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우리의 부끄러운 단면이 드러났다. 언제쯤 이런 일이 사라질까? 정부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 중 절반가량이 뇌물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과정에서 노조간부들도 한 통속이었다. 그 검은 돈통에는 간부는 물론이고 노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단 직원은 검은 돈으로 자기 자녀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근무성적 부진자는 이를 무마하고 희망근무지로 옮기기 위해 또 다른 뇌물을 주고. 이런 과정은 톱니바퀴 돌아가듯 서로서로 잘 맞물려 돌아갔다. 그 결과 인사비리로 인한 자체 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금품 상납을 통해 진급했는가 하면, ‘윗선’의 고위 임원들은 관행적으로 수천만원씩 받아 챙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장사를 한 것이다.


경찰은 전·현직 경영지원본부장과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4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 직원 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9명은 기관통보 조치했다. 인사담당 임원이거나 노조간부인 이들은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인사청탁 명목으로 또는 승진 후 사례금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4급으로 진급한 184명 중 11명이 승진을 전후해 금품을 상납했고, 이 과정에서 41명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들은 이런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머지 임원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승진했을까?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뇌물액수가 정해진 상황에서 나만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이런 내용들은 비단 교통안전공단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와 철도의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공단의 도덕성이 이럴 진데,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불감증을 볼 때 다른 기관에서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만 걸리지 않으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이 점점 커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뒤늦게 교통안전공단에서는 금품·향응 수수자에게 One-strike out제도를 적용, 공단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럼 지금까지는 이런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온갖 비리가 저질러졌는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사가 한통속 되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제도가 없어서 그렇게 했는가. 문제는 제대로 된 의식과 그 의식의 지속성에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머릿속에 각인되고 지속될 때 변화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후 약방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기업 전반에 만연돼 있는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재발방지를 막는 등 일벌백계 차원의 특단의 조치 없이는 요원한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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