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 매각계기로 투신·카드도 연내 매듭키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조흥은행 매각을 승인하는 것을 계기로 금융권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투신사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카드사·부실저축은행 등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조흥은행 매각이 사실상 완료됨에 따라 부실 투신사 정상화만 이뤄지면 금융구조조정의 큰 줄기는 마무리되는 시점을 맞고 있다”며 “한국투자신탁과 대한투자신탁의 경영정상화 후 매각을 원칙으로 3∼4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투신권 구조조정에 착수했음을 내비쳤다.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 구조조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금융감독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약속이나 한 듯이 잇따라 ‘금융구조조정 연내 마무리`를 강조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의지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투신사 1, 2개의 부실을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만 남았다”며 “올해 안에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부실금융회사 처리가 힘을 받고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 구조조정을 올해 안에 매듭지을 경우 우리 경제는 성장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흥은행 매각성사→투신사 정상화→카드사 구조조정→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정상화→정부보유 은행주식매각→국가 및 금융회사 대외신뢰도향상→고성장 기반마련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인 것도 조흥은행 매각으로 얻는 탄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다. 정부의 대책에는 투신사에서 상호저축은행 처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업종의 금융회사가 망라된 가운데 부실처리를 위한 재원조달, 감독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 문제는 돈이다. 대가없는 구조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 하반기는 금융구조조정과 재원 조달이 핫 이슈로 부각할 전망이다. 투신사 정상화 연말까지 처리 투신사 문제는 남은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투입된 공적자금만 약 8조원이다. 공자금 투입후 추가발생한 부실도 회사당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투·대투 두 회사의 적자 규모만 3,199억원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투신은 주식시장 안정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쉽게 거취를 정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이렇다 할 처리방안을 찾지 못했던 것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조흥은행 문제가 해결되는 마당에 더 이상 시간을 끌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합병후 매각, 분리 매각, 합병후 자금투입 및 독자생존, 개별 독자생존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금투입 및 개별 생존 후 매각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합병 시너지효과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낮다”며 “우선 자금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인수희망자를 구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자금확보가 최대난제 최대난제는 자금확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적자금투입후 새로 생긴 부실이 회사당 1조원 정도하지만 최근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더욱 불어나 실제로는 2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투와 대투의 정상화에 5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러나 3차 공적자금투입은 일단 배제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데다 여론의 책임추궁을 의식해서다. 대신 나온 아이디어가 예금보험공사를 활용하는 방안. 예보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투신권에 넣어 정상화시킨 뒤 매각해 원리금을 갚는다는 구도다. 예보채를 직접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돼 조달금리가 싸다는 점에서 이 방안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투신 문제도 걸림돌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투신사들이 주식시장 호전을 들며 정상화를 비켜 가려고 해도 연내 정상화 추진 원칙은 변할 수 없다”면서도“다만 현투가 먼저 매각된 뒤 두 투신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하는데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해 투신정상화 일정이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구조조정 회오리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7월경 비은행검사국을 1·2국 체제로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비은행감독국의 인원도 대폭 늘어난다. 비은행 감독·검사국이 담당하는 상호저축은행과 카드사, 종금사, 할부금융사, 신협 등에 대한 감독이 대폭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특히 카드사와 상호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느냐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카드채 만기연장시한이 끝나는 7월 이후 8개 전업카드사중 자구노력이 미흡한 곳에 대해서는 퇴출과 합병 등 시장원리를 적용할 생각이다. 7월부터는 적기시정조치도 발효돼 부실한 카드사는 더욱 생존이 힘들어진다. 은행계 카드에 대해서는 은행과의 합병을 권고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부 카드사의 경우 외국계 자본의 입질이 시작되고 있어 구조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호저축은행과 정부가 보유중인 시중은행 주식 매각도 이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통상마찰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어 주가가 현재의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국내외 매각이 강력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전체가 구조조정과 변신의 소용돌이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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