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측근·사조직’발언,,, 염 의원 “李총리 경거망동 말라”

잇따른 의혹사건으로 정국은 불안한데 위기를 돌파하려는 당·정·청 간 협조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여당 측 압박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3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질책하고 혼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지적했고,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정부 사령탑인 이해찬 총리에게‘경거망동’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면으로 비난했다. 여권 내분으로 비쳐질 우려마저 있는데도 여당 지도부까지 나서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우선 정부에 대한 의원들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사건, 행담도 의혹사건 등에서 정부측 실책과 대응 미숙으로 여당까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자 의원들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당정 관계를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당내에 확산돼 있는 상태다. 종전까지는 주로 ‘개혁 대 실용’ 논쟁이 당내 주요 이슈였으나 지난달 30일 무주 워크숍을 계기로 노선 다툼은 일단 뒤로 밀리고,이제 의원들의 문제의식은 당정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에 당 서열 1,2위인 문 의장과 염 위원은 의원들의 여론을 대변해 이 총리와 정부측에 긴장감을 주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 의장은 무주 워크숍 이후 의원들과 활발히 만나 의견을 수렴하면서“지금까지는 말을 아껴왔지만 당이 위기인 만큼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에 대해 할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세 총리와 실세 측근 간 충돌 열린우리당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이 3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 가능성을 이총리가 최근 언급한 것을 두고,“이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정간 의견대립은 청와대측도 당혹감 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정·청간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워크숍에서 이 총리가 진화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이 총리가 지난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찬강연에서 “지금이 이른바 (대통령)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건 해야겠다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염 위원은 이날“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과 권력을 다 누린 실세 중의 실세이고, 측근중의 측근”이라고 규정하고 “그런데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염 위원은“이 총리가 언급한 대통령의 측근들은 악역을 자처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 것 밖에 없는데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면서“측근들이 권력을 농단 했다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리의 책임이 아니고 누구의 책임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면서“정권의 레임덕을 부채질하려는 (외부의) 불순한 의도에 이 총리까지 흔들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염 위원의 직격탄을 계기로 지난달 말 우리당의 무주 워크숍 때부터 증폭되고 있는 당정간 정책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당 오영식 원내부대표는“당이 위기 수습을 위해 새 각오를 다지는 과정에서 이 총리의 발언이 시기적, 표현적으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부대표는 원내대표단 회의 뒤,“더이상 (청와대) 인적쇄신 등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경계하는 이총리 우리당은 이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정·청 워크숍'에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관계 재정립 문제 등을 둘러싼 당정 간 신경전이 재연됐다. 이 총리는“서로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단합해야 한다”면서“그것만이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총리는“앞으로 10년,15년이 100년을 결정할 것”이라면서“성심을 다해 일했는데도 능력이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나태하고 무능해서 조국의 100년을 망쳤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재촉했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대통령 측근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실제 비리가 있거나 어떤 징후를 포착해서 한 말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경험상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 측근 비리가 다 있어 왔으니까, 거기에 대해 미리 경고를 하고 정부부처는 본분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은 청와대와 정부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우리가 이것을 질책하고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인 김한길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과 행담도 개발사업이 국회에 보고된 적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는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개혁파의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정신나간 사람 아니냐”며 “과거 자신의 경거망동이 당에 누를 끼칠 것을 뒤돌아봐야 할 사람이 정말 분수도 모르고 경거망동하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청와대측도“총리가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는 총리실의 해명이 있었던 만큼 오해가 해소됐다”면서도 염 위원의 정면비판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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