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불구 교육적 관심·배려 태부족

▲ 다문화가정을 위한 발표회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이 늘면서 이제는 13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국내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다문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들어서고, 아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따라서 이민자의 삶 속에서 아이들의 교육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다. 일반 청소년들과는 달리 다른 교육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는 어떠한 정책과 실행이 필요한가? 실태와 문제점을 들춰봤다.
 

행정안전부가 작년 6월에 발행한 ‘2011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은 1,265,006명으로 2010년 1,139,283명 보다 11% 증가, 주민등록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기종 통계청장은 구랍 12월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인구 순유출 국가에서 순유입 국가로 전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만 해도 매년 평균 2만명 가량의 인구가 국내에서 유출되는 추세를 보였지만, 이후 2006년부터는 연간 10만 명이상의 인구가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130만명 외국인 국내 거주시대

유형별로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43.7%, 결혼이민자 11.2%, 유학생 6.9%, 재외동포 6.6%, 기업투자자 등 기타가 10.9%를 차지,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늘고 있다. 국적별로 볼 때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국적인 55.1%로 가장 많고, 동남아 22%, 미국 5.2%, 남부아시아 4%, 일본 2.8%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북미나 유럽의 선진국과 같이 이민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국내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이들로 인한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들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의 직업이나 사회적 위상을 볼 때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한 문제점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이민자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형성된 다문화가족 또는 다문화가정이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자녀와 학생 수도 늘고 있다.
김춘진(민주) 국회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1년 다문화가정 학생은 총 3만8890명으로 지난 2008년 2만0174명에서 3년 만에 92.8%나 급증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해마다 1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아이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나는데,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문제는 더욱 그렇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부모의 재혼이나 귀화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 학생으로 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랍 30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중도입국 청소년 현황과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7~18세 중도입국 청소년 875명의 초·중·고등학교 재학률은 평균 21.7%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의 재학률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데, 초등학교는 56.4%에서 중학교 18.1%, 고등학교 3.1%로 급격히 낮아졌다.

외국인처우기본법 지원 대상 제외 문제

이는 다문화가족의 지원정책이 대부분 영유아기와 초등학교에 집중돼 있어, 다문화가족지원법, 외국인처우기본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소외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어 미숙과 관련서류 미비로 정규학교에 편·입학이 어려움이 있으며, 설사 들어간다 해도 한국어 미숙으로 학업수행능력이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도 있는데,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15%이상이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이들 학생들은 한국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집에 방치돼 있어 심각한 교육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들은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연구보고서에서는 이들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4가지 정책적 지원으로 서울시-서울시교육청-서울시출입국관리사무소 업무협약으로 현황파악과 한국생활 정보제공 등 입국초기 지원 강화,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외국인청소년카드제도(교통비 할인)도입, 서울시공무원이 중심이 되는 중도입국청소년 후견인제도, 청소년 인턴쉽제도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초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원활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 현대차 정몽구재단(구,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 (사)한국다문화센터와 함께 「서울 해비치 다문화가족교육센터」를 강남구 삼성동에 개원했다. 이곳에선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위한 한국어, 검정고시교육, 이중언어교육, 특기적성 및 취업교육 등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저소득층에 속해 있음을 감안했다면, 위치선정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
다문화가정의 일반 청소년 교육도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인종과 피부색의 차이에서 오는 외형적인 모습으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소외집단이다. 이들에게는 제도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실례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종례시간에 “오늘 다문화는 남아 있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상태에서 아직도 이러한 말을 쉽게 했다는 것은 우리가 다문화가정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만약 미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 교사는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로 커다란 범죄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영달(서울대 사범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10명 중 2명 정도가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전국 초등학생이 집단따돌림을 경험하는 비율(13.4%)과 거의 유사해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내용은 달랐다. 후자는 성격적인 문제인 ‘잘난 척해서’(29.4%)라는 이유로 왕따를 경험한 반면 전자는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34.1%), ‘특별한 이유 없이’(15.9%) 등 국제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문화교육 사업은 주로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 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다문화의 이해교육 등을 실시했을 뿐 일반가정을 상대로 다문화교육은 전체 1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한국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이 주로 다문화 가정에 한정, 집중돼 있어, 한국인의 다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반가정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다문화와 상호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부적응 일반 아이 15배

다문화가족 아동의 폭력노출도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폭력은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일반 가정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숫치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이주여성센터 김은경 소장에 따르면, 아이들이 가정 폭력에 노출될 경우 사회적, 정서적, 행동적 부적응이 나타날 확률이 일반 아이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같이 다문화가정의 유아기를 비롯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우리 정부도 인식하여 갖가지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능력향상과 학교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 특별학급을 지난 해 6개에서 올해 20개로 늘리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언어, 문화,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고교과정의 대안학교인 ‘다솜학교’도 올해 서울과 충북에 각각 120명, 135명 규모로 설립한다. 또 다문화가정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대학생 멘토링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다문화가정에 관계하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들 간 협력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결혼이민자 적응안내 서비스 협력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해 11월 24일 체결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매일매일 생활에서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루어진다면 법과 제도는 그들에게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일찍부터 이민정책을 시행한 프랑스, 독일과 미국, 캐나다는 다문화에 대한 법과 제도가 이젠 자리를 잡은 상태다. 프랑스에서는 차별퇴치법을 제정,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2006년에 제정된 ‘기회균등법’은 교육과 고용에 있어 기회균등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05년 이민법을 제정, 국적 및 난민, 이민, 망명 등 이주와 관련된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시행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다문화 환경조성과 이주민 아동의 다언어(multi-lingual) 습득능력 개발에 중점을 둬 독일어 교육뿐만 아니라 모국어 교육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국가의 공식정책으로 채택, 200개 이상의 민족과 500만 명이상의 이주자들 간의 전통적인 갈등해소와 다문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각 주별로 소수집단 언어와 문화를 적극 존중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의 정체성 유지에 초점을 맞춘 이민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각각의 민족과 인종들이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갖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큰 범죄중의 하나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특히 교육부문에 있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할지라도 의무교육인 고등학교까지는 누구나 국가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분적 차별은 있을 수 없고, 청소년기에 이주해 들어오는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 ESL Course를 운영하고 있다.

진정한 다문화 정착이 관건

물론 이들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우리에게 모두 적용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제정된 법과 제도를 제대로만 운영해도 이들보다 훨씬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주민과 일반 시민이 3위 일체가 되었을 때 진정한 다문화 가정의 다문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민사가 짧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출신의 청소년들이 아직까지 사회에 진출을 하지 않았지만 10년 후 이들의 취업에 대한 문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내에 130만명 정도의 외국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외에서 700만 우리 교포들이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에게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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