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세력 약진에 호남세력 쇠퇴

정권 심판론 강조, 정부 여당에 강경 입장 드러내
MB정부 실정 최대 부각, 한나라당과 차별성 도모

총선 공천서 민주당 내 호남 출신 물갈이 긴장감 팽배
당직 인선 절차 완료 뒤 총ㆍ대선 체제 전환 나설 계획

▲ 민주통합당 새 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후보가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경선주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스1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통합당의 첫 당대표로 선출됐다. 또 문성근 후보와 박영선 후보, 박지원 후보, 이인영 후보, 김부겸 후보가 특표 순에 따라 최고위원이 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시민·당원 투표 결과(70%)와 대의원 투표(30%)를 합산한 결과, 24.50%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1위를 차지, 민주당의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전날 전국 251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현장 선거와 지속된 모바일 선거를 끝으로 시민 선거인단 투표를 마무리 지었다. 전체 시민 선거인단(76만5719명) 중 51만3214명이 투표해 6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명숙 신임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새 지도부는 정권을 심판하고 바꿔달라는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개인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중단과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ㆍ대통령 측근비리ㆍ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특검 등을 요구하며 새 지도부의 대여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권과의 차별성 강화

강경한 대여공세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하고,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도모하며 4월 총선과 12월대선 승리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셈법이다. 이와 함께 서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첫 공식 행보로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방문한 것도 돈 봉투 파문에 휩싸인 여권과의 차별성 극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와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김부겸 신임 최고위원 등은 오전 6시30분 민주당을 상징하는 연두색 점퍼를 입고 축산물 상가를 일일이 돌며 상인들의 애로 사항을 수렴했다. 한 대표는 이어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정신은 크게 통합해서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열어놓은 화해의 길로 나아가서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안정을 찾아 대륙으로 뻗어가는 기상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신임 지도부는 또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으며 18일에는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봉하마을을, 19일에는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외견상으로 새 지도부가 그동안 추구했던 정통 야당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새지도부의 모습을 각인시키는데 노력한 부분이 역력하다. 그러나 새 지도부의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얘기다.

새 지도부 넘어야 할 산 많아

박지원 최고위원은 1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과 이념이 계승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해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친노세력이 급부상했고, 반면 호남 출신은 6명 중 4위를 기록한 박지원 최고위원 한명에 그쳤다.

박 최고위원은 경선때부터 야권에서의 호남 중심론을 주창해 왔고, 당의 친노 분위기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박 최고위원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있을 총선 공천에서 호남 출신 현역의원을 대폭 물갈이 할 수도 있다는 극도의 경계심이 표출된 부분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전국정당화를 추진하는 등 외연을 넓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호남을 배제하고서는 어렵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반영한 듯한 대표와 문 최고위원은 친노로 획일화하는 부분에 당연히 부담을 느끼며 화합차원의 해법에 힘을 쏟고 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친노, 비노, 이런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것이다. 이건 분열적인 레토릭(수사)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러서 정치권에 입문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위원 만들어줘서 장관도 했다. 민주통합당을 하는 모든 사람은 친노다. 반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노동계, 민주당 모두가 화학적 결합을 이미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문 최고위원, 특정 정파 구속 경계

문성근 최고위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했다가 친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늘 갈라치기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특정 정파에 구속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노세력의 약진과 호남세력의 쇠퇴 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이는 대의원과 국민경선단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며 총선 전략 역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도 시사한다. 더욱이 연말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총선에서 호남을 넘어 영남권에 세를 확충해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형성됐다. 여기에 부산과 대구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김영춘, 김부겸 등 야권의 주요 총선주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현충원 참배를 첫 일정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 총ㆍ대선 선거 관리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지도부는 금명간 지명직 최고위원 3명(청년직 1명은 추후 선임)과 사무총장ㆍ대변인 등 주요 당직 인선 절차를 완료한 뒤 곧바로 총ㆍ대선 체제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한 대표, 전략공천 최소화

향후 인적쇄신 방안에 대해 한 대표는 “공천혁명은 반드시 하겠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릴 것”이라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면 국민의 뜻에, 눈높이에 맞는, 가치 중심적인,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 올릴 것이고, 그분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면 확실하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낼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또 “승리의 구도를 위해서는 통합진보당이라는 상대와 시간적 제약이 있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늦추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며 “지금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은 총선에 승리해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갖고 있고, 우리가 잘못하면 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으며, 이런 위기의식과 사명감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관계자는 “오는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이달 말까지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천 기준 논의도 곧바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4ㆍ11 총선에 대비해 민주당은 ‘국민경선 70% 이상, 전략공천 30% 이내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공천 기준을 제시했었다. 또 총ㆍ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연합 혹은 연대 과정에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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