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깨진 여성,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 취급 당하기도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98), '와니와 준하'(2001), '결혼은,미친 짓이다'(2001)의 공통점은 혼전동거를 주제로 다뤘다는 점이다. 상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싱글즈'(2003)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도 마찬가지. 과거 터부시됐던 '혼전동거'는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TV드라마의 주제로 다뤄지는 등 달라지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동거를 통한 젊은 남녀의 결혼관을 담고 있는 작품.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의 원작자 김유리(27)-안동열(29)씨 커플도 4년만의 동거 끝에 올봄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제적 이유 가장 높아 결혼의 전제 조건이 사랑이듯이, 동거의 전제조건도 사랑이 우선시된다. 그러나 최근 경제 불황의 여파로 사랑없이 동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울산에서 사업을 했던 최모씨는 "불황을 못 이기고 부도가 나버렸다. 그래도 일거리가 있는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하려 하는데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 몇 달 동안만이라도 거처가 있으면 좋겠다"며 자신에게 거처를 나눠쓸 용의가 있는 여성을 찾고 있다. 동거인 매칭 사이트 '아이러브동거'에 글을 올린 20대 초반 여성은 "전 빚이 많아요. 사정이 아주 급해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을 급히 찾습니다. 사진은 메일로 보내드립니다"면서 동거인을 찾고 있다. 대신 생활비는 벌어서 대겠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여성은 "서로 사생활 터치 안하고 한 달에 방세로 10만∼20만원 정도 냈으면 좋겠다"고 우선 조건을 내세웠다 이같은 생활비 절감 등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동거를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강남 원룸에 살고 있는 조승용씨는 "회사 여건 상 매일 아침 일찍 회사로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온다. 일요일도 없고 격주로 휴무하는 사정이라 여자친구를 구할 시간도 만날 시간도 없다. 이러다 결혼도 못할 지도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서는 동거가 유일한 이성교제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장기 지방출장으로 인해 동거를 원하는 경우. 1년간 대천 지역으로 출장나온 최모씨는 "회사에서 마련해준 34평짜리 집에 혼자 살기가 너무 허전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니까. 헤어지기 싫으니까 라는 이유로 동거를 택하는 경우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실시한 동거 관련 조사에서 '동거의 좋은 점'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의 44%(남자 50.7%, 여자 37.5%)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로 응답했다. 문란한 여자로 손가락질 당하기도 갖가지 이유로 젊은이들이 동거를 하고 있지만, 비단 장점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 동거 사이트의 회원들에 따르면 동거를 하더라도 결혼을 할 때까지 마음을 다 줘서는 안되며, 여성이 갑작스레 임신할 경우 준비가 안된 남성은 겁이 나 달아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한 동거는 이별의 여지가 한편으로 크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까지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크나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동거 6개월차인 한 여성은 "몇개월 지나자 남자가 서서히 변해갔다. 외박도 잦고 술 마시고 들어오는 횟수도 많아지면서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읽었다. 결국 상처만 안은 채 이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동거를 하다 깨진 경우 여자는 성적(性的)으로 문란한 여자로 손가락질 당할 가능성이 있다. 한 회원은 "사이트에서 만나 결혼까지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섹스가 주된 관심사인 남성, 카드 빚이나 부채 해결이 최우선인 여성은 주의해야 할 대상자들이다"라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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