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술 ‘막걸리’

 

얼마 전 막걸리 일곱말을 시골에 있는 술도가에 주문하여 주위사람들과 나누어 마신 적이 있었다. 그 중에는 옛날 농촌에서 마시던 시골막걸리를 기억하는 장년층과 새로운 우리의 전통주로 막걸리를 바라보는 젊은층 두 부류가 있었다. 술을 마시는 그 자리 자체가 흥겨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술자리가 모두에게 즐거웠던 것은 장년층과 젊은층을 하나로 만들었던 것은 막걸리 때문이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옛날에 막걸리하면, 시골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또 다른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우리의 술, 웰빙의 술로 탈바꿈 한것을 보니 세월이 참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대부분의 술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리와 감자가 많이 생산된 지역에서는 위스키와 보드카가, 포도가 많이 생산된 지역에서는 꼬냑과 위스키가, 옥수수가 많이 생산된 곳에서는 고량주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해당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지역에서 많이 생산된 곡물이나 과일을 가지고 술을 제조하여 즐겨 마셨다. 실제로 각각의 술들은 해당지역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해왔다.

우리의 막걸리도 예외는 아니다. 1960-70년대 식량이 부족하여 밀가루를 이용, 막걸리를 제조했던 때를 제외하고, 우리네 고유 막걸리는 주식인 쌀과 보리의 엿기름을 이용, 오랫동안 우리의 배고픔과 허기를 달랬다. 제조방법도 매우 쉬워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이름도 ‘막 걸러내어 마시는 술’이 아닌가.

그런데 이 막걸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시장규모가 8,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해외에 수출되는 양을 더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의 경우 현지에서도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좋아 시장규모의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제조기법과 보관방법의 발달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판매시장을 넓혀가고 있는데, 그 중 동남아시아로의 시장확대는 한류의 열풍을 타고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우리와 같은 쌀문화권에 있다. 그래서 그들의 술문화도 우리와 비슷하다. 물론 나라마다 고유의 술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쌀을 이용하여 제조한다는 점은 우리의 술과 문화가 동시에 수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문이다. 특히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문화가 이들 나라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막걸리는 단순히 우리의 술이 아닌 우리의 또 다른 문화를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막걸리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주 개발과 수출을 위해 1,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효율적인 사용을 권하고 싶다. 단지 전통주라 하여 무작정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국내 술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는 소주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주(燒酎)는 전통주는 아니다. 실제로 소주의 ‘주’가 ‘酒’가 아닌 ‘酎’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 화학주인 것이다. 우리의 고유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술이다. 따라서 우리 고유의 전통주개발을 위해서는 우리네 입맛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는 젊은층과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막걸리에 대한 영문표기가 제조업체마다 제각각임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네 전통주인 막걸리는 우리의 문화이자 삶을 반영하는 소중한 우리의 것이다. 그 소중한 것이 건강에도 좋다하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 아닌가? 김치가 세계적인 건강음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산균이었다. 그런데 막걸리도 유산균 덩어리라 하니 새삼스레 우리 조상들의 음식문화에 고마울 뿐이다.

오늘 저녁 퇴근 후 즐거운 사람끼리 정겨운 막걸리 한 사발 드시는 것이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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