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업·환전업 진출…중소상인만 ‘울상’

신세계, 삼성·롯데와 반대로 베이커리 사업 ‘활성화’
지난해 학원법 개정…기존 문화센터 ‘학원’으로 등록

이마트 “제주도 관광 지역서 환전서비스 확대할 것”
“신세계 동네 상권 침해, 영업적자 메우기 위함인가”

▲ 신세계 전경

신세계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달아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신세계는 사업을 더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목적사업에 학원업과 환전업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최근 이마트 중국 점포에서 발생한 영업적자를 메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지원행위 조사까지 더해진 위기 상황에서 신세계가 앞으로 어떤 타개책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과 롯데 등 재벌가 딸들이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 2~3세의 중소업종 침해 실태 조사를 지시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대부분의 정치권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베이커리 사업 재정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에 대해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공정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을 현장 조사했다. 공정위는 신세계백화점이 계열사인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달로와요’를 입점하는 과정에서 임대료, 판매수수료 등을 낮게 책정하는 등의 부당 지원을 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유통업계는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하는 가운데서도 신세계의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철수 의사가 없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달로와요’와 ‘데이앤데이’, ‘베키아에누보’ 등 6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연간 1천500억원 안팎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등 몇 년 사이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이러한 이유로 정 부사장이 쉽게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신세계는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도 오히려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이마트 역삼점 ‘데이앤데이’ 매장을 우유를 주원료로 한 ‘밀크앤허니’로 바꾸면서 새롭게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밀크앤허니는 카페형 브랜드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현재 이마트 역삼점을 포함한 6개 이마트 내 입점해 있다.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이러한 모습은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제품 차별화 차원에서 일부 매장을 밀크앤허니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센터 통해 본격 학원업 진출?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학원업 등록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신세계는 백화점 문화센터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고 운영해 왔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요리, 외국어, 공예, 서화, 재테크 등 주로 주부 성인을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해왔으며, 최근에는 ‘신나는 과학 놀이터’, ‘놀면서 배우는 국사 교실’ 등 유아나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잇달아 개설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와 이마트는 내달 2일 주주총회를 열고 목적사업에 학원업을 추가하도록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이마트가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난해 개정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른 것”이라며 “개정법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학원법에는 초·중·고 교과목을 가르치거나 만 3세 이상 유아,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교습하면 ‘학교교과교습학원’으로 규정한다. 개정 전에는 교과과정을 다루지 않으면 초·중·고생을 상대로 교육하더라도 학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결국 문화센터를 학원으로 등록·변경하면 강사의 자격 기준이나 시설이 지금보다 더 학원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에 업계는 문화센터의 학원 등록이 개정된 법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본격적인 학원업 진출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이는 단지 관련 법규의 개정에 의한 것일 뿐, 신사업을 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마트, 환전서비스 확대
무리한 사업 진출 ‘논란’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 이마트도 제주도에서 해온 환전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마트는 한국은행에 환전업 등록을 마치고 제주도 3개 매장에서 환전서비스를 시행해 왔었다.
지난 14일 이마트는 공시를 통해 환전업 인허가를 위한 사업자등록증 변경을 위해 목적 사업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 환전서비스 확대에 대해서도 “제주도는 외국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라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며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 중심으로 환전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미 시행해왔던 서비스를 타 점포로 확산하는 것을 두고 이 또한 본격적인 사업 진출의 발판 마련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환전업자 등록은 영업장소(점포 또는 사무실)만 있고 신청서를 한국은행에 제출하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하다. 현재 이마트가 전국에 141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기존 제주도 3개점을 제외하면 총 138개의 환전영업자 등록이 가능한 셈이다.
이마트의 환전업 확대는 개인 환전 영업자들에게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환전영업자 등록 수는 총 1243건이며, 이 중 개인사업자는 361명이다. 만약 이마트가 환전영업자 신규 등록을 전 매장으로 확대한다면, 기존 개인사업자의 40%에 달하는 환전영업자가 새로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개인 환전영업자는 “대기업의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중소 자영업자의 환전소 영역까지 넘본다면, 영세 상인은 무엇을 영위하며 살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신세계 관계자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 확대차원일 뿐 본격적으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특히 신세계의 사업 확장은 지난해 기업형슈퍼마켓(SSM) 진출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신세계는 신규 출점 대신 ‘킴스클럽마트 인수’라는 우회적 경로를 통해 기업형슈퍼마켓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당시 신세계는 “다양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사업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고, 이로 인해 유통업계에 일대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업계는 신세계의 중소업종 상권 진출에 대해 “대형마트 부문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세계가 판매 전략을 동네 상권으로까지 뻗치려고 한다”며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난달 불어난 적자로 사업 밑천을 드러낸 이마트 중국 점포를 이마트가 투자금액의 10% 수준에 매각한 것과 맞물려 국내에서 영업적자를 메워보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올해 신세계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9천억원을 투자해 신규 일자리 8천명을 채용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앞으로 사업 확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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