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의혹·안철수 변수·혹독한 검증

박근혜 대 비박(非朴)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비박 4인(김문수ㆍ임태희ㆍ김태호ㆍ안상수)은 초기에 ‘박근혜 때리기’에 ‘안철수 변수’를 적극 활용하며 박 후보를 향해 '안철수 돌풍'을 사례로 제시하는 등 '박근혜 대세론'이 붕괴됐다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여기에 4·11총선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 터지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 대선 경선 일정이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공천헌금 등 박근혜 후보 책임론을 둘러싼 충돌은 더욱 가열됐다.

새누리 대선 경선, 비박계 ‘朴 때리기’집중 포화  
공천헌금 의혹 파장, 책임론 둘러싸고 충돌 가열   
검증 칼날도 매서워…朴측 “네거티브 공세 그만”
안철수 지지율 상승하자, 비박측, “박근혜 불안”

경선초기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의 5.16발언과 '안철수 변수' 등이 주요 매개물로 활용되며 박근혜 대세론의 허구성을 비박주자들은 공격했다. 박 후보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을 맹폭한 것이다.

대세론 붕괴?

특히 야권은 박 후보의 역사관을 문제 삼아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집중포화뿐만 아니라 정수장학회를 수면위로 이끌며 박 전 위원장에 대한 흠집내기와  ‘정두언 파문’이후 동생 박지만씨와 관련된 저축은행 부분에 대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안철수 변수와 관련해서 “박 후보로는 불안하다. 대세론이 붕괴되고 있다”며 “안 후보에게 역전된 결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대한 대한민국을 안철수 같은 무자격ㆍ무면허자가 이끌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호 후보는 “책 한 권으로 대세론이 흔들렸고, TV 출연 한 번으로 대세론이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가 양식장 횟감이라면, 김태호는 자연산 활어 횟감”이라며 “안철수를 꺾을 사람은 나 김태호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의 5ㆍ16 역사관에 대해서도 “쿠데타는 쿠데타고, 혁명은 혁명”이라며 호남에 왔으니 시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어딜 가나 국민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정치는 국민의 삶은 제쳐놓고 과거와 싸우고, 비방과 네거티브하느라 바쁘다”며 “이런 정치, 정말 비상식적이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제 비상식의 정치를 끊고,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상식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4·11총선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 비박주자 3인은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며 경선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하게 됐고, 비박 주자 3인은 결국 다시 경선일정 재개에 들어가는 우여곡절을 겪게됐다. 이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비박주자들은 박 후보의 대세론에 칼을 겨누었다.

비박계의 공세

김문수 후보의 박 후보 비난 강도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연설에 앞서 상영된 자유주제 홍보 동영상에서 “박 후보는 19대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원칙 없는 공천으로 새누리당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딸과 빈민 운동으로 각각 전혀 다른 인생 궤적을 그린 박 후보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우위를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 측은 공천비리와 관련 “새로운 팩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관련성이 드러나는 지 보고, 수사 결과가 사실로 드러나면 당대표를 비롯해 박근혜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쇄신의 뒷자락에서 국회의원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벌어졌다”며 “민주주의를 사고팔았다. 성매매보다 더한 짓을 했다”고 원색적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당에 민주주의가 사라졌고 사당화됐다”며 “원칙, 원칙 하면서 불통 이미지만 더해가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임태희 후보는 “새누리당이 위기에 빠졌다. 위기에 빠진지도 인식 못하는 게 더 큰 위기”라며 “도대체 공천에서 돈이 오갔다는 게 웬일이냐”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한 라디오에 출현해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이 문제를 개인 비리로 접근하면 개인도 죽고 당도 죽는다”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아주 위중한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또 “지난해 ‘디도스 사건’ 때 당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났는데 이번 파문은 그것보다 수십 배 큰 사건”이라며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황우여 대표가 물러나는 게 사태 수습의 첫 순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며 “박근혜 후보는 이번 사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공천헌금 의혹, 대선 뇌관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공천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뒤 “만일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다. 빠른 시일 내에 밝혀서 관련된 사람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천헌금 의혹 파문에 대해 비박주자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공세’ 및 ‘지도부 공세’에 대해 경대수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책임론이 귀결될지 예측할 수가 없지만 다만 박근혜 후보가 그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을 때 상황은 기억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이 원해서 비대위원장을 한 게 아니라 당에서 그분을 모셨고, 당시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 파문이 연말 대선의 뇌관으로 급부상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유력주자인 박근혜 후보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헌금 의혹을 정조준하던 사정칼날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조사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 공천헌금 파문이 어디까지 향할지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비박주자들은 당 진상조사위에서 지난 총선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주장하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후보 측은 공천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함께 당내 공천 의혹 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고, 임태희 후보 측은 이미 자체적으로 공천비리 제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당도 파상 공세

반면 지도부는 현 의원과 공천헌금 3억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으로 조사 범위를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등 비박 주자들과의 이견으로 정면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홍일표 신임 대변인은 ‘현 전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만을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 사퇴 요건으로 못 박았고, 서병수 사무총장은 그나마도 “(현 의원과 현 전 의원간 금품수수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개인적 비리인지 당에 심각한 운영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인지는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박 측에선 벌써부터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 출범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함께 비박 측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도부 사퇴에서 그치지 않고 박 후보 책임론도 다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선 공천헌금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선을 뒤흔들 공격소재로 삼겠다는 분위기여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대선 본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은 정치 쟁점화를 통해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파문을 막기위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연석회의에서 제명안을 결정하고도 즉각 복당 운운하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세간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수사 의뢰를 하면서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도 증거인멸이 우려스러워서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부대표는 사건 배당과 관련해 윗선 개입 의혹과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사건을 부산지검에 배당했다. 누군가가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고발 일주일이 지나도록 두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관련자 신병확보도 안됐다. 결국 배달사고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 본인의 말을 그대로 믿더라도 중앙선관위 조사국장과 통화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는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며 “통화 내용에 따라 사전에 관련 당사자들의 말맞추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가 ‘배달사고’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몇몇 일간지가 배달사고 가능성을 보도하더니 박 전 위원장의 실세인 이상돈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 정치발전위원이 배달사고와 횡령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이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박 전 위원장 식으로 제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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