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아쉬워

지난달 K리그 승부조작에 연루돼 선수자격이 영구 박탈된 젊은 축구선수가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은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하는 응징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의 지나친 처벌이다. 자살 전 그는 보호관찰 3년에 사회봉사 300시간의 추가 징계까지 받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주도로 진행된 봉사활동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그는 퇴출 이후 생활이 어려워지자 처지를 비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고, 5월에 군 입대를 할 예정이었다.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는 연예인과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받는 연봉은 평범한 직장인이나 서민의 눈으로 볼 때 말 그대로 부러울 뿐이다.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그리고 은행융자금 등을 걱정하면서 빠듯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들의 입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프로운동선수들의 연봉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일반인들의 평균 직장 근무기간은 대략 20-30년에 이르지만, 이들은 10년 내외에 불과하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모든 삶의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그들의 연봉은 일반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치열한 프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부상으로 인한 잦은 결장과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프로세계는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결국 프로선수들의 화려한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많다.
프로선수 중 화려한(?) 생활을 하는 선수는 정말로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에 자살한 선수의 경우 연봉은 동갑내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는 그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없앴다. 당사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 씌웠을 뿐 사회가 져야 할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불법도박 사이트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였고, 프로게임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머쥔 언론들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그를 죽음으로 몰고, 냉정한 게임을 유도했던 팬들은 그저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해당협회는 선수를 보호하기 보단 가능한 빨리 여론의 질타를 벗어나기 위해 선수 개인에 대한 배려와 장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언론의 눈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초강수를 두었을 뿐이다. 게다가 프로선수들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협회와 관련단체들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의 한 젊은이를 자살로 몰게 간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다. 그렇다면 한 번의 불법 승부조작으로 몇 백만 원을 받고 자기 분야에서 영구제명이 된 이 선수의 처벌은 당연하고, 몇 십억의 불법정치자금을 받고, 뇌물을 받고 그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에 대한 처벌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권력을 지닌 이들은 보다 많은 불법자금을 받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영구제명은 없다. 사안에 따라 일정기간 축소된 범죄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고, 다시 또 그 짓거리를 한다. 그래도 그를 뭐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반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듯하다. 안타깝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불법정치자금 모금과 관련 수천억 원의 추징금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 불법으로 아들과 처남에게 상속과 증여가 이루어졌음에도 그는 지금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권력이 있는 자들은 불법으로 엄청난 돈을 먹었음에도 ‘내 배 째라’하면 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단 돈 몇 푼만 먹어도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되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강자보다는 약자를, 보이는 면보다는 보이지 않는 이면을 봐주는 너그러운 마음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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