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점령하라(Occupy Youido)”

혹한 속 아스팔트 위의 외로운 투쟁
각 대학 Occupy운동본부 설립 제안

‘월가를 점령하라’로 시작된 금융자본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진정한 피해자인 99%가 침묵하는 동안 1%의 금융자본은 그 규모를 더 키워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아스팔트 위의 텐트에서 2개월 이상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사람연대’를 찾아 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아니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했었을 겁니다” 대학생사람연대(이하 사람연대) 소속 장일영(27, 경희대 정외과 4년)씨의 짧은 말 한마디가 체감온도 영하 10도 이하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아스팔트 위에서 52일차 텐트농성을 하는 이유를 함축성 있게 대변했다. 지난 9월 캐나다와 미국에서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로 시작된 운동이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Occupy Youido’(여의도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로 서울에서는 지난 10월 15일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사람연대소속 20여명의 학생들이 텐트농성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52일차 텐트농성 하는 이유

‘Occupy Wall Street’운동(이하 occupy운동)은 미국사회 안에 만연한 경제 불평등과 금융위기로 인해 누가 희생되는 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시위참가자들의 답은 미국사회가 99%를 제물로 1%만을 위한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금융권과 대기업에 대한 불공평한 정부지원을 끝내고, 먼저 정당한 자본주의로 돌아가 그것을 기초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것이 주된 이슈다. Occupy운동은 그 주체세력들이 대부분 젊은 층인데, 경제 불황에 따른 미취업과 실업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가 이들이었고, 또 이들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어서 자연스럽게 대학의 등록금도 이 운동의 하나의 이슈로 연계됐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유럽에서 Occupy운동이 시작될 무렵 한국에서는 반값등록금 열풍으로 뜨거웠다. 당시 청계광장에는 매일 3만에서 5만에 이르는 학생들이 모여 정부와 여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시행을 요구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그리고 영국에서도 등록금에 대한 시위가 있었고, 미국에서도 Occupy운동과정에 등록금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자본의 문제점에 대한 사례는 국내에서 계속 이어졌다. 영국의 ‘론스타’사는 외환은행의 매각을 통해 4조 6천억 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외환은행 매입 후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도 엄청난 수익을 남겨 ‘먹튀’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 정도의 자본을 등록금반값과 연계시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게다가 경제가 위기상황일 때 여의도 금융계는 ‘돈잔치’를 벌였다. 원인과 결과를 제공했던 그들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하자 제일 먼저 자신의 몫만을 챙겼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Occupy여의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증권시장에서 거둔 증권거래세는 3조 5천억 원 규모다. 하지만 거래세 대신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14%의 세율로 과세할 경우 코스피에서 13조 4천억 원, 코스닥에서 5조 6천억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밝히고 있다.

파생금융상품규모 3경원
1%만 과세해도 300조

하지만 더 큰 규모의 과세대상은 따로 있었다. 김재의(26, 서울대 사회학과 4년)씨는 “한국의 파생금융상품시장은 주가지수선물, 옵션, 달러선물, 워런트 등을 포함, 3경이 넘는 규모입니다. 시장규모로 세계 1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여기에 과세를 한다면, 연간 7조 정도의 재원만 있어도 모든 대학에서 반값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3경이란 돈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약 100배(1년 예산은 대략 330조) 가까운 돈입니다. 여기에 단 1%의 거래세를 부과한다면, 반값등록금은 물론 복지부분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해지펀드에 과세를 하게 되면 예산 때문에 못했던 많은 일들을 쉽게 할 수 있겠죠”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것을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고 주장했다.
장일영씨는 “지난여름 청계광장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몰려와 반값등록금을 외치면서 격려하더니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저희들의 주장을 받아 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들 역시 1%에 해당되는 사람이라 큰 기대는 안했지만, 이렇게 쉽게 그들의 관심 밖 사안이 될 줄 몰랐습니다”며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또 “밤늦게 발전기를 돌려 전기장판을 켜 그나마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혹한기 훈련이 따로 없어요. 이 생활이 바로 혹한기 훈련입니다”라면서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세수나 씻는 것은 건너편 건물의 지하를 이용하죠. 한국거래소 건물은 아예 들어갈 수가 없어요. 입구에서 막아버리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씁쓸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변 지역 사람들의 반응을 물어봤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갔는데, 지금은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증권거래소 측의 반응은 아주 냉담합니다. 담당자가 한번쯤은 오리라 기대했는데, 저희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봅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에는 텐트가 세 동이었는데, 농성 1주일이 되던 지난 12월 17일 경찰이 철거해 갔다. 이후 비닐움막을 만들어 농성을 이어갔는데, 이것마저도 침낭과 피켓만 남기고 영등포구청에서 철거했다. 지금은 새로 마련한 텐트에 있는데, 31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받은 상태다. 이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대학생사람연대’는 경희대, 국민대, 동아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생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있고, 3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사람연대’측은 현재 각 대학에 ‘Occupy운동본부’설립을 제안, 진행 중에 있고, 오는 3월 30일 ‘330개 텐트로 시청을 점령하자’라는 모토로 각종 토론회와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 힐링캠프(healing camp), 킬링캠프(killing camp)’를 통해 전국 규모의 연대조직을 구상 중이다. 이 같은 투쟁의 의미에 대해 김재의 씨는 “저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지금 해야 될 일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모두에 해당 된다”며 “1%만이 아닌 99%가 같이 살 수 있는 사회의 초석이 되겠다”고 강한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연대’는 또 ‘아프니까 점령이다! Occupy 여의도!’라는 백서를 발간하고, 더불어 “100일을 넘어 소비자를 위한 금융시스템을, 서민을 위한 경제를, 99%를 위한 사회를 만들어 갈 때 까지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어 가겠다”고 밝히면서 5대 요구안을 주장했다.
▲등록금 폐지, 학자금 부채 탕감 ▲청년실업 해결, 불안정노동 철폐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을 통제 ▲한-미FTA 폐기 ▲부자에겐 세금을, 우리에게 미래를 등이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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