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린 MB의 수모

공무원은 물론 민간인까지 사찰 의혹 불거져
4·11 총선 및 연말 대선 ‘메카톤급’변수 떠올라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가세, MB 향해 연일 공격
여권 일각에선 “MB탈당”, 야권에선 ‘하야’ 거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4·11 총선과 연말 대선의 ‘메카톤급’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파업 중인 KBS 기자들이 만드는 ‘리셋 KBS뉴스’는 2008~2010년 공직자 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사찰문건 2600여건을 입수해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 대상인 고위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 정치인, 언론계 및 금융계 주요 인사, 재벌총수 등 민간인까지 사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MB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여권에서는 특검도입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야당 등에서 하야까지 거론하며, 정부와 여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2008년 2010년까지 작성한 2619건의 사찰문건에는 공직자의 업무평가는 물론, 언론계, 금융계 인사와 국회의원, 일반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사찰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공적인 영역 뿐아니라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사생활 관련 내용도

특히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있는 문건에는 청와대 지시를 의미하는 ‘BH 하명’으로 표시돼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집권 5년차를 맞이한 ‘MB정부’는 곤경에 빠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나서 정부를 향해 연일 공격하고 있다.
우선 야권에서는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며 청와대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며 ‘정권심판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지난 3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인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고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해야 한다”며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이 공직자, 언론인, 정치인 등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국민을 사찰한 보고서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3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MBC투표방해진상조사위원회’ 공동회의에서도 ‘민간인 사찰’문제가 집중 거론했다. 박영선 MB·새누리당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 2600여명에 대한 불법 사찰 진행상황과 그 기록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이 문건 외에도 사찰팀에서 작성된 문건을 담은 USB가 여러 개 존재한다. 현재 밝혀진 USB하나에 담겨진 사찰문건만 3,000페이지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청와대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사정기관에서 불법적인 민간인사찰이 이뤄져 왔음을 보여준다”며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한 바 있다. 이제 범국민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MB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전병헌 MBC투표방해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민간인에 대한 사찰문건 원문이 폭로되고 보도 된 것은 국민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새누리당 이명박 정권은 모든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 같다. 사찰문건이나 내용을 보면 사찰방식도 새로운 사찰방식을 채택해서 사찰해왔고, 은폐하는 과정도 새로운 은폐 수법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만 MB정권비리척결본부 본부장은 “민간인, 언론사, 노조, 시민단체, 재벌, 금융계인사, 하위직경찰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찰이 이뤄졌고 특히 정부비판적인 세력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사찰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사찰의 방법도 미행, 감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 거의 스토커적인 것으로 이뤄져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각한 국기문란사태로써 워터게이트 몇 배의 폭발력이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워터게이트의 결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이다. 그 보다 더 중한 사태의 결말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는 국민들도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도 “공개된 불법사찰 문건은 놀랍게도 2010년 9월경 이인규 등 7명에 대해서 기소를 하면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에 편철되어있는 내용”이라며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서 2,600건의 민간사찰을 한 명백한 문건을 확보하고도 단 두건만 수사하고 현재까지 수사는 물론 기소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한 권재진 민정수석,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직무유기에 대해서 명백한 문책을 해야 한다”고 덧붙었다.
통합진보당도 청와대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하고 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3월 31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청와대가 사찰 문건이 폭로되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뻔뻔하고 치사하다 못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공식해명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현정권 거리두기

이처럼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새누리당도 현 정권과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MB탈당’을 거론하는가 하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에 사태가 벌어졌다”며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 등이 나서 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특검 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3월 31일 박 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민주통합당에 제안하고 정부측에는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키로 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민간인 사찰문제를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한다”며 “황우여 원내대표께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당장 특검을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사찰문제가 드러났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고 계셨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지금 계시다. 그 법무장관 지휘 아래 있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연 지금 검찰의 수사를 제대로 신뢰할 수 있겠느냐, 과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이에 대해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에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지금 권재진 법무장관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계셨을 때의 책임감과 검찰 수사의 축소·은폐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시고 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검도입 및 법무장관 사퇴 요구

박 위원장도 이날 “민간인 사찰 문건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저 역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사찰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철저한 수사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람이 누구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것도 이런 잘못된,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것”이라며 “잘못된 과거부터 뿌리 뽑는 게 정치 쇄신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도 “당의 입장에 따라서, 원내대표로서 김진표 원내대표께 즉각 특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며 “국민의 의혹이 말끔히 씻어질 때까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불법사찰이라는 논란이 근절될 때까지 철저한 수사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인 사찰 문제와 관련해 여야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법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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