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이다 보니 표가 중요해”

이상돈 비대위원, ‘MB 하야’ 언급…당청 갈등 조짐
박빙의 승부, 판세 영향 줄라 ‘청와대와 선긋기’나서
야권, MB 및 박근혜 증인채택 카드 제시로 공세
박근혜 “불법사찰, 야당은 선거 이용에만 관심”

새누리당 지도부가 민간인 사찰을 놓고 급기야 청와대와 다른 길로 들어섰다. 포문 수위가 높아지며 그동안 잠잠한 분위기였던 당-청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최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간인 사찰 사건은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그대로 빼 닮은 것"이라며 "닉슨 대통령이 처음에 불법적인 것을 지시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은폐한다는 혐의로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이 대통령의 직접적 관련 사실이 드러나면 하야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고 표현키도 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 어느 정도 알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해명이 먼저 있어야한다”며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상황이 수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야’, 개인적인 발언

이 비대위원의 ‘하야’ 취지 발언이 당에 전해지자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아침 방송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찾아 “이상돈 비대위원의 (하야) 발언은 개인적 발언이다. 당과는 상관없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는 최근 “불법 사찰에 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준석 당 비대위원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준석 비대위원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 때도 이런 일(사찰)이 있었다고 몰아가기 전에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하고 넘어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노무현 정부에서 작성된 문건이 80%’라는 해명에 대해 “‘신호위반으로 걸렸는데 다른 사람도 신호 위반을 했다’는 논리는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수도권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이런 사건에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처럼 공세 수위를 올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달 29일 민간인 사찰관련 문건이 공개되자 대통령 사과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공식 요구했지만 청와대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입장만 들었다.

당내 일각, 대통령 탈당 요구

이로 인해 그동안 수면하에 있던 당-청 갈등이 다시금 재연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내 일각에서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자 “개인의 사견”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선숙 사무총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야당에 적반하장으로 뒤집어씌우며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냐”며 "야당 공격에 이어 기획재정부를 내세워 복지를 공격하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소한의 상식도 금도도 염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지금 한국사회는 재벌특권 중심 경제로, 대다수 서민가정과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 결과의 가장 큰 책임은 집권여당인 '이명박근혜' 새누리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장전입하듯 당명을 바꾸고 옷색깔 바꾸고 과거를 부정하는 위장정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벌특권을 위한 미래, 귀족정치 강화를 위한 변화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미래, 상식과 공정을 위한 변화 앞에 KO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이와관련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4ㆍ11 총선 직후 청문회 실시 및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증인채택 카드를 제시했다.
불법사찰 논란이 점화되자 마자 박 위원장이 특검 및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권재진 법무장관 사퇴요구로 조기 진화를 시도한데 대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특검이냐, 청문회냐

당초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이 총선 후 청문회 카드를 전격 제기한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외부의 호재를 선거 국면까지 이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특검을 수용할 경우 특검법 제정 및 특검 선임 등의 과정에 적어도 두달이 걸리는 만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득표전략으로 활용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청문회 실시 및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증인 출석 요구라는 폭발성이 강한 메시지를 던져, 논란 확산뿐만 아니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젊은 층 유권자의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해법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대통령과 함께 박 위원장까지 증인으로 지목한 것은 총선 이후 정국이 급속하게 대선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4ㆍ11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청문회를 즉각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청문회에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박 위원장의 증인 출석의 당위성을 강조하는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우선 박 위원장이 불법사찰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만큼 사찰 사실 인지 시점 등을 진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박 위원장이 여당의 대주주인 만큼 "불법사찰의 공모자, 방조자"라면서 2년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이 공개됐을 때 침묵한 이유 등에 대해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파상 공세

민주당은 당내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필요할 경우에는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이라는 점까지 내세우며 여권을 압박했다.
한명숙 대표는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국민을 감시하고 뒤를 캐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하고 이를 가리기 위해 대포폰을 만들고 컴퓨터를 부쉈다"며 "범죄를 은닉하려 한데 대해 석고대죄해야 함에도 뻔뻔스럽게 남의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관련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해 "저를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관련 "불법사찰을 저에게 했던 전 정권 사람들이 피해자인 저를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한다"며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을 해야되는 정치가 이렇게 폭로 공방으로 가는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을 확실하게 할 것은 특검 뿐"이라며 "전 정권에서 사찰을 하지 않았다면 왜 무엇이 두려워서 이 특검을 거부하고 있는가. 야당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선거에 이 불법사찰을 이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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