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 " 혈서 쓰려고 손가락 자른 것"

'군대가면 고문우려'....'배신 안하려 단지' “군에 가더라도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고문을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이라도 말하게 된다면 저는 영원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병역회피를 위해 스스로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잘랐다는 논란에 휩싸인 우리당 이광재의원이 단지(斷指)논란과 관련, 19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80년대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위해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다고 해명했다. 이광재 의원은 `용서를 구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80년대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 손가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열사의 분신과 고문소식들이 잇따르던 날 저는 부모님이 주신 제 손가락을 버렸고 태극기에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고 혈서를 썼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86년 당시에는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고문을 못이겨 동지의 이름을 불게 되면 동지들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것은 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고 배신의 기억을 지니고는 영원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앞뒤의 문맥과 시대상황을 다 버리고 군 기피를 위한 단지(斷指)라고 비난한다면 그 비난은 달게 받겠다"며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이기고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주위에서 손가락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그 때의 상처와 다짐을 간직하고 살기 위해 그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 시절 저의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광재 당신만 운동했나…용서안돼" 이광재 의원이 암울했던 80년대 운동권 시절에 변절할까봐 두려워 마음을 다잡기 위해 손가락을 잘랐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이 의원을 두둔하는 쪽과 비난하는 쪽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의 행동을 두둔하는 네티즌들은 "손가락을 자른 이유는 병역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재정권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이 아니라 '군사 독재시대'가 손가락을 자른 것이다" 등의 논리를 펴고 있다. 모 포털뉴스의 독자 'aeiouo'는 "이광재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선입관이 있지만 85년도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 "5명 이상이 모여있으면 짭새가 뜨던 그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kk1028'은 "내 주위에도 당시 단순히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군생활 내내 감시받고, 6개월마다 자대 옮기고, 주말마다 보안대에서 교육받아야 했던 사람이 있다. 주모자도 아니고 단순히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진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라고 말하면서 "이광재의 해명에 심정적으로 동조한다"고 밝혔다. 'kgtcj'는 "86년이면 전두환의 폭압이 절정에 달할 때다. 손가락 잘라서 혈서 쓸 만하다. 당시 운동권으로 찍힌 사람들이 군대 가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군의문사가 어디 한둘이어야지…"라고 말하면서 이 의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livebaram'은 "당신을 죽이겠다고 입영통지서를 보내는데도 꼭 군대에 가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지금의 입영통지서와는 다르다. 민주화운동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려 했던 이들에게 입영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가. 당시에 아무것도 안 했다면 (이 의원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어떤 논리로도 손가락을 잘라 군대를 면제받은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dyslexia04'는 "김근태 같은 사람은 재학중 강제징집돼 군에 갔다온 사람이다. 어떤 이유로든 의무는 이행했기에 떳떳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운동권이라도 군대 갔다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이미지가 다르다"라고 밝혔다. 'parkssi2'는 "80년대를 당신이 모두 짊머지고 가야 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은 세상 걱정 안 하고 사는 줄 아는가. 80년대를 핑계대지 마시길…"이라고 말했으며, 'hschsw'는 "결국 자기 입으로 군대 가기 싫어서 단지했다고 실토했는데 처음에는 왜 군 기피 의도가 전혀 없다고 거짓말을 했을까?"라고 말하면서 이 의원을 비판했다. 'fmmhide'는 단지 문제와 관련된 이 의원의 해명이 계속 바뀐 것을 비꼬며 "공장에 위장취업했는데 동지들이 분신하고 죽어나가니까 기분이 우울해서 프레스에 손가락 넣고 잘라서 태극기에 혈서를 쓴 거냐?"라고 말했다. 'hdkim808'은 이 의원의 해명에 대해 "입대 후 보안대에서 고문을 당하면 동지들 이름을 불게 될까봐 군대 안 가려고 손가락을 잘랐다는 결론"이라면서 "자신의 멀쩡한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독한 인간이 무슨 고문이 그리 두려웠을까"라고 말했다. 'dmlwkhg'는 "최소한의 기본의무도 수행하지 않은 자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기회주의적 병역면탈자들을 두 번 다시 국회의원으로 뽑아선 안 된다"라고 말하며 이 의원이 손가락을 자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3년 "부평 주물공장서 손가락 잘렸다" 이광재 의원의 단지(斷指) 논란과 관련, 2003년 이 의원 본인이 “공장에서 사고로 잘렸다”고 해명했다고 동아일보가 19일자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다”고 해명한 바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03년 4월 기자에게 “85, 86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돼 인천 부평의 조그만 가내 주물공장에 위장 취업해 있을 때 혼자 기계를 다루다가 사고로 손가락이 잘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여부를 집요하게 따지자 이 의원은 공장이 있었다는 부평에 기자를 직접 데리고 가 2시간 가량 안내까지 했고, 이 의원이 지목한 곳은 주택가로 변모해 있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이 의원은 공장 이름과 주인이나 동료 이름, 사고 후 찾아간 병원 이름 등을 묻는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 의원의 부인도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려 군대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민을 진노케 한 이 의원은 가면을 벗으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병풍으로 정권을 탈취 하다시피 한 정권의 실세가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멀쩡한 몸을 자해했다니 그 도덕적 이중성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라며 “이 의원은 모든 것을 털어 놓고 국민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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