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 학력 차별…뒷배는 누구?

KB금융, 지역 차별 및 학력 위주 편파 인사 단행
은행, 부장 임명 5개월 후 부행장 초고속 승진 논란

인력 관리 핵심 인물 주요 요직 배치, 구조조정 ‘긴장’
힘있는 지주에 줄서기 급급, 어 회장 인사 전횡 비난

▲ KB본사

최근 국민은행의 파격 인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은 부행장 10명 중 절반을 교체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상원 부행장은 글로벌 사업부장으로 발령받은 지 5개월만에 신성장그룹 부행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를 포함해 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인사 과정에서 선임된 5명의 부행장 모두가 ‘특혜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같은달 KB금융지주 인사에서 승진한 상무 3명도 모두 고학력 출신으로 드러나 학력 차별을 조장하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전횡이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는 은행의 본부본부장 및 지역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조용진 KB금융 인사담당 최고책임자와 이동철 전략기획부장, 최규설 IR부장은 모두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국민노조)는 이번 지주사 승진이 지역차별 및 학력 위주의 ‘편파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국민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이번 인사에서 지방지역 본부장이 대거 교체됐다”며 “이는 지역 및 학벌 차별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타당한 근거를 통해 이뤄졌다”며 “이번에 승진한 사람들은 승격 연령, 경력, 성과 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SKY대 출신이라 해서 가점을 부여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초고속 ‘파격 인사’ 단행

이뿐만이 아니다.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하 은행)도 지난해 12월23일 부행장 10명 중 절반을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은행 측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기존의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내실을 견고히 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상하소통에 능통한 인물 중에서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은행 인사에서 이상원 전 글로벌사업부장은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신성장사업그룹 부행장에 선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글로벌사업부장으로 발령받은 지 불과 5개월만의 일이다.
또한 심재오 전 WM사업본부장도 본부장 선임 1년만에 마케팅그룹 부행장으로, 강용희 전 KB금융 인사담당 상무는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김형태 전 성동지역본부장은 인사담당 부행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어 이득영 전 대기업영업본부장은 여신심사그룹담당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KB국민노조 박병권 위원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 성명서를 통해 “이번 막가파식 인사는 지난해 3월 ‘어윤대 회장 차량 봉쇄 투쟁’ 과정에서 어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며 HR(인사)본부장과 직원만족부장을 불시에 교체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내·외부에서는 부장에서 부행장으로 벼락 승진한 이 부행장의 초고속 승진이 특혜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KB국민노조 측은 “이 부행장이 글로벌사업 부장으로 발령받기 전 근무한 개인영업점 지점장과 기업금융 지점장 재직 당시 업무평가 순위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며 “임원 발탁은 어 회장의 특혜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도 이 부행장의 승진을 두고 “은행 내부에서 ‘해외출국이 잦은 어 회장을 지척에서 수행하면서 부행장에 인선된 것이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며 지주사의 인사 전횡과 제왕적 인사권 남용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이 부행장은 IB(해외투자금융)업무에서의 성과와, PB(자산관리)사업부장, 뉴욕지점장으로 오래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았다”며 “글로벌 사업부를 맡을 당시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인 BCC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역량을 토대로 신성장그룹을 맡기에 적합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B국민노조 측은 “카자흐스탄 현지법인 BCC문제는 누구에게 맡겨도 이미 지난 3년간의 꾸준한 관리와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자연스레 해결될 사안”이라며 “마치 5개월만에 대단한 성과라도 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향후 인력 구조조정 서막에 불과?

은행 내부에서는 강용희 영업그룹 부행장과 김형태 인사담당 부행장의 승진을 두고 향후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인사담당 상무였던 강용희 부행장은 노조로부터 은행 임단협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줄곧 갈등을 빚어왔다. 또한 김형태 부행장도 과거 주택은행이 매켄지 컨설팅을 통해 수천명의 직원들을 강제 퇴직시킬 당시 구조조정의 기술자로 불리던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어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으며 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가진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줄곧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KB국민노조 관계자는 “정권차원에서도 경영진들은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려 한다”며 “이는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KB금융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핵심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강용희, 김형태 부행장없이도 2010년 당시 3천여명이 희망퇴직했다”면서 “김형태 부행장은 PB쪽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고, 강용희 부행장은 전 KB금융 인사담당 상무였기 때문에 은행 인사 관련 협의 과정에 참여한 것 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실세인 어 회장이 이명박 정권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레임덕이 본격화됨에 따라 자신의 임기를 책임질 돌격대장인사, 방탄인사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주 파워 극대화
어 회장 인사 전횡 비난

박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어 회장 취임 이후 인사 전횡을 일삼는 지주들이 판을 치면서, 정치 임원들은 업무보다는 지주사를 기웃거리며 어 회장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며 “어 회장이 측근 인사를 고집하고 지주사와 은행을 넘나드는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사기와 자존심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어 회장이 SKY 출신이 아니면 부행장을 할 스펙이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런 전횡은 이번 부행장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어 회장의 그런 발언은 사실무근”이라며 “은행 인사는 민 행장이 전적으로 담당했으며, 어 회장은 보고만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초급행원 출신인 P 전 신성장그룹 부행장은 어 회장의 자랑거리인 ‘락스타존’ 활성화를 주도하는 등 가시적인 실적을 거두고도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보직 해임됐으며, 은행에서 실적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부행장에 올랐던 초급·지방대 출신들은 이번 인사에서 지주사 출신 임원들이 핵심요직을 차지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결국 이를 뒷받침하듯 이번 부행장 인사로 10명의 부행장 중 7명이 SKY대 출신으로 채워진 셈이 됐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앞서 지주사 상무 인사와 같은 맥락”이라며 “부행장 인사도 업무 실적을 인정받은 인물들이 타당한 근거를 통해 선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목표 달성의 적격 여부를 판단, 인사를 진행한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의혹들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노조 관계자는 “향후 있을 업무 평가를 토대로 문제가 발생될 시 이의를 제기할 것이며, 앞으로의 인사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 회장과 민 행장이 ‘조직 활성화를 위해 연공서열보다는 유능하고 조직기여도가 높은 사람을 발탁한다’는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지난 4일 민 행장이 “파격인사를 계속 단행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혀 향후 인사에서도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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