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통일, 내달 당국대표로 방북 가능성

지난해 7월 부임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오는 6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핵문제를 풀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정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까지 맡으며 ‘실세(實勢) 장관’이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주 업무인 남북관계에서는 진전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특히 북쪽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7일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남측이 6.15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장관급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하는 방안을 전격 제의함에 따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방북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북측 관계자가 "평양 땅을 한 번도 못 밟는 통일부 장관이 될 수 있다"라고까지 비난한 정 장관에 대해 북한 당국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 당국의 정 장관에 대한 악감정은 지난해 7월 12일 정 장관이 국회 답변을 통해 "조문을 위한 박용길 장로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확인한 것이 발단이 됐다. 북측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으며 7월 27-28일 탈북자 468명이 한국으로 집단 입국하자 8월 3일로 예정됐던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무산시켜 버렸다. 이후 북한은 정 장관이 조문방북 불허 및 탈북자 대거입국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뒤에도 주요 신문 지면과 통신, 방송 등을 통해 정 장관에 대한 비난을 지속,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12월 15일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에는 북측이 정 장관을 초대하기는 했으나 정 장관이 연설을 시작하자 북측 인사들이 자리를 뜨는 식으로 `모욕'을 주기도 했다. 그러던 북측은 올해 들어서면서 차츰 변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12.25)은 "내년도(2005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남측에 대화재개의 명분을 줄 것을 암시하고 나섰다. 특히 정 장관은 1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탈북자 문제 등으로 북한체제를 흔드는 것은 우리 정책이 아니다"면서 `기획탈북 반대'를 천명하며 북측에 화답을 했다. 정 장관은 또한 연말부터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공식서한을 보내는 등 꾸준한 `러브 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평양방송의 2월 4일 보도는 정 장관에 대한 북측 인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방송은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전하면서 "남측준비위원회 결성을 축하해서 통일부장관 정동영 등이 꽃묶음을 보냈다"고 언급함으로써 근 7개월만에 호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측은 2월 10일 6자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및 폐연료봉 인출, 동해상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강경행보를 취함에 따라 정 장관의 관계회복 노력은 무색해져 버렸다. 따라서 이번에 정 장관이 평양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명목상 6·15 남북·해외 통일대축전 참가를 통해 북측이 서울에서의 장관급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평양에서 장관급회담을 약식으로 갖는 한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추진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체됐던 남북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핵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3대 경협사업은 일관되게 추진해온 만큼 정 장관의 평양행이 성사될 경우 남북관계는 정상화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딜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