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할 시간 있으면 진실규명 나서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은 군사쿠데타를 용납할수 없다는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과 함께 터져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군부 쿠데타세력은 공수부대와 장갑차 등을 투입해 시민저항세력을 무자비하게 진압, 금남로를 피로 물들였다. 최근 5.18 유족회 등 관련 시민단체들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후유증에 따른 사망자를 포함해 5.18로 인해 60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5.18이 발발한 80년 당시로부터 4반세기가 흘렀다. 계엄군에 맞서 저항했던 젊은이들이 이제 40-50대의 중년이 됐다. 당시 외신기자로 유혈사태 현장을 영상에 담아 처음으로 세계에 알렸던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광주를 찾아왔다. 백발이 성성한 60대 후반의 그는 죽어서 광주에 묻히고 싶다면서 "광주시민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5.18 항쟁이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군사정권하에서 폭도들에 의한 사태로 왜곡됐던 5.18의 의미는 그동안 민주화 진행과정에서 어느정도 제자리를 찾았다. 망월동 묘지는 국립묘지로 승격됐고 5.18 민주유공자예우법도 제정됐다. 그러나 1980년 5월 광주·전남 일대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도 제 이름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폭도들이 무장해 난동을 부렸다는 신군부의 발표에 따라 한동안 ‘폭동’으로 취급됐고 명칭은 ‘광주사태’였다. 그러나 사회 민주화에 힘입어 1988년 정부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다. 문민정부때인 1995년에는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신군부 세력에 대한 법적 심판이 가능해졌다. 이후 ‘5·18민주화운동’이 공식 용어로 자리잡았지만 5·18 관련단체와 광주·전남 주민들은 아직도 ‘5·18민중항쟁’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기층민중이 5·18을 주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긴 79년 ‘10·26사태’ 직전에 일어난 ‘부마항쟁’과 87년의 ‘6월 민주항쟁’에 비하면 그 중심에 있는 5·18을 민주화운동보다 항쟁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당 "광주 영령 모욕"... 한나라당 "축하할 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25주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경축' 공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경축탑'을 세운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5.18 경축' 논란은 열린우리당과 서울시, 한나라당의 논평 공방으로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당은 최근 서울시의 ‘경축 5.18민주화운동’ 탑 논란과 관련, "(서울시는) 우리당의 문제제기에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않고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와 서울지방보훈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행사위원회와 정부측에서 요구한 문구"라며 "우리당이 정치적 트집잡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애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우리당은 "행사위원회와 정부는 '기념'이란 문구를 요청했다"며 "5.18 민주화운동은 경축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16일 ‘서울시의 뒤집어 씌우기 해명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2004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서울지방 호훈청이 서울시에 요청한 자료에 의하면 ‘기념 제24주년 5.18민주화운동’으로 탑을 제작해달라고 돼있음에도 서울시가 ‘경축탑’으로 둔갑시켰다”며 “서울시는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말고 ‘경축탑’을 세우게 된 경위를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5.18 광주항쟁은 광주시민의 희생이 군사독재에 승리한 것이고 장한 일, 축하할 일"이라며 '5.18 경축'의 의미를 설명했다. 구 대변인은 "우리당이 정치적으로 재미만 볼 수 있다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가려서 (정치공세를) 할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5.18 광주항쟁의 희생자들이 피로써 남기고 간 숭고한 뜻을 국민과 함께 받들어 갈 것"이라고 5.18의 의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광주항쟁의 의미가 선전탑 문구에 있는가" 그러나 정작 5.18 민중항쟁 25주년 기념행사위원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행사위원회와 민주노동당은 "우리당과 서울시의 논란은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거나 운동의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논란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우리당과 서울시의 '껍데기 논란'은 양식있는 국민의 낯을 뜨겁게 한다"며 양당과 서울시를 함께 비난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민주주의의 오욕인 국가보안법이 아직 활개치고 있고, 유사 개혁과 민생이 판을 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데 지금 정치권이 전시 문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을 때인지 묻고 싶다"고 일축했다. 김 부대변인은 "광주항쟁의 의미는 전시용 선전탑 문구 속에 들어 있지 않다"며 "5월 광주가 목말라했던 민주주의의 염원은 뒤로 밀쳐두고, 서로 둘러대면서 변죽만 울리는 위선적 논란은 광주에 대한 모욕"이라며 꼬집었다. 이기훈 '5.18 민중항쟁 25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사무처장 역시 "이번 논란은 이명박 시장과 열린우리당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생긴 일이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경축이라는 문구를 갖고 논란을 시작한 열린우리당도 한심스럽다"며 "그런 공방을 벌일 시간이 있으면,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도록 집권당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후 "5.18민중항쟁 제24주년기념 서울행사준비위원회나 서울지방보훈청 등의 공식적인 문구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경축’을 ‘기념’으로 수정, 탑을 다시 설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우리당의 해명 요구와 관련해서는 “우리당의 주장이야 말로 억지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서울시와 우리당간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홍보탑에 '경축'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 시장과 그 수하들의 천박한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는 열린우리당의 13일자 논평에 대해 “우리당 대변인실이 막무가내로 논평을 내고 있다”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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