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에서 남자 교사가 여교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행위에 대해 여성부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반면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모씨(54)는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 지난 2002년 9월 교감으로 부임하고 며칠 뒤 이 학교의 교장, 남녀 교사들과 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2차례에 걸쳐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장에게 술을 따를 것을 권했고, 여교사 가운데 최모씨(31)를 제외한 두명의 여교사들은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씨는 "'술을 따르라'는 강요에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여성부에 시정신청을 냈다. 김씨는 이 일로 2003년5월 성희롱결정과 함께 시정권고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이같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재판을 청구해 1심에서 승소했다. 여성부는 이같은 판결이 잘못됐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김이수 부장판사)도 26일 원심대로 "여성부는 김씨에 대해 내린 성희롱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회식장소에서 부하직원이 상사로부터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상사에게 술을 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다른 여교사들이 술을 따르라는 취지의 말에 대해 성적인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김씨의 언행이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기본적으로 이같은 1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으며, "남여차별 결정 및 시정 권고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여성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성희롱 결정은 김씨의 인격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행정처분에 해당되며, 시정 권고 또한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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