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조사 결과, 7월 전망치 원지수는 89.7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고용(100.7)을 제외한 내수(97.6), 수출(97.9), 투자(97.6), 자금사정(93.3), 재고(106.2), 채산성(93.4)이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8.2), 중화학공업(88.0) 등 제조업(88.0)과 서비스업(92.0) 모두 부진할 것으로 조사됐다.

6월 실적치도 90.4로 역시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부문별로는 내수(97.6), 수출(98.5), 투자(98.3), 자금사정(93.4), 재고(107.3), 채산성(91.9)이 부진했으며, 고용(100.7)은 호전됐다. 업종별로는 경공업(92.6), 중화학공업(91.3) 등 제조업(91.6)과 서비스업(88.9)이 모두 저조한 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아울러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기업들은 우선 현재의 위기가 이전의 위기들과는 달리 모든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맡을 나라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해법과 관련한 유로존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이를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것 역시 부정적 요인이다. 이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이 한동안 지속되리라 예상하는 기업들의 심리가 지수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그리스와 함께 스페인이 위기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신민당의 승리, 스페인에 대한 1000억 유로 지원 소식 등에도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유로존의 전반적인 경기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2011년 전체 수출의 18.7%)인 유로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8.1%에 그쳤다.

미국 또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분기 경상수지는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인 1373억달러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지난달 실업률이 마의 8%선을 깨지 못하고 8.2%로 반등하는 등 고용지표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미국, EU 등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 모두 흔들리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3~5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가 3개월 넘게 이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는 경기침체로 수입이 함께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있다.

한편 유럽위기에 따른 우리 경제의 저성장세는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가로막아,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민간의 실질구매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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