 이런 가능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신당 창당이나 민주당 입당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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