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앞두고 지분 걱정하는 건 누구?

민주당이 야권통합 논의와 맞물려 진행되는 차기 전당대회를 놓고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들을 비롯해 내년 총선 공천 경쟁을 염려해야 하는 지역위원장들이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통합전당대회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이인영 최고위원 등은 차기 전당대회를 야권세력이 함께 참여한 통합전당대회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독자적으로 치르게 될 경우, 이후 또 다시 통합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게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통합 일정이 촉박한 가운데, 민주당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린다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차기 전당대회를 12월 17일 야권통합과 함께 원-샷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오랜 시간 차기당권을 준비해온 주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지도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당헌·당규마저 위배되는 방식의 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다며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야권통합을 이루더라도 민주당 중심이어야 한다는 주장부터, 새 지도부에 통합을 맡기더라도 문제없는 것을 굳이 물러나는 지도부가 주도하려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반발이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 놓고
내홍 격화

이 같은 당내 갈등은 점차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한미FTA 비준 문제를 놓고도 당이 강경파와 협상파로 갈리고 있어 당 내홍은 전방위적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러다 통합도 되기 전에 분열부터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전국 지역위원장 연석회의’ 자리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당 지도부가 야권통합정당 건설을 앞두고 당내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박지원 원내대표 등 일부 지역위원장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했다.
일단, 손학규 대표는 자세를 낮추고 시작했다. 손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지만, 만약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우리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전당대회를 개최해서 지도부를 이양하겠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극심한 반발을 의식, 이전까지 반드시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해야만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통합전당대회와 관계없이 현재 민주당의 당헌 규정대로 12월 18일 이후에는 어떠한

당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절차는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어긋남이 없이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는 어떠한 논의 과정도 없이 지도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여기까지 왔다”며 “이미 (통합)로드맵이 나왔는데,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면에서 강하게 성토했다. 즉, 손 대표가 ‘단독으로라도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증거로 박 전 원내대표는 지도부가 12월 17일 통합정당 전당대회를 목표로 한 ‘야권통합 로드맵’ 문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박선숙 본부장 진화 불구
일부 지역위원장 반발

박 전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11월 17일부터 열흘간 강령, 당헌당규, 지도부 선출 공천 등 실무협상을 개시해 27일까지 협상 완료 ▲28일부터 지도부 후보자 신청 ▲12월 1일부터 선거운동 개시 ▲12월 5일부터 일주일간 선거인단 모집 ▲12일 선거인단 구성 ▲16일 야권통합 신당 창당 ▲17일 오후 새 당 지도부 구성 등의 로드맵이 수록돼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원내대표는 “이미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로드맵이 한 번의 의원총회나 당무회의, 전국위원장회의도 없이 결정되느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지도부에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통합정당 건설을) 주도했다고 하지만, 이미 우리 민주당은 대상이 됐다”며 “대표께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통합에 따른 각 세력들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내일신문에는 한국노총에 최고위원 1석을 할당하고 비례 및 지역에 20곳의 공천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통합정당 연석회의 준비모임 구성)합의를 보면 민주당은 3분의 1이 됐다”며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박원순 서울시장 측이 동등한 지분으로 통합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전 원내대표 말대로라면, 지역위원장들 또한 현 지도부가 추진하는 통합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로써는 통합으로 인해 자신들의 공천 가능성이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 발언으로 논란이 격화되자,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이 “박 전 원내대표가 말한 로드맵은 전략홍보본부 내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지만 이는 최고위에 보고해 채택한 문건이 아니다”며 “최고위원들의 비공개 간담회 때 배포했다가 수거해서 폐기했다”고 긴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박선숙 본부장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중진들까지 가세
갈등 판 커진다 격화

이런 가운데, 민주당 신기남 상임고문은 16일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신기남 고문은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해 “통합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쓰면서 사실상 통합에 반대하는 분”이라고 날을 세우기까지 했다. 신 고문은 서한을 통해 “당 지도부의 통합논의 방식에 크고 작은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 개최 후 통합추진’ 주장마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 고문은 “국민과 당원들은 야권통합이라는 ‘달’을 가리키는데, 당 지도부가 내민 ‘손가락의 얼룩’을 탓하며 외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현 지도부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도, 거부할 일도 아니다. 추진 방식이 잘못됐다고 야권통합이라는 지향조차 무시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 고문은 “지금 야권통합이란 지도부 몇몇의 전략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당원의 일치된 요구”라며 “더구나 시간도 민주당의 편이 아니다”고 서둘러 통합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민주당 독자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민주당끼리 지도부를 뽑고, 그 지도부가 다른 야권세력과 통합논의를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발생”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전국 지역위원장 연석회의’ 자리에서 단독 전당대회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데 대해서는 “연석회의 현장에서 저는 새천년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결정타가 됐던 2003년 ‘통합신당 논란’ 당무회의의 재방송을 보는 듯 했다”며 “당의 혁신을 명분 삼아 ‘연내 통합정당 추진’을 폄훼하기에 급급한 모습에서 국민은 구태정치의 부활을 떠올릴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통합합의 불발 시
통합전대 불가능 대두

신기남 고문은 “야권이 한 몸을 이뤄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9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1야당의 기득권부터 지키고 보자는 단독 전대 주장을 이젠 거둬들여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결단을 마지막까지 호소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유언을 이제는 실천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당 중진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중진이자 지도부인 박주선 최고위원의 경우 “정당을 만들려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당헌당규에 따라 통합을 하지 않아 민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다른 정당과 통합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역시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통합이 옳다”며 “그런데 실체가 애매한 혁신과 통합 등은 영입해야 한다. 혁신과 통합이 정치적 목적이 없다면 민주당에 들어와 당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각을 세웠다. 
한편, 민주당 독자 전당대회 추진파(독자파)들은 오는 27일까지 통합의 구체적 성과가 없다면 단독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자파들은 통합 합의 시한을 27일로 못 박고, 구체적 통합전대 방법까지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은 “통합에 반대하지 않으며 손 대표가 제시한 대로 12월 17일까지 함께하는 세력과 전대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오는 27일까지 통합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전대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할 때 12월 17일 통합전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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