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일 대전에서 발생한 건설업체 사장 부인 피랍사건은 완전 범죄를 노린 치밀한 범행수법으로 경찰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범인들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 22일 새벽 대전지역 모 건설업체 사장 부인인 김모(59.여)씨를 납치해 이틀 뒤인 24일 돈을 받고 풀어줄 때까지 이틀간 10여차례에 걸쳐 현금 4억원을 요구해왔다. 경찰은 납치범의 소재 파악을 위해 범인들이 사용한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벌였으나 이들은 수시간동안 중촌동, 둔산동, 노은동 등 대전시내 전역을 돌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도 범인들의 것이 아닌 피해자 김씨의 것이었다. 범인들은 또 김씨를 납치한 뒤에도 눈을 청색테이프로 가려 범인 얼굴이나 인상착의, 범죄차량 등을 전혀 식별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 김씨는 24일 풀려난 뒤에 가진 경찰 참고조사 결과, 범인들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건네 받는 과정도 치밀했다. 이들은 금품과 인질을 교환한 시간을 차량 통행이 뜸한 새벽시간으로 잡고 장소도 잇따라 바꾸는 등 경찰의 추격에 철저히 대비했다. 김씨의 작은 아들(27)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벤츠 승용차에 돈을 실어 첫번째 약속 장소인 유성구 충남대 인근 주유소로 나오도록 한 뒤 노은동 농수산물 시장 부근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범인들이 이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인근 야산에서 금품을 건네 받은 뒤 피해자의 벤츠 승용차를 이용, 다시 노은동 농수산물시장으로 돌아와 유유히 도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경찰은 범인들의 위치 추적을 위해 돈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몰래 숨겨 놓았지만 확인 결과 이미 끊겨져 있는 상태였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범인들은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흔적이나 물증을 전혀 남겨놓지 않아 경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통신 수사 방법 등을 미리 파악하고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 혼선을 겪었다"면서 "이들이 오랫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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