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고액배당금 논란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고액배당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올해 권혁세 금감원장이 생보사들에 대해 “과도한 배당금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음에도, 2011회계연도를 보면 생보사들은 여전히 고액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쏠린 곳은 삼성생명이다.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830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또한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개인 최대주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란 점에서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배당으로 얻는 이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배당금만 830억원 “주주 배불리기” 비판 가중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일 “연초에 세워둔 검사운영계획에 따라 6월 25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생보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특별검사가 미칠 생보사는 삼성, 대한, 미래에셋, 동양, 교보, 신한, 아이엔지(ING), 아이비케이(IBK)생명 등 8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칼 빼들어

금감원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도입 후 최초 공시 결산회계 △배당결정과정 △공시이율 결정방법의 적정성 △내부통제 장치 작동여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생보사들이 유배당상품과 무배당상품간의 비용전가 등을 통해 계약자에게 가야될 돈을 대주주의 배당재원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배당상품은 운용수익 대부분이 계약자에게, 무배당상품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모든 운용수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유배당·무배당상품의 생보사들이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을 높여 계약자를 모으고 손실은 유배당상품으로 넘겨 주주이익을 높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무배당상품에서 발생한 판촉비, 인건비를 유배당상품에 넣어 주주이익을 늘린 것은 아닌지 여부도 점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특별감사에 대해 금감원은 ‘연초에 세워둔 계획’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는 “생보사들이 ‘과도한 배당금을 자제해달라’는 금감원의 당부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고액 배당금을 지급하자 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생보사 주주 현금배당은 교보생명이 주당 5,000원, 삼성생명이 주당 2,000원, 흥국생명이 주당 1,750원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주당 현금배당이 전년 대비 66%나 올라, 최대주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346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었다.

삼성생명에 이목집중

그러나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받은 신 회장보다도 더 많은 배당금을 챙겨간 이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4151만9180주)를 보유 중으로, 이번에 받은 현금배당만 83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소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생명은 2011회계연도 당기순이익 9,484억언을 남겨 이중 41.5%인 3,94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지급했다”며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830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받았다. 2009년에는 주당 1,125원, 2007년과 2008년에는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가 2011년에는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보험의 이익은 계약자가 보험료를 더 내거나 보험료를 덜 받아서 생긴 이익으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주주가 낸 자본금이 총자산의 0.0625%에 불과한 1,000억원의 소수재벌 주주에게 당기순이익의 41.5%를 독식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삼성생명의 현금배당에 대해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현금배당으로 830억원을 챙기면서, 삼성생명의 2대주주가 삼성에버랜드라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삼성에버랜드의 개인 최대주주가 지분 25.10%(62만7390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기 때문. 즉,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삼성생명 현금배당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삼성생명의 지분 19.34%(3868만8000주)를 가지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773억7600만원을 챙겼다. 물론 배당금 일부를 이 사장이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배당금을 받음으로써 삼성에버랜드의 이익이 많아지고, 이는 곧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향후 에버랜드가 상장됐을 때 개인 최대주주인 이재용 사장에게는 좋을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이 사장에게 삼성생명의 배당금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검사에 대해 “따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부터 금감원에서 검사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이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힌 뒤 고액 배당금 논란과 관련해서는 “‘주주 배불리기’라기 보다는 당시 주가가 10만원 정도였고, 배당은 주당 2000원이었다. 주가 대비 배당률이 높은 게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는 지분이 워낙 많다보니 그런 액수가 나온 것이지 ‘주주에게 배당을 더 줘야지’ 해서 책정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배당이 높게 측정됐다는 금소연의 지적에 대해서는 “상장된 이후 상장사니까 주가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에서 중시하는 RBC비율 기준이 100%인데 삼성생명은 3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좋다. 배당금을 지급해도 충분히 재무상태가 좋다”고 덧붙였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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