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노무현 VS 산 이명박

친노세력 급부상…문재인·문성근 등 대거 출마
‘MB정부 실세 용퇴론’에 이재오 등 반격 채비

2008년 총선 ‘盧 심판’, 이번엔 ‘MB 심판’구도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친노-친이’간 리턴매치

친노무현 세력이 비상하고 있다. 4.11 총선을 토대로 올해 12월 대선에서도 친노세력의 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의 참혹한 패배와 2008년 18대 총선 참패의 기억은 희미해지며 욱일승천의 기상이 느껴질 정도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는 폐족’이라고 일컬었던 것이 아득하기만 하다. 한명숙 대표 등 친노세력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2007년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대패한 뒤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5년 만에 부활의 기지개를 뽐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성장보다 분배와 지방균형발전 등을 강조했던 ‘노무현적 가치’가 다시금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기세등등했던 친이명박계의 앞날은 단적으로 안개속이다. 현 정부의 갖가지 비리 등으로 추락을 넘어 그 끝을 알수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새누리당의 김종인·이상돈 비상대책위원 등은 지속적으로 '현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하며 압박강도를 높여왔다.

친노, 총선 주역으로

대통령의 탈당요구뿐만 아니라 친이계에 대한 소위 ‘공천 학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풍겨지고 있다. 이런 속에서 친이계의 중심이었던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전 대표, 안상수 전 대표, 김무성 전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 누가 살아남을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노세력의 부활은 민주통합당 공천신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1일 마감된 공천신청에서 친노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입증했다. 공천을 신청한 713명 중 과거 참여정부 출신이 압도적이었고, 서울과 부산·경남(PK) 지역 신청은 봇물을 이뤘다. 
서울의 경우 전체 48개 지역구에 친노 인사들이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에서 정호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씨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김택수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서양호(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권재철(참여정부 노동비서관)△송재덕(노무현 대통령후보 중앙행정개선특위 부위원장) △양정철(노무현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최창환(노무현재단 기획위원)△김성호(노무현 대통령후보 은평구 선거대책본부장)△조재희(노무현대통령 비서실 정책관리비서관) △정환식(노무현재단 기획위원)△김방철(노무현대통령인수위 자문위원) △오영식(노무현 후보 선대위 청년위원장) △이순희(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과 경남 등 PK 지역에서 친노 세력은 출마러시를 이루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사상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부산은 전체 18개 지역구에 27명이 출마를 선언했고, 그중에 문성근(북강서을) 등 8명이 친노인사로 분류된다. 
경남지역에서도 전체 17개 지역구에 30명이 공천신청을 낸 가운데 김해시을의 김경수 등  친노인사들이 10명에 이른다. 이밖에 대구와 울산지역에서도 친노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친이’의 몰락?

지난 16일 윤곽을 드러낸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신청의 특징은 972명(비공개 26명 포함)의 공천 신청자 중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인연을 경력란에 소개한 이는 94명에 이르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기재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전국 245개 지역구별 공천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단수 후보지는 모두 30곳이었다. 불모지인 호남 14곳을 제외하고 현역이 버티고 있는 15곳을 계파별로 보면 이중 9곳을 친박계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이계가 장악한 단수 후보지는 단 3곳에 불과해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 서초갑과 도봉을, 노원을이 단수 후보지로 이혜훈, 김선동, 권영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며 권 의원도 친이계가 아닌 중도 쇄신파다. 경기지역도 부천소사(차명진), 광명갑(차동춘), 광명을(전재희), 김포(유정복)가 단수 후보지로 분류됐다. 인천에서는 남구갑(홍일표), 남구을(윤상현), 계양을(이상권), 서구·강화을(이학재) 4곳이 단수 후보지이며 이중 남구갑을 제외한 3곳이 친박계다.
강원에서도 황영철 대변인의 지역구(홍천·횡성)가 단수 후보지이고, 충남 천안을(김호연) 역시 단수 후보지로 친박계다. 이밖에 부산 해운대·기장갑과 금정구 두 곳에는 현역인 서병수, 김세연 의원만이 공천을 신청했고, 이들 또한 친박계 핵심인사로 분류된다.

총선, 최대 변수는

전반적으로 친이계의 쇠퇴가 확연히 드러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의 공천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최근 종로에 출사표를 낸 이명박 정부의 영원한 대변인인 이동관 전 수석의 행보도 관심을 주목된다. 이외에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지역구(서울 동작을)에서 민주통합당 이계안 전 의원과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나경원(서울 중구) 전 의원과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전 대표의 경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박근혜의 위력이 여지없이 발휘됐다”고 말하며 “현역 비율로 대다수인 친이계이 몰락이 뚜렷하다”며 “사실상 이들의 공천 배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총선이 ‘노무현정부 심판’ 구도로 진행된 선거였다면 이번 4.11총선은 ‘MB심판’ 구도로 볼 수 있다. 친노세력이 당당히 부활하며 “역사무대에서 사라진 노무현과 역사무대에 있는 MB"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 총선은 노무현식 정치개혁의 실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였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기간 동안  ‘탄핵’, ‘수도이전’, ‘세금폭탄’, 복지와 증세, 대연정 등 여러 정치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심판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고, 2008년 한나라당은 대승을 이루었다. ‘실용’을 내세운 MB정부를 국민들이 택한 것이다. 

MB,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하지만 MB정부 4년은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그 결과이다. 6.2지방선거는 MB식 해법에 국민들의 냉엄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측근인사, 소통부재의 독단적인 정국운영, 4대강 사업, 종편 선정, 친인척 측근 비리 등과 결합하면서 ‘반MB정서’가 형성했다.
이와 함께 ‘반한나라당 정서’도 함께 시작됐다. 이는 2008년 총선이 ‘노무현식 개혁’에 대한 실망감의 결과였다면 이번 4.11총선에서는 지난 4년간 MB정부가 펼친 개혁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된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최적의 조건이 됐고,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최대의 위기국면에 놓이게 된 셈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당명변경과 정책쇄신 그리고 인적쇄신을 통해 ‘MB정권과의 차별화’를 대대적으로 펼치며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MB정부에서의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MB정서’와 ‘박근혜’을 연결시켜 4.11총선의 고지를 점령하려하고 있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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