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게이트·李총리 실언 파문 등 잇단 악재

한나라, 제2의 '오일게이트'...'권력형 비리' 공기업들의‘무모한’경영이 도를 넘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철도공사에 이어 한국도로공사가 본업과 무관한 리조트 사업(충남 당진군 행담도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외국투자자와 불평등 계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8천만달러(약 8백50억원)의 외자를 끌어들이면서 사업실패시 1억5백만달러를 떠안기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자 조달을 위해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을 정보통신부와 교원공제회가 전액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행담도 개발사업의 목적이 적자 보전 등 경영개선이라고 해명하지만,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행담도 개발사업은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못지 않게 의혹투성이인 것이다. 비전문 분야의 사업에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사업을 주도한 점에서 그렇다. 외국투자자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특혜를 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사업처럼 말못할 사정이 있지 않으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은 행담도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철도공사의 유전 게이트처럼 부실 감사로 국민에게 또다시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 감사에 한계를 느끼면 하루라도 빨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다.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으로 정치권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열린 우리당과 청와대가 이번에는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이 불거지자 잇따른 악재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초 인사파행으로부터 시작된 각종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데 다 이해찬 총리까지 실언 파문을 일으키면서 여권 내에서는‘집권 3년차 증후군’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해온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당초 도로공사의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시작된 의혹은 문정인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개입사실 이 밝혀짐에 따라 ‘제2의 유전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유 전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처럼 EKI와 행담도 개발(HIDC)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복씨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문정인 위원장의 개입의혹은 유전게이트의 이광재 의원 을 떠올리게 한다. 검찰도 도공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한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에게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2의 유전사업 의혹’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유전게이트·李총리 실언 파문 등 잇단 악재 청와대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가 행담도 개발사업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인수사업 관련보고 누락 의혹을 완전히 떨궈내지못한 상황에서 행담도 개발사업과 대통령 자문기구의 연루 의혹이 불거져 나온데 대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행담도 개발사업은 서남해안 개발계획의 시 범사업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문정인 동북아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뛰었던 것 같다”면서도 감사원 감사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 세웠다. 특히 이번 사건이 유전게이트처럼 검찰수사와 특검으로 까지 이어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미칠 파장에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초의 인사파행에 이어 각종 의혹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경우 3년차 증후군이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올 들어 이기준 교육부총리(1월 7일), 이헌재 경제부총리(3월7일),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3월21 일), 강동석 건교부장관(3월27일) 등이 줄줄이 사퇴를 하며 심각 한 인사파동을 겪었다.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3년차 증후군’예방을 위해 노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주요 관리대상 인사들에 대한 월례보고를 신설하기도 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24일 "도로공사의 행담도 사업에 동북아위가 일부 관여돼 있는 것 같다"며 "현재 감사원의 감사과정을 지켜보고 있지만 청와대도 사실관계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역시 행담도 개발의 채권 발행 과정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과 손학래 도로공사 사장에 대해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정인씨 ''행담도 개발'' 부도 막아줘" 충남 당진 행담도 개발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은 문정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이‘행담도개발(HIDC)’의 지난 2월부도 위기를 사실상 막아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압력 행사 및 대가성 여부를 집중 캐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24일“(문 위원장이) 지난 2월 18일 자금압박을 받던 행담도개발의 부도를 막아주었다”며 “아들의 취직 외 다른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HIDC 경영진은 도로공사에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겠다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는 등 부도위기를 넘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부도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HIDC는 결국 미국에서 2월 8300만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 채권은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6000만달러)와 한국교직원공제회(2300만달러) 등 국내 공공기관들이 사들였다. 이 자금은 지난 3월 26일쯤 HIDC에 입금됐으며 결국 HIDC가 회생하는 데 발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위원장은 지난해 9월 HIDC에 해외채권 발행을 위한 추천서를 써주었다. 감사원은 건설교통부 강모 도로국장도 행담도개발(주) 채권발행을 위해 추천서를 써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월 김재복 사장이 ‘도로공사측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해 양측을 위원회로 불러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천서 발급과 관련, “행담도 개발 사업이 유망하고, 향후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싱가포르 자본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9월 지원의향서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오점록 전 도공사장 검찰 수사 의뢰 " 감사원은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을 시내 모처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현재 오 사장을 대상으로 ▲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뛰어든 배경 ▲이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한 이유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의 관계 ▲도로공사가 1천억원의 보증을 무리하게 서게 된 배경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외부압력 의혹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정인(文正仁)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손학래 현 도공 사장, 김재복 사장 등에 대해서도 금명간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를 예정대로 이달중 마무리하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사업투자 결정 당시 도로공사 책임자였던 오 전 사장과 행담도개발㈜ 김 사장에 대해 조만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한나라, 제2의 '오일게이트'...'권력형 비리' 열린우리당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제2의 '오일게이트'라며 일찌감치 '권력형 비리'로 몰아세우고 있다. 우리당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은 24일“이번 건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지분관계와 보증관계는 일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을 수 있어 좀 더 명쾌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며 “의혹은 의혹대로 규명해야 하지만, 너무 정치공세화하게 되면 어느 누구도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김성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광재 대신 이번에는 문정인 이고 철도공사 대신 도로공사, 유전 대신 리조트 사업"이라면서 "공통점은 콩가루 정권의 무질서를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유전의혹에 이어 행담도 개발의혹이 불거기자 검찰에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병수 정조위원장은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행담도 의혹은 공기업이 내부 압력에 의해 사업외도를 한 또 하나의 사례이고 엄청난 특혜도 있었다”며 “여권은 왜 이같은 특혜의혹이 계속되고 있는지 답하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철저한 검찰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면서“(6월국회를) 사업 외도와 특혜성 사업을 바로잡는 국회로 하기로 하고 상임위별로 공기업에 대한 전반적 검토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 행담도 개발사업이란? 행담도 개발사업은 도로공사가 서해안고속도로 공사의 일환으로 충남 당진군 서해대교 아래 작은 섬인 행담도 부지 6만9000평과 인근 개펄 10만5000평을 매립한 부지 등 총 17만4000여평에 휴게소와 콘도단지 등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한다는 사업. 도공은 이를 위해 1999년 싱가포르 투자사인 에콘(Econ)사·현대건설과 개발사업 협약 및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행담도개발㈜을 설립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발로 바다 매립이 지연되자 2001년 에콘은 자회사인 EKI에 주식을 양도하고, 현대건설은 2002년 보유주식을 EKI에 매각한 뒤 사업을 철수했다. 1, 2단계로 나눠진 이 사업은 2001년 말 행담도휴게소 준공과 함께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행담도휴게소는 연간 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는 행담도개발㈜이 총 사업비 4433억원을 투입해 2008년 말 해양수족관, 돌고래쇼장, 실내해수욕장 등 복합휴게시설을 건설하는 것. 하지만 매립허가가 2년3개월이나 지연되고, 환경단체의 반발로 2단계 사업은 7만4000평으로 축소됐다. 현재 6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매립공사는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김재복 대표는 누구? 행담도 개발주식회사 김재복(40)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최고위층들과 친분이 두터운 국제금융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행담도 개발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추진중인 다수의 관광개발 및 물류 관련 사업의 해외자본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투자청의 한국 투자를 대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전력청 등의 한국 관련 업무도 대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정치인 가운데 김씨와 면담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싱가포르가 최근 대 한국 투자에 적극적인데 이에 김씨가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담도 개발 관계자는 "김 사장은 그동안 서해안 개발에 싱가포르가 투자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면서 "과거 행담도 매립이 늦어지면서 도로공사와 싱가포르간 국제적 문제가 생길 수 있었는데 중재에 특히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들은 애국적 관점에서 한 것인데 최근 오일게이트의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과 비슷하게 몰리고 있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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