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4채널이 결국 지난 1일 개국했다. 이번 종편과 관련해 ‘마이너’신문의 경우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쉽게 예단할 수 있기 때문에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그간 우리 신문에서도 ‘종편’이 개국할 경우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것인가. 그리고 그간의 진행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를 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 신문사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만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것은 축하해 줄 일이다. 미디어의 다양성은 곧 여론의 다양성이고, 이는 민주주의와 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축하잔치가 왜 이렇게 착잡한 것일까? 그것은 미디어의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더욱 가속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종편채널을 받은 4곳의 신문사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기업들이다. 지금도 그들의 영향력이 대단한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칫 특정 언론사들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흔들릴 경우 여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은 당연히 위축될 것이다.
여타의 신문사나 기존의 방송사 경영부문은 더욱 치명적이다. ‘메이저급’ 방송은 나름대로 생명력이 있어 존재할 수 있지만, 소규모 영세 언론사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이미 종편사들은 광고주와 홍보성 거래가 시작됐고, ‘미디어렙’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종편사들의 직접광고영업 또한 많은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마이너’언론사들이 떠않았다. 실제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메이저급’언론사들의 요구를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한정된 예산에서 광고를 하는데, 새로운 ‘괴물’이 등장해 요구하는데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언론사들이 아닌가. ‘고래들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기업들은 약한 ‘마이너’신문사들의 광고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의 언론은 공룡만 존재하는 기형적 형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7년 동일 시장 내 신문·방송 겸영 일부허용을 추진했지만, 의회가 이를 부결시켰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키워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반대였다. 신문·방송 겸영뿐 아니라 ‘전국 의무전송’, ‘전국동일번호’, ‘광고영업직거래’ 등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열어줘  혜를 줬다. 이들의 영향력에 무릎을 꿇은 비굴한 짓을 스스럼없이 한 것이다. 국민의 여론과 ‘마이너’신문사들의 애끓는 절규는 아예 무시해 버렸다. 어쨌든 우리 같은 나머지 언론사들에게 특혜가 아닌 생존의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한다. 살아있는 여론은 같은 ‘높이’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삶’을 공유하는 작은 ‘공간’에서 나온다는 소박한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강동오 시사신문·시사포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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