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야 5당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집회를 취재하던 시사신문·시사포커스의 사진부 원명국 기자가 경찰관에 의해 폭행 및 머리채를 잡힌 상태에서 강제 연행될 뻔한 사건이 일어났다.

무서운 일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취재를 하는 기자가 이런 취급을 받다니 어이가 없다.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도 기자들의 취재는 허용했고, 방해도 없었다.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기자에 대한 취재제한이나 방해가 있을 뿐 폭행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PRESS라는 스티커가 붙은 카메라를 보면 누구라도 기자임을 알 수 있을 텐데, 머리채를 잡고 폭행을 했다는 것은 언론을 바라보는 경찰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자에게 이럴 진데, 하물며 집회에 참여한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체감온도가 영하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여한 일반인들에게 물대포를 사정없이 쏘아대는 우리 경찰의 모습에서 진정한 인권보호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집회나 시위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데모가 끝나면 온갖 돌멩이와 쓰레기가 난무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서로가 쓰레기를 줍고, 깔끔한 뒤처리를 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경찰이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성숙한 시민들을 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물리적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집회참여자들이 원인제공자가 아니라 경찰의 그런 모습들이 충돌에 대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찰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싶다. 형식적인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 향후 경찰의 언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그런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따라서 재발방지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또 다른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당 경찰관과 지휘계통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엄중 문책을 해야 한다. 성숙된 시민의식에 걸맞게 경찰의 의식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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