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강도는 최고, 수입은 최저인 퀵서비스라이더들

▲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퀵서비스 라이더들

<전문>
매일 오전 11시를 전후하여 신문사 사무실을 찾는 M택배사 이 모(34세)씨는 항상 바쁘다. 날씨가 제법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장은 항상 한겨울이다. 커피 한잔을 권하면 웃음으로 마시겠다며 바로 뛰어 나간다. 잠시 후 위층 사무실에 또 다른 택배사 직원이 여러 개의 박스를 들고 올라간다. 같은 양의 물건을 3번 나르더니 땀을 연신 닦아 낸다. 그리고 난후 다시 몇 개의 박스를 다시 가지고 내려와 차에 싣는다. 취재를 위해 말을 건넬 틈이 없었다. 몇 분후 완전무장 차림의 ‘오토바이맨’ 박 모(36세)씨가 등장했다. 물건은 작았지만 이 분은 더욱 바빴다. 물건 수령증을 받고 난 후 다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담배를 물고 있었다. 기회가 찾아왔다. 커피한잔을 건네며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며 망설였다.

<본문>
아이 둘을 둔 가장인 박씨는 퀵서비스 3년차다. 이 업계에서는 ‘베테랑급’에 속한다고 했다. 한 달 벌이를 물었더니 머뭇거리다가 평균 130~150만원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요즈음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그냥 일감을 뺐겨요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있죠”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휴대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직업군

“아직은 젊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불규칙한 식사와 추위에 떨다보니 몸이 엉망이 돼버렸어요”라며 “얼마 전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를 못해 병원도 가지 못하네요”말하면서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오토바이를 급하게 몰며 다음 행선지로 출발했다.
(사)전국퀵서비스운수사업자협회 설립준비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이륜차를 이용한 퀵 서비스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종사자는 대략 20만 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약 5,000여 개의 퀵서비스 사업자가 운영 중이다. 여기에 퀵서비스 운수사업을 포괄적으로 적용해 도보운송과 지하철 퀵서비스 등을 포함할 경우 관련 종사자는 대략 50만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생겨난 ‘퀵서비스’라는 직업은 미국의 ‘다큐멘터리’채널에서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직업군이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신속한 물건배달은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문화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시장규모도 3조원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오토바이는 자가용으로 분류되어 퀵서비스 기사가 오토바이로 서류나 물건 등을 배달하는 것은 '화물자동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한다'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운법) 위반이고, 서류배달은 ‘국가 외에 타인을 위한 서신의 송달 행위를 업으로 할지 못한다’는 우편법 위반이다. 여기에 수능시험 때 흔히 볼 수 있는 지각한 학생들을 실어 나르거나 간혹 시간에 쫓긴 사람을 태우는 것은 여객운송법 위반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현행법상 불법의 소지가 있고, 실제로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정당하지 못한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퀵서비스는 법률상으로 불법이지만, 이 업종에 종사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계륵(鷄肋)’의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법률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이들의 생활도 그리 넉넉지는 않다.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사회양극화 시대, 특수고용직 노동자 가운데에서도 노동기본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이른바 퀵서비스노동자들은 아무런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도 없이 죽음과 절망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그들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퀵서비스, 높은 보험료

그 중 퀵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사고가 났을 때 이후의 처리과정이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250cc오토바이를 기준으로 할 때 1600cc 차량에 비해 보험료가 6배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토바이보험 가격비교사이트인 ‘바이크인스’에 24세 남성이 250cc 오토바이로 퀵서비스용 책임 보험료를 산정해봤다(최저기준인 대인배상 1억원, 대물배상 1000만원 보장). 신규가입의 경우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저 161만 2,370원~최고 351만 9,970원의 1년치 보험료가 제시됐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배달용 보험을 선택할 경우 최저 142만원~최고 313만원이고, 일반 출퇴근용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보험료가 대폭 낮아져 38만원~91만 원선으로 책정됐다.
퀵서비스의 경우, 과속과 교통신호 위반 등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보험료가 드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배상해야하는 부분만을 최소한으로 설정, 의무적으로 가입을 하도록 하는 책임보험과 달리 운전자가 자신의 손해비용 보장을 임의로 추가할 수 있는 종합보험의 경우 보험료는 수직상승한다.
현대해상이 위와 동일한 조건에서 대인배상 ‘무한’, 대물배상 최고 1억원, 자기신체 사고시 보장 등 가능한 모든 옵션을 추가했을 경우 오토바이 종합보험료는 1년에 총 870만 2,190원에 이른다. 하지만 9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도 사고 등으로 부서진 오토바이는 온전히 본인부담. '자기차량손해(자차)'는 옵션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보험사에서 같은 나이의 운전자가 1,600cc급 승용차(2007년식) 자동차종합보험을 신규로 가입할 경우 ‘자차’를 제외하고도 131만 9,400원의 보험료를 제시했다. 단순비교 해봐도 6.5배가 넘는다. 자기신체 사고보상의 경우에도 자동차의 경우 사망 5000만원, 부상 3000만원을 보장받는데 필요한 돈은 7만 2,910원인데 반해 오토바이는 지불하는 보험료가 320만원이 넘지만 보장은 사망 3000만원, 부상 1500만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조건에서 퀵서비스종사자들이 이런 보험에 가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퀵서비스 종사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할 책임보험조차도 가입률은 30.8%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69.2%는 무보험 상태다. 여기에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동차 종합보험, 상해보험, 운송보험 등에 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이들 종사자나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보호제도가 없어 요금 적용기준이 업체별로 다르고, 배송 중 물건파손·도난·분실 등의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상태다.

서비스 기사가 비용 거의 부담

또한 서비스 기사가 오토바이 등 장비구입과 유류비, 통신비 등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배송 알선수수료와 출·퇴근비용, 결근시 벌금, 프로그램 사용료 등 모든 계약사항도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불완전한 고용관계로 인한 종사자 권익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퀵 서비스 기사 중 86.7%가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로 영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불공정한 퀵서비스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퀵서비스사업 종사자와 이용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이륜자동차 화물배송서비스사업’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 지난 1월 국토해양부에 권고했다.
그렇다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안’(案)은 무엇인가?.
정부는 지난 달 2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륜자동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보험료의 최대 17%를 할인해주는 ‘서민우대자동차보험’에 이륜자동차를 포함하고, 농어촌 고령자의 보험료 인하방안과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 후속조치로 지난 8일 정부는 택배·퀵서비스 기사의 근무여건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산재보험 적용과 업무여건 개선, 불공정 거래 감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택배·퀵서비스 기사들이 업무 중 숨지거나 다치더라도 유족·요양·휴업급여 등을 받도록 했다.
다만 산재보험 적용방식은 사업주와의 전속성 여부에 따라 구분하기로 했다. 전속성이 강한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방식’으로, 사업주와 종사자가 보험료의 절반씩을 내도록 했다. 또 당연가입이 적용된다. 반면 사업주와의 전속성이 약한 퀵서비스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중소기업사업주 특례방식’을 적용,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하고 임의 가입 형태를 띠게 된다. 정부는 택배·퀵서비스 기사들이 지난달 말 국회에서 통과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실업급여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다 먼저 전국퀵서비스업체 1,000여개는 “퀵서비스 업종을 법제화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전국퀵서비스운수사업자협회(가칭)를 창립하고 국토해양부에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했지만, 전국퀵서비스 노조가 설립저지에 나서고,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법제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허가는 보류중이다.
전국퀵서비스 노동조합은 지난 7일 ‘퀵서비스노동자를 탄압하는 사단법인화 추진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정부가 노동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소모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사단법인의 주체인 “인성데이터(퀵서비스 프로그램제공)의 연합체(퀵업주) 코리아네트워크와 우리네트워크가 기사들에게 고유가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건당23%라는 살인적인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덤핑 신용오더, 사기 적재물 보험, 낮은 운송단가로 무자비한 악행을 서슴치 않고 기사의 고혈을 빠는 악덕 영리법인체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에 의한 사단법인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노조에 따르면 또한 “건당 23%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비 등 오토바이 유지비, 주문검색 프로그램 사용료 월 1만6,500원, 보험료 월 1만원, 고객쿠폰 발급비 장당 1,000원 등 배송관련 비용은 모두 기사들 부담이다. 1만 원짜리 주문을 받아도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약 3,500원이 전부다”라고 노조원들이 받는 불이익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산재보험료까지”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양용민 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전국 17만여 명의 퀵서비스 종사자들이 통신비와 보험료, 오토바이 수리비를 전액 부담하고 25%가량의 사납금을 다시 업주에게 내는데 산재보험료까지 또 떠안게 됐다.”고 정부발표를 비난했다.
법률제정을 통해 비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퀵서비스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한다면, 그 중심축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담보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정책이 수립된다면 또 다른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안 보인다. 목소리가 크고, 힘있는 소수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존재가 소중한 사회가 진정한 사회이다.
민주노총 산하 퀵서비스 노동조합에서는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라이더)들의 운송비 착취구조 고리를 직접 단절하기 위해 노동조합 산하에 ‘홍익 퀵’이라는 라이더들 중심의 비영리 퀵서비스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퀵 라이더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양심적인 기업들의 퀵 서비스 이용을 호소하고 있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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