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용석 의원. 여의도 정가에서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 출연중인 개그맨 최효종씨에 대해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죄라며 형사고소 하면서 부터다. 이에 앞서 강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던 시절 여대생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위기까지 처하기도 했으며, 이 일로 자신이 소속된 한나라당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또 강 의원은 서울대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인 김미경 의대 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호봉상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거침없는 그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봤다.


사실 강용석 의원이 여의도 정가뿐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모은 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7월 한나라당 소속 의원 신분이었을 때 대학생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성희롱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아나운서 집주소 공개 속내는?

이 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했으며 이후 집단모욕을 당했다는 아나운서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민사는 승소했지만, 형사는 1,2심 패소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아나운서들은 강 의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강 의원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성희롱 발언 관련 민사소송의 판결문을 올렸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비록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잘못된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국민 여러분과 아나운서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판결문을 올렸던 것이다.
문제는 이 판결문 마지막 장에는 아나운서 100여명의 집주소가 모두 적혀 있던 것이었다. 심지어 동 호수까지 나와 있어 사생활 침해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강용석 의원은 약 10분 뒤 아나운서 집주소가 적혀있는 판결문 맨 마지막 장을 블로그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강용석 의원이 올린 아나운서 집주소를 퍼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용석 의원은 집단모욕죄 고소 건으로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행보 하나하나가 집중되던 시기였기에 많은 네티즌들이 볼 수밖에 없었다.
강용석 의원이 여자 아나운서 집주소를 공개했다가 삭제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실수였을까요? 과연..”, “동 호수까지 나온 여자 아나운서 집주소가 그대로 유출.. 강용석 의원 또 사과하셔야겠는데요”, “주소라..실수하셨겠죠..설마 그렇게 쪼잔하게 다스하시겠어요?”, “실수였다고 해도 이 정도면 개개인에게 전화해서 사죄해야 되는 거 아닌가”, “강용석 의원도 집주소 공개해주세요” 등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아나운서 연합회는 “강용석 의원의 망언으로 그동안 여자 아나운서들은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까지 옮겨야 하겠는가. 강용석 의원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주소가 공개된 여자 아나운서들은 스토킹 등의 각종 위협에 노출되게 됐다. 자신의 보금자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라며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 중견 여자 아나운서는 “강 의원이 재판에서 명예훼손 사건에서 이긴 뒤 아나운서에 대한 악감정을 주소 유출로 표출한 것”이라며 “법적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연합회는 주소 유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아나운서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 주소록 유출을 막기 위해 각 포탈에 강제삭제와 자진삭제를 부탁하는 전화만도 수백 통을 하였고 이에 따라 한 때 업무도 마비됐다.
아나운서 연합회는 “개인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기에, 강용석 의원이 의도적으로 유출한 여성 아나운서들의 주소를 누리꾼 스스로 보호해주기를 기대합니다”라며 네티즌들의 자성을 부탁했다.

개그맨 최효종 고소건에 유명세?

강 의원이 여의도 정가에서 뜨는 정치인으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사건은 누가 봐도 개그맨 최효종에 대한 고소건 일 것이다. 강 의원은 11월 17일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 출연중인 개그맨 최효종씨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소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 인해 강 의원 블로그에 비난이 빗발쳤다. 개그맨 최효종의 무죄를 주장하는 여론을 형성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고소된 자신도 무죄임을 입증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게 비난의 골자다.
강 의원 측은 개그맨 최효종이 지난달 2일 방영된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라고 말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 측은 또 최 씨가 방송에서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 역을 개통해 준다든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 것도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쌍라이트’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개그맨 최효종씨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에 대한 강 의원의 항소도 무죄가 된다고 말하려는 것 아니냐”며 “최효종씨는 코미디언(개그맨)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분명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 ‘꾸꾸루’는 강용석 의원을 ‘잔머리 종결자, 꼼수 종결자’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법에 대한 역설의 퍼포먼스’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서울대, 안철수 부인 호봉 특혜”제기

이외에도 강 의원은 지난 1일 서울대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인 김미경 의대 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호봉상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카이스트(KAIST) 재직 당시 부교수 7호봉에 불과했던 김 교수가 서울대에서는 정교수 21호봉을 적용받았다”면서 “이는 엄청난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대 송옥렬 교수와 자연대 김빛내리 교수 등은 교수가 된지 10여년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성과를 갖고도 아직 부교수”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서울대 임용위원회도 유례없는 격론을 거쳐 찬성 8, 반대 6, 불참 3으로 가까스로 김미경 교수의 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측은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서울대병원과 단국대, 성균관대 근무경력과 미국 박사과정 등 기존 경력을 따져서 연차를 계산해 처리한 것으로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강 의원은 오전 안 원장이 경기도 판교 안철수연구소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당 창당설과 강남 출마설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출마를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정치를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도대체 불투명하다”면서 “안 교수는 제가 볼때 햄릿과 신데렐라, 서태지의 나쁜 점만 짬뽕해놓은 것 같은 그런 인상”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최효종 화제 인물 등극도
 
정치권에서 강 의원의 최근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 달갑게 보는 이가 많지 않은 가운데 과연 강 의원이 안팎의 비난을 잠재우고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을지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국회의원 풍자 개그로 무소속 강 의원에게 고소 당했던 개그맨 최효종이 11월 화제의 인물 1위에 올랐다. 최효종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쏜 격인 강 의원은 3위에 랭크됐다.
SK마케팅앤컴퍼니의 소비자리서치패널 틸리언이 대형 포털의 인기 검색어를 기준으로 11월 한 달간 최고 화제의 인물에 대해 성인남녀 9,99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KBS 2TV ‘개그콘서트’로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로 고소당한 최효종이 26.1%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지분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원장이 22.5%로 최효종에 이어 이름을 올렸다.
눈길을 끄는 인물은 3위에 오른 강용석 의원(무소속). 강 의원은 ‘개그콘서트’ 내 최효종의 풍자 개그에 발끈,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 취하하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강 의원은 14.6%의 지지를 얻으며 최효종, 안철수의 뒤를 이었다.

취재/ 이행종 기자
사진/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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