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투쟁 이력 내세우며, 박근혜와 차별화 강조

▲ 대권도전을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시동을 건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박근혜 위원장을 향한 공격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종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면서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박 위원장과 ‘대권 레이스’를 향한 치열한 공방전 속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전망이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밝히면서 여권 잠룡 중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출마 공식 선언

김 지사는 “저 김문수는 자금, 인력, 조직이 없고 대세론도 없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만류하는 분도 많았다”면서 “제가 과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자격을 갖고 있는지 번민도 했지만 국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바꾸어 나가는 그 길에 나서기로 결단했다”고 며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제양극화 해결, 일자리 창출, 민생의 문제를 풀고 미래성장 산업을 키울 것”이라면서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해 부정을 긍정으로, 좌절을 희망으로 만들고 우리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선진화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그리는 대한민국 미래상에 대해 “남북, 동서, 빈부, 노사, 남녀, 노소 등 우리 모두가 손잡고 함께 가는 나라,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나라, 새로운 기회가 넘치는 선진통일 강대국”이라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막연한 대세론을 갖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본다”면서 “제가 경선에서 이긴다면 대선에서 필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가능할 것으로 믿고 오직 앞을 보고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완전국민경선제를 공식 요구했다.
김 지사는 “지사직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충돌점이 있다”면서 “조금 더 생각해 지사직에 큰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의 첫 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불이 붙게 됐다.

“친박계 위주, 공천 문제 있었다”

그는 이어 박 위원장과의 차별점을 들어 자신이 서민이라고 주장하면서 박 위원장을 향한 공세를 펼쳤다. 김 지사는 다음날인 23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살아온 길이 우리 박근혜 대표와는 많이 다르다”며 판자촌과 공장에서 자라나고 대학에서도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재적과 투옥을 당했다며 박 비대위원장과 다른 삶을 살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저하고 같은 학년에 같이 나이도 같은 또래들이지만, 우리 박 대표께서는 어릴 때부터 청와대에서 계속 살았기 때문에 우리하고는 조금 삶이 다르겠다고 볼 수 있다”며 박 위원장과의 선긋기를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이번에 박근혜 대표가 총선에서 정말 과반의 의석을 확보한 것은 대단한 일. 역시 선거의 여왕”이라면서도 “본선에서 과연 우리가 얼마나 또 이기겠나, 분석을 해 보면 여러 가지 득표수와 특히 이 수도권과 젊은층의 민심이 우리 새누리당하고 상당히 멀어졌다"며 당내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박근혜 추대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저는 지금 경기도지사로서 2년 전의 선거에서 바로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 최대의 자치단체 1250만의 주민이 대한민국 4분의 1이 살고 있는 경기지사로 야권단일후보를 이기고 제가 당선됐다"며 "(수도권 선거) 성적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박 위원장을 향한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11 총선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역시 박 위원장을 향한 것이었다.
김 지사는 “지난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며 “지나치게 친박(박근혜)계 위주로 (공천을 해서) 친이(이명박)계를 상당히 많이 희생시켰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공천이 잘못된 부분이 많다. 전혀 생소하고 경쟁력 없는 사람을 지역에 갑자기 내려보냈기 때문에 낙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존에 잘했던 사람 진수희 의원 등 이런 사람에게 공천을 줬어야 한다. 당차원에서 공천이 잘못된 것을 시인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새누리당이 전당대회에 앞서 총선 공천자를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존 경선 방식을 적용할 경우 당협위원장이 투표권을 갖는 대위원을 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대립각

그는 “완전국민경선을 (박 위원장이) 받아들이고 당협위원장과 무관하게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며 “당협위원장이 지역에서 뿌리도 별로 없고 총선에서 낙선한 사람들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지난번 총선 공천이 경선용임이 드러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대의원 투표(20%)와 일반당원 투표(30%)가 절반을 차지하는 현행 당헌을 바꿔 일반 유권자의 투표로 대선주자를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당이 ‘박근혜 체제’로 재편되고 이 체제에서 총선공천이 이뤄지면서 친박 인사들 중심으로 당협위원회 등 당 조직이 장악된 점도 이들이 경선룰 수정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김 지사는 “박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한 것을 붙들고 연연하는 모습은 너무 자신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 위원장이 지난 2002년에 이회창 후보가 압도적 대세를 가지고 있을 때 경선룰을 고치라고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 등 대선경선 룰 변경을 재차 요구했다.
또 김 지사는 “내가 국회의원도 해보고 행정업무도 해보니까 누구를 반대해서 잘 된 경우가 없다”며 “그런 면에서 박 위원장보다 내가 국정운영과 사회통합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근혜 지지율 42.5%...김문수 1.5%

한편 김 지사의 대선출마선언을 시점으로 대선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을 들여다 봤다.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대선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야권 모든 후보를 앞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김 지사를 비롯한 잠룡들의 지지율은 미미한 상황이지만 대선 출마 선언 이전의 여론조사여서 출마이후 대선이 본격화되면 지지율의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여론조사회사인 리얼미터가 12~13일 이틀간 전국 1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42.5%로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2010년 1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40%를 회복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안 원장으로 20.7%, 3위는 문 고문으로 16.5%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 안 원장, 문 고문을 빼곤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은 높지 않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3.2%를 기록해 4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2.4%로 5위,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2.3%로 6위,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이 2.0%로 7위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1%로 되지 않은 후보도 적잖은 상황으로 이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지사는 1.5%,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1.8%,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1.1%에 불과했다. 이번조사는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RDD방식으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2.53%였다.
이행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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