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교사’가 ‘원내 사령탑’올라

19대 국회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이 선출됐다. 141명이 투표한 1차투표에서는 남경필·김기현 후보가 58표를 얻었고, 이한구·진영 후보는 57표를 받았다. 이주영·유일호 후보는 26표에 그쳤다. 이어 벌어진 남경필·김기현 후보와 이한구·진영 후보간 결선투표에서 138명 가운데 72명이 이한구·진영 후보에게 투표했고, 남경필·김기현 후보는 66표로 낙선했다. 당내 대표적인 친박계인 이 의원이 당선되면서 박 위원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친박계 원내대표 선출…박근혜 친정체제 공고
“온몸을 던져 대선 승리 위해 뛰겠다”각오 밝혀
“친이·친박 없다”…당내 화합 제1의 가치로 생각
‘정권 교체’라는 목표 아래, 박지원과 샅바싸움 치열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이다.”며 “새누리당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 세계가 놀랄 발전을 해 온 대한민국을 승계발전시킬 정당, 미래를 위해 능력을 축적해 온 젊은 세대가 자아실현을 할 나라를 만들 정당이라는 믿음을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내 화합 강조

이 원내대표는 “온몸을 던져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 뛰겠다. 저는 여러분들의 서포터이다. 불쏘시개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없는 단계다.”며 “지금까지 국회는 국민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서 그렇다. 언론과 시민단체, 직능단체들이 자기들의 폐쇄적인 정보로 전체 국가 일을 결정할 때 오해와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도록 협치 정신을 갖고 움직이겠다.”고 대선 준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는 상생의 정치를 할 것이다. 몰아세우고 덮어씌우는 정치는 그만하겠다”며 “야당도 일정 국민의 대표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일해보자는 스탠스를 취하겠다. 그러나 원리주의, 체제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선정국에서 야당과의 일전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그는 또 당내계파 부담에 대해 “쇄신파 의원들의 얘기를 경청하겠다. 앞으로 친이?친박의 개념을 없을 것이다. 당내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 조금도 오해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화합에 더 치중할 것을 밝혔다.

‘박근혜 노믹스’만들 적임자

그동안 이 원내대표는 친(親)박근혜계의 핵심이라고는 하지만, 대놓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따라 다니지도 않았다. ‘계파 싸움’에선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색깔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와중에 일각에서 그의 당선 여부에 낮은 점수를 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계파’를 의식한 듯 “이제는 더이상 친이(親李·친이명박)니, 친박(親朴·친박근혜)이니 하는 콘셉트는 절대 없을 것이다. 당내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전문성에 맞게 등용하겠다”고도 했다. ‘친박 대 비박’으로 나뉘는 계파정치를 통해선 18대 대선도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친박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그는 당내 '박근혜 경제 교사'로 불릴 만큼 경제통으로 통한다.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박근혜 노믹스'를 만들 최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던져진 숙제는 ‘화합’이 전부가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의원 개개인의 기호와 전문성, 능력을 세밀하게 계산해 19대 국회의 새 판을 짜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 아래 전투력을 결집하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의 샅바싸움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박지원과 대결은

그는 “박 원내대표는 정치판의 고수여서 어설프게 서생 식으로 하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 원칙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회를 리드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와의 19대 국회의 여야 원내 지략싸움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선 의원인 박 원내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정치력을 자랑한다. DJ계 핵심 인사인 그는 뛰어난 정무감각으로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킹메이커’라 불린다.
특히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로 탄탄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으며 협상에 능하다는 게 당내 지배적인 평가다.
막강한 정치력을 인정받으며 오랜 기간 동안 정치를 해온 두 사람이지만
그동안 의정 활동에서 특별한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 막강한 정치력을 인정받으며 오랜 기간 동안 정치를 해온 두 사람이지만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두 사람의 대립 구도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원내대표는 “술수보다는 원칙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회에서 우리가 리드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 누가 누구를 이기는 식의 접근은 그만하자는 생각이다”며 야당과 최대한 상생하며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도 “야당의 존재 이유는 여권 공격이지만 이번에 19대 국회 초기에 또 싸움만 하면 연말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최대한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 19대 국회를 빨리 열어야 한다”며 타협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두 사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양당 원내대표로서 가진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일찍부터 당이 가져야할 목표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내세웠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한 두 사람의 치열한 원내 주도권 확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새누리당 내 ‘미스터 쓴소리’

이 원내대표는 1945년 경북 경주 출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7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과장과 외환자금과장,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거쳐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이 원내대표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경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또 17대 국회에선 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린당이 추진한 ‘4대 개혁 입법’ 등 현안에 맞서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지난 2004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대표 재임 시절 정책위의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겸임시키고 싶어 했을 정도로 정책 분야에 있어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 소신 발언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그는 10월 13일 당론과 달리 종부세 완화 등 감세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기업정책, 진보적 목소리

이 원내대표는 이날 “경제위기 상황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는 꼭 금년에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면서 “감세를 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으니 없는 사람들의 반발과 국민 통합을 고려해 경제위기를 벗어나면 하자”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국민적 저항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된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일각을 겨냥한 말이다. 이 원내대표는 또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도 “지금도 적자 재정인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국가 부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대외 신용도가 하락해 환율 상승의 압박요인이 된다”며 반대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 부활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경제부총리 도입 논란과 관련해 “모든 권리·의무는 공식화할 필요가 있고 조직화하도록 조직을 바꿔주는 것이 맞다”면서 “언제 하든 빠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대기업 총수의 비리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기업 규제 완화와 윤리경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행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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