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새누리당 의원이 구속 수감됐다. 지난 2007년 대선전에 일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형님이 구속되기는 헌정사상 최초라고 한다. 특히 이 전 의원은 구속되는 현장에서 분노한 저축은행 피해자들로부터 계란세례를 받는 수모까지 겪었다.

대통령의 형님이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집권기간 내내 사실상 막강한 권력을 누려온 대가인지 참으로 비참한 말로이다. 대다수 세상 사람들은 이같은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권력자 주변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체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착잡한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은 물론 가까이서 보좌하는 측근그룹의 책임이다. 사전에 충분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꼬리를 물고 연일 권력형 비리 사건이 세상을 뒤흔든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에만 대통령 주변과 집권세력 인사들 상당수가 드러났다. 대통령의 형님은 물론, 권력의 중심에서 왕차관, 왕수석 등 온갖 별칭을 다 들었던 청와대 인사, 대통령 친인척, 고위공직자, 정치인 등 각종 비리혐의에 거론된 인사만도 벌써 수두룩하다. 도대체 현 집권세력의 부정비리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부끄러워야 해 할 실상이다.

이번 사태를 대하며 많은 사람들은 권력의 무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권력주변 인사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한다. 평생을 시장에서, 노점에서, 생업현장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아껴 한 푼·두 푼 저축은행에 맡겨온 서민들의 분노는 계란을 투척하는 심정보다는 더 했을 듯싶다. 서민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버겁다고 아우성치는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이권을 챙기고, 부정한 돈을 챙기는데 몰두하고 있었으니 민심이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 형님은 정권출범 초기부터 ‘상왕’이라는 듣기 민망한 별칭까지 들을 정도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컸다. 대통령 형님이라는 특수 관계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동생의 당선을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약 대통령의 형님이 아니었더라면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짐작한대로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논공행상(論功行賞)식의 인사 때마다 관여한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실제로 경선과 대선 때 도움 받은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공기업 인사는 물론 각종 사건에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그 때마다 언론의 따가운 지적과 세간의 냉혹한 비판이 있었는데 어느 누구하나 제지하지 못했다. 최고 권력자의 가족이라는 특수한 위치로 내부에서도 제대로 보고하거나 통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인사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역시 그 때마다 보고와 견제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했다. 권력의 속성일지도 모르지만, 최고 권력자의 가족과 친인척, 최근인사들의 비리와 전횡은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다. 내부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점검하고 비리 개연성을 막아야 한다. 비리가 예상되는데도 이를 못한 책임이 크다

특히 이상득 새누리당 전의원은 친동생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현직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그같은 처신을 했더라면 이같은 비참한 말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과욕을 내려놓도록 어렵더라도 대통령이 했어야 했다. 권력의 생리상 대통령만이 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다.

막강한 권력이 태동하던 시기에 어느 누구도 그를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권고할 수 있었겠는가, 최고권력을 차지한 친동생인 대통령만이 부탁하고 사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형님이 국회의원에 또 나서려고 할 때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고 우려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한 것 같다. 결국 형님의 구속사태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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