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창출 주역들 각종 비리와 추문으로 곤혹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 파문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의 비리 연루가 속속 드러나며 이명박 정부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2008년 3월 방통위 출범과 동시에 취임하며 1·2기 위원회를 이끄는 등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방송통신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해온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이다. 취임 초부터 전문성 부재에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낳았었다.
최 전위원장의 몰락은 지난 1월 핵심 측근들의 비리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정모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EBS 이사 선임 댓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시작했고, 봇물처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왔다.

최시중, 불명예 퇴진

통신사ㆍ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정기적 상납과 주파수 경매 혹은 인수·합병을 앞두고 대가성 자금 수수 등이 이야기됐으며 심지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수백만원의 '돈 봉투' 의혹마져 불거지기도 했다.
정 전 보좌역은 최 전 위원장의 최측근 인물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해외로 도피하며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정씨 비리가 여론의 집중포화로 이어지자 최 전 위원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1월 27일 임기 중 불명예 퇴진을 했다. 그 이후 사실상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은 거명되지 않았다.
물론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노조ㆍ시민단체는 “정 전 보좌역의 단순한 개인비리가 아니”라며 최 전 위원장의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검찰이 4~5년 전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수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잡고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고, 왕차관으로 불리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뇌물 수수 과정에서 함께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이국철 SLS 회장 로비 사건,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모두 피해나갔다.
하지만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최 위원장은 물론 박 전 차관도 이번 검찰의 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박 전 차관도 억대의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대통령의 친형도

‘멘토’와 ‘심복’외에 ‘MB의 남자들’이 각종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6인회의 멤버로 여당대표를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박희태 의장도 이른바 ‘노란봉투’사건으로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혐의와 관련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보좌진들은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회기 중 국회의장 집무실 압수수색과 사퇴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이 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상왕’ 또는 ‘영일대군’, ‘만사형통’ 등의 별명을 가진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이 SLS 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물의를 일으키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쏟아졌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이대통령의 선거캠프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집권이후에도 현 정부 최고의 실세로 불렸던 6인회 멤버들이 하나둘씩 밀려나면서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정권 실세의 이름이 동시에 거명되면서 수사결과에 따라 정부 레임덕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고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하며 최시중 전 위원장의 사퇴로 더 빨라졌고, 이번 일로 더욱 더 가속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부에서는 “역대 정권이 총선과 대선에서 청와대와 차별화를 시도하듯 레임덕이 날 수 밖에 없는데 최근에는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고 있어 더욱 이를 부채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도덕성 치명타

이와 함께 “정치적 멘토에 이어 복심까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오면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레임덕이 그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정권 말 각종 부정·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며 측근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 대통령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거기다 한 때 논란이 됐던 '대통령 탈당론'과 'MB정부 핵심·실세 용퇴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향후 검찰의 친인척·측근 비리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당내 탈당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으며 이 대통령은 결국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청와대는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대통령의 입장은 난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브로커 이씨를 통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가 2005년 12월~2008년 5월이라고 밝혔고, 파이시티는 2006년 5월 서울시로부터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대한 시설변경 인허가를 받았으며, 당시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시설변경 인허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 전 위원장이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물론 최 전 위원장은 하루 만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지만, 야당은 불법 대선자금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또 최 전 위원장이 권재진 법무부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핵심 측근의 비리 연루는 레임덕 현상을 본격화 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여권, MB와 차별화

여기에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의 경우, 박근혜 위원장이 당을 장악한 가운데, 정권 심판론 구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데다 측근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통령과 차별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검찰에 대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거액 수수 의혹에 대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밝히며 돈의 일부를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썼다고 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린 청와대로서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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