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장관, "모처럼 밝은 마음으로 보고 드리게 돼 기뻐"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남북 당국자회담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망스럽다. 공동보도문 전문에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만 담겨졌을 뿐이다..다만 내달 21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 개최와 6ㆍ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남측 대표단의 참석에 합의했다. 이로써 작년 7월 취임 이후 끊겼던 남북 장관급 회담 재개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방북이 성사된 셈이다. 대신 우리는 북한에 20만t의 비료를 전달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만나 대화를 재개했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비록 북측이 비료 지원만을 염두에 두고 회담을 제의했다고 하더라도 남북 당국자들이 오래만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의 물꼬를 튼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북은 다음달 장관급회담에는 이번 회담보다는 격이 높고 북핵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한 채널이 복구된다는 점에서 그 회담에 거는 기대가 무척 크다. 그 자리에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가시적인 접근이 이뤄졌으면 한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남북차관급회담이 한반도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큰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문희상 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20일 오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와 원내대책 연석회의에서 "'7년 큰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빠른 시간 내에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동북아 평화ㆍ번영과 민족공영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모처럼 밝은 마음으로 보고 드리게 돼 기뻐" 정동영 장관은 이날 보고에 앞서 "내가 통일부를 맡은 이후 남북관계가 꼬이고 대화마저 막혀 송구스러웠는데 모처럼 밝은 마음으로 보고를 드리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 '부심'하던 심경을 드러냈다. 정 장관은 "신중한 접근으로 끊어졌던 다리가 드디어 이어졌는데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신중한 자세로 남북관계의 정상적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움츠렸던 기간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당도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이에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15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남북 민간교류,협력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정치,군사 분야에서는 미약하다"며 "정치.군사 부분에 중점을 두고 남북장관급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결이 북한에 유익하고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해서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며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살려내기 위해서도 장관급회담에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7년 대한에 단비같은 소식" 문희상 의장은 "7년 대한에 단비가 내린 듯한 소식"이라며 정 장관을 향한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정세균 원내대표 역시 "10개월이 걸려 옥동자를 낳았다"며 "그간 정부 당국의 노력과 걱정에 대해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정 장관에게 다가가 "저녁 무렵 공동보도문이 나왔다는 속보를 보고 드디어 됐구나 하는 마음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격려한 뒤 "평양행은 내가 수행할 테니 나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고, 김희선 의원도 "10개월 만에 대화가 재개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정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다른때 같았으면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새벽부터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 화답했다. ◆유시민 "성과는 정 장관이 북한에 가봐야 알겠다" 19일 끝난 남북차관급 회담을 두고 문희상 당의장을 비롯한 우리당 지도부가 이구동성으로 "7년 가뭄끝의 단비"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지도부 가운데 유독 유시민 의원만은 성과를 깎아 내렸다. 유 위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북핵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에 대해 더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정부가 이뤄낸 성과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 장관은 "협상 당사자들이 전면에 나서기 힘드니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은 회의에 앞서 정 장관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어제 자정 뉴스를 보고 회담에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아내와 밤새 토론을 하느라 잠을 못잤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이 애써 웃어 보이며 "그래서 누가 이겼냐"고 묻자, 유위원은 "결론을 못 냈다. 일단 "성과는 정 장관이 북한에 가봐야 알겠다"고 말해, 차관급 회담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자 정 장관이 유 위원에게 "평양에 같이 가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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