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5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은 론스타펀드의 비금융주력자 판단 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승인 시기

현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지주사가 입을 타격이 엄청난 만큼,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얼마 전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해당 여부 심사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 “그러나 국회 및 시민단체 등에서 론스타에 대한 ‘먹튀(먹고 튀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바람에 금융당국은 관련 논란을 같이 풀고 가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심사는 금융감독원이 맡는다.
이에 대해 김석동 위원장은 “전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하도록 금감원에 일임했다”며 “비금융주력자 판단 여부가 금감원의 소관업무인 만큼 금감원에서 검토 후 결과를 금융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현재 법률 의견을 검토하는 마무리 단계”라며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18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향후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된다고 해도 징벌적 매각 명령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단지 론스타가 팔아야 하는 외환은행 지분이 41.02% 이상에서 47.02%로 바뀔 뿐인데 이미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 전량(51.02%)을 넘기기로 한 상태다.
다만 문제는 승인이 언제 나느냐다. 하나금융은 가급적 연내 승인이 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야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 등기이사 선임 등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이 내년 2월말이지만 내년 1월1일부터는 론스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금융당국의 승인이 해를 넘기더라도 론스타가 바로 계약을 깰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내년 2월 안에도 승인이 안 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론스타는 내년 5월 17일까지 외환은행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승인이 늦어지면 하나금융 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다.

인수 시, 자본 효율성‧투자 수익성 기대

지난 12월 5일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냈다. 금융당국은 영업일수 기준으로 60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내년 2월23일까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 법원의 판결 등을 이유로 이미 한차례 자회사 편입 승인을 보류했던 금융당국이다. 이래저래 하나금융은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하는 이유는 하나다. 금융업계에서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그동안 인수합병 불확실성으로 부진했던 하나금융 주가는 정부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한 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금융지주(200조원)가 외환은행(112조원)을 인수하는데 성공할 경우 총자산은 약 312조원으로 우리금융(332조원)과 KB금융(329조원)에 이어 3위가 된다. 덩치가 커질 뿐 아니라 자본 효율성도 개선돼 투자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2월 2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금액이 3조9,156억 원으로 확정됐다. 하나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 주식 3억2,094만여주(지분율 51.02%)를 주당 1만1900원(3조9,156억원)에 인수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론스타와의 계약연장 당시 합의한 4조4,059억 원보다 4,903억 원이나 낮아진 금액으로 주당 인하폭은 1,490원(11%)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체결한 첫계약 금액 4조6,888억원 보다는 7,762억 원 낮아졌다.
특히 재계약 당시 합의했던 주당100원씩의 두 달 치(10~11월) 지연배상금 658억원도 론스타에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것까지 감안할 경우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인수금액은 총 5,561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금융계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때는 작년 11월 16일이었다. 당시 외신 보도를 통해 이러한 소식이 흘러 나왔으며 이에 금융계는 만만치 않은 충격에 빠졌다.

국내 금융업계 재편 전망 가시화

상황이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일이라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 이현주 부사장(현 하나은행 부행장) 등 핵심인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호주ANZ은행을 제치고 론스타와 최종계약을 맺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인수자금 조달 단계부터 적지 않은 잡음이 일어나더니 지난 3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결정적인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무죄로 판결한 서울고법 결정을 뒤집고 유죄취지로 돌려보냈다. 금융위원회도 사법부의 최종판단 뒤로 인수승인 심사를 늦췄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방심하다가 허를 찔렸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금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시너지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해외 영업에 강한 외환은행의 계열사 편입은 하나금융의 해외진출 선점에 강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면에서 KB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외환은행의 강점인 무역금융과 외국환업무 등을 흡수하면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인수 후, 통합작업 과정 진통 예상

실제로 두 은행의 해외 영업망을 합치게 되면 전 세계 22개국에 총 36개 점포를 갖게 된다. 외한은행이 해외영업망에 있어서는 4대금융지주에 버금가는 영업망을 갖추고 있고 그 진출도 비교적 빠른 편이라 현지화 전략에서 소요되는 각종 소요도 상당히 해소되는 셈이다.
또한 135개국 2,300여 은행과 환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외환, 수출입 관련 신상품 개발을 통해 국내 외환 시장 점유율 48%, 수출입 시장 점유율 각각 32%와 29%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외환은행 자체의 가치도 상당하다.
특히 김승유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영업에 강한 외환은행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인수 후에도 앞으로 2~3년 동안은 두 은행을 각각 유지하는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뒤에도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당장 외환은행 이사진과 경영진을 새로 꾸려야한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섀도 캐비닛’을 구성했지만 인수가 지연되면서 선임효력이 자동 상실 됐다.
더 큰 문제는 외환은행과 시너지를 둘러싼 상황이다. 피인수 입장인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워낙 큰 상황이라 인수 후에는 통합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서적 반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외환은행의 결속력이 워낙 강해 하나금융이 의도한대로 이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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