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불법파업으로 규정 강경대응 방침 정해
노측, ‘김재철 사장 퇴진’ 등 끝장 투쟁 선언
뉴스 시청률, 경영성과 등 놓고 치열한 공방 계속
장기간 이어지는 MBC파업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



2주째 이어지고 있는 MBC파업!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돌진하는 노사대립의 결말은 어떻게 진행될까?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불법파업으로 맞선 상황에서 해결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결말은 미리 나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보지 못하는 측의 입장이 아쉬울 뿐이다.

2주째를 맞고 있는 MBC의 노조파업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사측은 이번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강경대응방침을 밝혔고, 이에 맞서 노조 측에서도 ‘끝장투쟁’으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결의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두고 노사가 타협과 양보가 불가능한 전선을 강하게 구축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파업’논쟁

노사 양측은 파업의 정당성과 경영 성과를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고, 회사 측은 “엄연히 불법파업인 만큼 사내 법규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맞섰다.
노조는 7일 “사측은 ‘불법파업’ ‘정치파업’으로 몰아가지만 공정방송을 원하는 게 정치파업이냐”며 “시청률과 경영 성과를 앞세우는데 더 이상 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사측은 기자와 PD, 경영부문 조합원까지 파업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며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의 합법적인 권리를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파업은 임금이나 근로시간, 복지나 해고 등 근로조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노조가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불순한 의도인 만큼 명백한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밝혔다. 또 “MBC노조가 1년8개월 만에 다시 불법파업에 나서 1등 방송 MBC가 훼손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청률을 놓고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문화방송은 전 방송사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하며, 또 “<무한도전>,<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등은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왜곡·편파 보도로 얼룩진 뉴스·보도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락했는데, 드라마나 예능 시청률만을 따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뉴스데스크>의 경우 “시청률이 평균 13%였지만 김재철 사장 체제 이후 10%를 턱걸이 하고 있다”며, 그나마 10%대 시청률도 사실은 ‘사측의 꼼수’라고 말했다. 별개 방송이었던 스포츠 뉴스를 <뉴스데스크>와 통합해 억지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노조, “뉴스데스크 시청률 급락”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2년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고, 지금도 ‘날씨’ 방송이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며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를 켠 시청자들이 날씨와 스포츠 방송까지 연이어 보니까 10%를 간신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성과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사측은 “지난해 채널브랜드 자산평가에서 지상파 4개 채널 중 1위, 채널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광고수익이 오른 것일 뿐 김재철 사장과는 관계없다”고 말하면서 “사장의 말 한마디에 담당자들이 움직이는 기형적인 ‘식물인간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숫자도 주장이 다르다.
사측은 “전체 직원 1,600여 명 가운데 533명만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노조측은 “조합원이 1,000명이고, 핵심부서라 할 수 있는 보도기자와 시사교양PD, 라디오PD, 엔지니어들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여, 내부 결속력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밝혔다.
특히 보도국 기자 179명은 정상화와 보도책임자 교체를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 이후 편성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남은 인력은 보도국장과 부장급 데스크를 포함 20명 남짓으로, 실제 파업에 들어간 기자는 차장급 이하 제작인력의 93%에 이른다고 기자회는 밝혔다.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사간 방법도 달랐다. 사측은 6일 12곳 일간지 1면에 ‘문화방송 시청자들께 드리는 글’이란 광고를 게재하여 사측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조측은 3일 350여명의 조합원이 명동에서 '공영방송 MBC 노제'를 지내며 여론 잡기에 나섰고, 6일 국회앞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퍼포먼스와 행진을, MBC파업콘서트 <으랏차차 MBC>를 17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하여 파업의 정당성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노사, 여론잡기 치열

MBC노조의 파업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81개 시민단체는 지난 7일 여의도 문화방송사옥 앞에서 ‘MBC총파업 지지·김재철 퇴진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MBC정상화를 위해 김재철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공영방송 MBC를 ‘MB씨를 위한 방송’으로 전락시켜 놓은 김재철씨와 경영진이 무슨 염치로 노조를 음해하고 퇴진 요구를 거부하는 것인가”라며 “이번 총파업으로 빚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서온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씨와 MB정권 부역세력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노조위원장은 “MBC노조의 총파업은 공정방송을 보도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되찾기 위한 것이므로 합법파업”이라며 “공영방송은 국민을 위한 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이도흠 의장은 “현 상황은 군사정권 이전으로 후퇴된 것이다. 물을 막으면 홍수가 나듯이 말을 막으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김재철 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정권 이후 5번째 파업

MB정권 들어 다섯번째 이어지고 있는 MBC파업에 언론노조를 비롯, KBS, MBC, YTN노조는 7일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출, 해고자 복직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동투쟁위원회는 “언론의 제 역할을 언론노동자 스스로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민에게 방송을 되돌리는 투쟁을 함께 한다”며 “공정방송복원을 위한 투쟁력 결집, 김인규KBS사장 · 김재철MBC사장 · 배석규YTN사장 즉각 퇴출, 해직자 복직,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방송 시스템실현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을 향해 ‘낙하산 인사 쇄신’, ‘시사프로 복원과 해직자 복직’,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방안’, ‘차기 방통위원장의 자질’, ‘방통위원장의 정치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처럼 공영방송인 KBS, MBC, YTN의 노조가 각사의 사장퇴진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해당 방송사 경영진들의 권력자 ‘줄대기’에 대한 반발이다. MB정권 들어 한미FTA, BBK, 서울시장 선거 등 MB정부와 여당의 약점을 보도하는 데는 눈감고, 대통령의 동정보도 아니면 연성뉴스에만 치중하는 공영방송에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하다. MBC는 특히 기자회의 ‘2011년 MBC뉴스 불공정보도일지’에 따르면 △강원도지사 엄기영 후보의 불법선거운동 물타기보도 △반값등록금이슈 소극보도 △KBS도청의혹 축소보도 △〈PD수첩〉대법원판결 왜곡보도 △10·26재보선 불공정보도 △MB내곡동사저의혹 누락 및 축소보도 등으로 편파보도가 절정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지금이 노조들의 주장을 펼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시기가 좋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보선 이후 달라진 정치지형과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왔다’는 기자들의 내부 여론이 생겼다. 게다가 김재철 사장도 앞으로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향후 향배에 무리수를 둘 수 없고, 당장 사퇴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 행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청자를 고려해야”

또 현 시점에서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MBC노조의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사측이 물리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자칫 여론이 불리해질 경우 곧바로 4월 선거에 영향을 주는 대외적 조건 때문이다. MBC내부에선 김재철 사장도 차기 정치권 진입을 염두해 두고 눈치를 보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기자회의 제작거부 배경에는 전영배 보도본부장에 대한 불신도 깔려있다. 전영배 보도본부장은 3년 전 보도국장으로 있으면서 신경민〈뉴스데스크〉 앵커를 경질해 기자들의 반발로 40여일 만에 사퇴했지만, 지난해 3월 보도본부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한 인물로 인해 두 번이나 불신임 투표와 제작거부를 겪는 상황은 김재철 사장의 인사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MBC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다. 지금까지 진행과정을 볼 때 노사 어느 쪽도 시청자를 고려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KBS와 YTN가 동조파업을 한다면 그 혜택을 보는 측이 누구인가를 한번 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지금 당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밀어 붙이는 것이 정말로 최선일까?
MBC총파업에 참석한 전KBS 정연주사장이 고은 시인의 ‘화살’을 낭독하며 한 말이 어쩌면 이번 파업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영방송)사장은 재임시 큰 틀만 마련해 주고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병풍 정도만 되면 된다. 요즘 (방송사)사장은 다른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취재/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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