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MB전선 적신호…‘동상이몽’ 엇갈린 행보

민주통합당, 공심위 구성 등 내부정비에 힘 쏟아
통합진보당, “민주당측 연대 무성의”에 전전긍긍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놓고 야당간 신경전 치열
야당 간의 지지율 격차 등도 야권연대 걸림돌 작용

▲ (왼쪽부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야권연대가 안개속에서 한치 앞을 보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국회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열고 공천 경선방식과 관련한 논의에 착수했고, 통합진보당 역시 ‘2012 통합진보당 총선 승리 전진대회’ 개최하며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촉발된 반(反)MB연대가 지난해 4.27 재보선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강력한 야권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오히려 이같은 예상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화마저도 단절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야권연대의 심각한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통합진보당 입장에서 4.11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통합당의 묵묵부답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속히 대화의 문 열자고 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15일 한명숙 대표가 취임한 이후 줄곧 당직인선 등 내부정비에 온 힘을 쏟고 있고, 최근에는 공심위 구성을 둘러싼 잡음 해소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연대에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1월15일 전당대회이후 그 다음날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테이블 구성을 제안하자 야권연대가 쾌속 순항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명숙 대표는 지난달 17일 대표 취임 인사차 통합진보당 대표단을 예방한 자리에서 “조속히 대화의 문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같이 해 나가자”고 제안, 야권연대가 가시화될 것을 예상하게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민주통합당의 반응은 썰렁했고, 통합진보당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합의를 고리로 선거연대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와관련 "우리 국민들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답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야권연대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야권연대는 국민들에게 변화와 승리의 확신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승리의 확신이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변화의 주역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변화와 승리의 확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해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혹 있다면, 이것은 준비된 국민들의 의지를 흩어뜨리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변수?
 
또 "통합진보당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제안을 민주당에게 드린 바가 있는데 아직 어떤 언급도, 답변도 돌아오는 바가 없다"며 "이제 후보 공식등록 40여일을 남겨두고 있어 객관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이 중요한 시기, 특히 이번 주를 이대로 흘려보내면 야권연대에 심각한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인터뷰에서 "야권연대 협상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문을 열어놓고 있는 입장"이라며 "지금 야권연대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민주당이 시민참여방식으로 지역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뽑힌 후보를 놓고 다시 우리당과 시민참여경선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협상을 통해서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진짜 의지가 있다면 이 시기에 협상을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접촉에 대해 “하고 있다, 안 하고 있다, 그런 것은 얘기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야권연대 협상이 진행 중이지 않나. 내부적으로 복잡하다”면서 “통합진보당은 득표율 대비 의석수를 나누자고 주장하는 데, 실질적 협상을 위한 의사결정이 가능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 교통정리도 어렵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야권연대(협상 채널이)가동된 것은 아닌 듯 하고, 채널이야 항상 있어 따로 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리자는 것인데 국민 정서상 못 한다”고 말했다.

석패율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두고 양당이 이견을 나타내는 부분도 있지만 통합진보당의 고전과 달리 최근 지지율이 상승한 민주당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약화됨 부분이 가장 크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의 경우 수도권과 호남 등 야권의 강세지역에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야권연대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수 인물군들로 인해 내부 교통정리도 어렵다는 것이다.

거기에 야권연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당의 지지율 격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최근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은 30%대 중반을 치고 달리며 상한가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5%에도 미치지 못하며 30여%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지지율 상승세가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에 동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민주당이 지지율이 높아서 ‘2004년 17대 총선 때처럼 그냥 혼자해도 이기는 데’ 이런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연대 협상에 나설 당사자들이 없다는 점도 들수 있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와 10.26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486 주자들이 야권연대보다는 자신들의 선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대에 적극적이었던 이인영 최고위원, 우상호 전략홍보기획본부장도 이번에는 참여치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선 승패, 야권단일화가 관건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지율 상승세는 분명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승부는 결국 박빙인데 야권 단일화 여부로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본선에서 새누리당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광범위하게 지지를 보냈던 진보진영 표가 분열된다면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4·11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경남에서는 야권후보단일화의 첫 계단을 밟았다. 시민사회진영으로 뭉친 '2012 희망정치 실현을 위한 경남의 힘'과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경남이 선봉에서 민주진보정치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야권연대 참여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경남 17개 모든 선거구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야권은 2010년 지방선거 때 야권단일화를 이루어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 등 성과를 얻었다. 총선을 앞두고 다른 지역보다 앞서 야권연대를 선언한 것이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오는 19일 각 선거구별 후보단일화 방법을 확정짓고, 24일까지 시민경선인단을 모집한다. 단일화 방법은 여론조사와 시민경선 등을 병행한다. 각 정당은 오는 26일까지 후보를 확정짓고, 늦어도 3월 4일까지 후보 단일화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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