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6 발언’ 파장이 크다. 지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16은 아버지가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위험한 역사관을 일부 드러냈기 때문이다. 발언이후 혹독한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저같이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재차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군사쿠데타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하는 역사관 때문인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듯한 반응이다.

이에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자들까지도 거세게 비판을 가한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까지 혹독한 비판이 연일 이어졌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경선 후보들마저도 “탱크를 갖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하는 것을 쿠데타”라고 한다. ‘쿠데타는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라고 맹비난한다. 설사 보수정당이라도 해도 역사적 진실을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비판이 계속되는 걸 보면 무서운 역사관이 분명한 것 같다.

야권도 반응은 더 강력하다. “참담하고 착잡한 심정이다. 심지어 소름끼친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수많은 희생을 치룬 민주화 시절을 겪었던 국민의 평가는 더 혹독하다. 외면하기 어려운 딸과 아버지 관계라고 하지만 5·16 발언은 정치지도자로서 적절치 않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쿠데타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절대다수 사람들은 분노·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매우 우려했을 것이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있다. 인물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5·16 만큼은 결코 숨길 수도, 변할 수도 없는 군사쿠데타라는 역사적 진실이다. 지난 18년간의 철권통치를 부인하고 숨기려해도 그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발언의 파장이 더 커진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 대선경선 후보로 나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그는 2007년 7월 대선 도전 때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말해 당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같은 위험한 역사관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전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박정희 시대의 철권통치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일부에서는 폐관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한다. 고문과 투옥,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대변되는 철권통치 수많은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민주시대를 넘어 평화와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로 가야 할 이 시점에 다시금 독재정권의 쓰라림을 기억하게 만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가슴아픈 현실이다.

진정으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도자의 위치에 가려면 독재자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철권통치를 추억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독재자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아버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인간적으로 아버지를 폄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로 가는 길은 길고 험난하다. 비록 아버지가 저질렀지만 군사쿠데타를 더 이상 미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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