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선후보 경선 관리, 막중 임무

황우여 의원이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선임됐다. 1위와 2위(이혜훈 의원)의 표차가 무려 1만5573표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승리였다. 이번 지도부의 최대 과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8월 말~9월 초 대선경선 준비 등 대선관리를 공정하면서도 유권자의 주목을 끌도록 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박계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친박 일색의 지도부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향후 황 신임 대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로 당 대표에 선임돼
‘황 체제’ 출범…친박계 주류가 당권 장악 의미
계파간 불협화음에 대해 균형있게 조율해야 할 책무
일각 “대선후보 경선 공정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

전대 후보 등록 전부터 당 대표로 유력시돼온 황 대표는 이날 전대 경선에서 대의원·당원·청년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30%)를 합산한 결과, 총 3만27표를 얻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선거인단 투표에선 2만1487표, 여론조사에선 29.08%(8459표)의 지지 응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황 대표 체제의 출범은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친박계 주류가 처음으로 당권을 장악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말기 친박 핵심인 황우여 대표 체제가 출범, 대선을 앞두고 확고한 박근혜 친정 직할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향후 대권가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당 화합ㆍ쇄신 박차”

황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선출한 숨은 뜻은 무엇보다도 당을 잘 화합하라는 뜻과 쇄신을 지속적으로 해달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대표는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국민과 한 약속, 다시 말씀드려서 국민 행복을 우선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국민행복국가’ 건설에 저희들의 임기 동안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당은 더욱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민생을 돌보고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우리 약속한 바를 모두 실천하는 데 매진하겠다”며 “이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생현안들에 대해서 약속대로 100일 안에 모든 법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의 개혁도 가일층 힘차게 진행해서 국민들이 됐다, 할 때까지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손을 잡아주실 때까지 쉼 없이 진행하겠다”며 “경선준비체제를 조속히 갖추고, 대선의 기반을 닦는데 최우선 당무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심과 당심을 받들어서 당을 철저하게 민주정당으로 그리고 전국정당으로, 무엇보다도 국민정당으로 만드는데 우리의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 새 지도부와 함께 19대 국회의 원활한 운영과 오는 12월 치러질 대선정국을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과정을 공정하게 이끌어야 하는데다 계파간 불협화음에 대해 균형있게 조율해 나가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경선에서는 엄정하고 중립을 지킬 것”이라며 “모든 후보들과 합의제로 의견이 수렴 될 수 있도록 원만한 진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파 없이 공정한 대선을 치루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첫 과제는 ‘대선 경선룰’

하지만 그는 당 대표 출마의 변을 밝히면서 이미 경선 룰로 비박계 주자들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예상했던 대로 지난 16일 첫날 회의부터 새 지도부의 ‘뜨거운 감자’인 경선룰 변경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온 것이다.

친이(친이명박)계인 심재철(안양 동안을)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당 사무처에서 본격적으로 실무 검토를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심 최고위원은 “황우여 대표가 어제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 안 한다 결정되지 않았다. 여러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정몽준·이재오·김문수 등 비박 잠룡들의 요구를 대변한 것이다.

그러자 친박(친박근혜)계인 정우택 최고위원이 나서 “실질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는 쉽지 않은 얘기”라며 “우리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지도부가 실무 검토를 시키고 공식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의 유력 대권주자이자 실질적 ‘대주주’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선수가 룰에 맞춰 경기해야 한다”며 경선룰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이를 그대로 대변한 셈이다.

현행 경선룰은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의원·당원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반대로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의 벽을 허물어 미국처럼 일반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당원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어떤 전제도 없이 내부검토를 하겠다.”면서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관련 자료도 모아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당 사무처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같은 의견 충돌이 더욱 거세질 전망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돼야 원만한 경선이 치러질수 있다는 점에서 새 지도부의 해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황 대표는 새지도부의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당의 면모를 정비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뼈를 깍는 자성을 바탕으로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고, 민생을 철저히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구습과 안일에 빠질 경우 연말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당내 화합 이끌 적절한 인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9명의 후보 중 1위를 기록하며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황우여(65)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중진 의원이다. 1974년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송림초등학교,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 제1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서울고법 판사, 춘천·제주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이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15대 총선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황 대표는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16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인천 연수에서 내리 당선됐다. 국회 내에서는 헌법 전문가로 손에 꼽힌다. 평소 교육과 인권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주로 교육분야를 맡아 활동해왔다.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여야간 치열한 입장차를 보이며 처리에 난항을 겪었던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오랜 협상 끝에 성사시키기도 했다. 당내 중립 성향으로 통하지만 이번 전대에선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받으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혔다.

‘중립’에서 범 친박계?

황 대표는 18대 국회 초반까지만 해도 ‘중립’ 성향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에 힘입어 원내대표로 당선된데 이어, 작년 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이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호흡을 맞춰 원내 운영을 총괄해오면서 박 위원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최근엔 ‘범(凡)박근혜’계로 간주된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전대에서 박심(朴心·박 위원장의 의중)은 없다”던 친박 측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핵심 원로 등이 “황 대표를 당 대표로 밀고 있다”는 소문이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황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두고 당 주변에선 친박 핵심 인사들에 비해선 그 ‘색깔’이 옅은 편이어서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의 ‘친박 독주’를 일정 부분 상쇄시킬 수 있는데다, 남경필 등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도 가까워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난 4·11총선에서 취약 지역으로 확인된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끌어오는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당원 및 대의원들의 기대가 투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행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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