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앞에선 상생, 뒤에선 상인들 피눈물 흘리게 해”

상인과 마찰 잠실점, 구리점, 안산점, 부천점 등 전방위적 확산
상인들, “롯데측 리모델링 안하면 더 이상 계약 못한다” 으름장
롯데 “리모델링 안할 수 없어…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 없어”주장

롯데가 입점상인 죽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자사 백화점 등에 입점한 상인들을 전방위적으로 내쫓고 있다는 것. 최근 롯데월드 잠실층 식당가 입점 상인들에 이어 롯데백화점 구리점 8층 입점상인들이 대상이 됐다.

롯데월드 잠실점의 경우 (주)롯데호텔 롯데월드(롯데월드)가 지난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자 리모델링 후 수수료 매장을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점을 하라고 강요했다. 롯데백화점 구리점 역시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산점, 부천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매장에서 짐을 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본지는 롯데백화점 구리점 상인 비상대책위와 잠실점 비상대책위를 통해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 사연을 들어봤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구리점 8층 식당가 상인들은 청정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롯데측로부터 ‘8월 10일부로 계약이 해지됐으니 나가라’라는 내용증명을 받은 것이다. 상인들은 롯데측이 보상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그동안 장사를 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까지 새로 하면서 적잖은 비용을 들였다.

롯데, 상인들에게 계약해지 통보

이에 롯데백화점 구리점 8층 8개 가게들의 상인들은 지난 5월 롯데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일식점을 비롯해 체인점 커피숍, 병원, 약국을 운영한 상인들이 주축이 됐다. 비대위에 따르면 롯데가 푸트코드 리모델링을 하는데 새로운 가게가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상인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가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협박까지 당했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상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의 사연은 더욱 절절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잠실 롯데월드 지하 1층에서 중국요리집을 운영하다가 1년도 채 안돼서 쫓겨났다. 리모델링을 한 뒤 새로운 가게가 들어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계속 남아있었는데 불법점유를 한다고 아예 가게 전면을 나무판으로 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중국요리집은 체인점으로 본사와 3년계약을 했지만 체인점이 롯데측과 1년단위로 계약을 하게 됐다. 결국 김씨는 더 이상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구리점에 있는 GS백화점에 새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롯데가 GS백화점을 인수하면서 또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여기마저 같은 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김씨는 GS백화점에 일식점을 오픈할 당시 4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롯데 인수 이후 장사가 되지 않아 또다시 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결국 가게는 더욱 힘들어지고 대출빚만 늘어나게 됐다. 30살 젊은 시절에 장사를 시작해 잘나가는 사장이 됐지만 또다시 거리로 내쫓기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김씨에 따르면 아직까지 보증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대로 해라’는 말 들어

비대위는 롯데는 애초 GS백화점을 인수하고 난뒤 상인들에게 계약사항에 대해 변경없이 그대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GS백화점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인 2010년 12월에 8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 전에 롯데측이 리모델링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중 리모델링 이후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롯데측 관계자로부터 듣게 됐다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결국 단기계약이 끝난 뒤 계약해지를 통보받게 됐다. 비대위 소속 상인들은 인테리어 등에 투자한 투자금에 대해서 롯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법대로 하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상인들이 비대위를 결성하자 롯데측의 입장이 변화됐다. 롯데는 우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에 따르면 이미 모든 지점에 대한 계약이 완료돼 있는 상태다. 일방 퇴출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롯데의 눈속임이었다는게 상인들의 주장이었다. 비대위의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는 “롯데의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을 하면 계속 장사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곳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는 불과 3~4년 전에 시행됐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었다.

특히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롯데가 리모델링을 상인들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 “5년마다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영세 상인이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상인들은 롯데가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같은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은 리모델링 이후 롯데 오너 친척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들어오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그나마 롯데백화점 구리점 상인들의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상황에 몰린 상인들에 비해 나았다. 롯데측이 줄기차게 요구한 ‘제소전 화해’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소 전 화해란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두는 것을 말한다. 화해조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부동산임대차계약의 경우 제소전 화해를 걸어놓으면 나중에 임대차 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 됐었을 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은 경우 소송 없이 바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줄기차게 ‘제소전 화해’ 요구받아
 
구리점 역시 지난 5·6·7월 세 달에 걸쳐 제소 전 화해 조항에 사인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잠실점에 자문을 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은 임대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상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건물주가 재계약을 빌미로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실점의 경우 제소전 화해를 썼다.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 요구에 동의한 것이다. 상인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대해서 무지했던 점도 작용했다.

잠실점의 경우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2003년 점포 한칸을 임차해 식당을 운영해온 안모씨는 지난 5월 2일 아침 출근해 보니 집기며 도구들이 다 치워졌고 냉장고 탁자같은 것들이 물류창고로 다 옮겨졌다. 롯데월드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 정지 결정문이 나올 예정이었던 당일 새벽에 롯데월드가 발빠르게 점포를 철거했다. 이 때문에 갈 곳 없는 안씨는 바로 옆 가게에 종업원으로 취업해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월드 잠실점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의 지하1층 연결통로에 위치해 있으며, 입점 상인들 대부분은 2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해온 상인들이다. 그런데 롯데월드가 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고 수수료 매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상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롯데월드가 지하상가 총 971평을 리모델링해 롯데쇼핑측에 임대할 계획이라며 지하상가를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프리미엄 이미지 위해 전략적 리모델링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는 올 1월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점포별 확장, 리모델링 방안을 확정했다. 전국 주요 매장들의 점포면적을 확대해 매장과 편의시설을 늘림으로써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포함됐다.

2008년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월드 1,2층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데 이어 지하상가 매장 운영권도 추가로 확보해 기존 백화점 매장과의 통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직선거리 130m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모델링 구상의 핵심이다.

이에따라 롯데월드측은 상인들을 내보내기 위해 ‘제소전 화해’를 들고 나왔다. 롯데월드측은 지난 2008년 상인들과 계약할 당시 ‘제소전 화해’도 같이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제소전 화해’에 대해 법원에 무효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3일, 지하 1층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해온 식당이 강제집행을 당하면서, 입점 상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상인 “실질적인 보상 해야”

20년 넘게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해왔는데 2008년도부터 제소전 화해라는 것을 이용해서 반사기적인 계약을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만약에 나간다더라고 대체점포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롯데측은 롯데월드 1~2층 상인들과도 분란이 있었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도 지난 2009년 말 잠실 롯데월드쇼핑몰 1~2층에 세 들어 있는 입점 상인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입점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지난 4월 초 ‘소송 중 조정’을 통해 보상을 주는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지상 1,2층 상인들에게는 일정금액의 보상금을 주고 매장을 회수했지만 아직 운영권이 넘어가지 않은 지하상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무효소송을 건 상태라서 롯데측이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롯데백화점 구리점과 롯데월드 잠실점 상인들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서로간에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같이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리점 상인과 잠실점 상인들은 롯데측이 이같이 행위에 계속해서 버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같이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롯데가 앞에서는 상생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상인들을 죽음에까지 내모는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되도록 사례가 되기를 원했다.

구리점에서 초밥집을 하고 있는 상인 김씨는 “구리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우리 층에만 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언론에는 대피가 잘 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연기가 계속 나는 상황까지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롯데가 이같은 일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롯데가 백화점의 품격을 높이려고 리모델링을 통해 자신들의 품격도 높이고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그 자리에 롯데 일가 친인척 가게를 넣어려는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리점 상인 비대위는 앞으로 명도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판사에게 나가라는 판결을 받더라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비대위 상인들과 집회를 하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번 일 때문에 우리 집안이 많이 무너졌다”며 “마음고생은 물론 몸도 많이 상했다. 대상포진까지 걸리는 등 스트레스가 심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대출금을 어떻게 갚을까 고민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점과 부천점 상인들 역시 잠실과 구리점의 비대위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안산점과 부천점 상인들은 이미 가게를 비운 상태다. 롯데측의 회유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다시 입점할 수 있다는 연락은 못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백화점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백화점을 인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리모델링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롯데 “권리금 보상 못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구리점의 경우 작년 GS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작년 상인들과 특약을 맺으면서 올 8월까지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 가게 내부의 리모델링에 추가적인 비용을 내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계약 기간 이후 더 이상 백화점에 남을 수 없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인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상인들과 상인들이 거래한 권리금이다. 이에 대해서는 백화점측이 어떻게 보상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잠실점과 구리점 사정이 딱하게 됐지만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중소기업과의 동방성장을 성장과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2011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상인들의 고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대해 한 상인은 “롯데 앞에서는 상생, 뒤에서는 상인들 피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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